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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Stanford 연수기
작성자 정찬희 (oct20@m2community.co.kr)
작성일 2017년 04월 19일 16시 57분 55초 조회수 8회
LINK URL http://www.endocrinology.or.kr/webzine/201702/sub7.html (클릭 26회)
정찬희(순천향의대 부천병원 내분비내과) 


어느덧 원고 마감일이 다가와 서둘러 연수기를 쓰기 위해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다른 선생님들의 연수기를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보람차게, 훌륭한 연수 생활을 하셨구나 하는 것을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좋은 곳에 가서 어떻게 지내다가 왔는가를 생각하니 새삼스레 다시 마음이 무거워져, 시간을 몇 달만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하는 헛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연수기에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불안하기만 했던 연수 준비기간과 연수기간 동안, 도와주시고 용기 주셨던 고마우신 많은 교수님들이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수를 처음 계획했었던 시기에 이원영 교수님께서 UCSD에 추천서를 써주셨고, 김철식 교수님께서 UCSD 연수 준비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준비 막바지에 UCSD 연수가 좌절되면서 절망에 빠져있을 때, Stanford로 연수의 길을 열어주신 강북삼성병원 Cardiology의 성기철 교수님은 정말로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저는 언니와 함께 연수를 계획하고 있었던 관계로 둘을 함께 받아주라는 무리한 부탁까지 드렸었고, 그것마저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경 써주셔서 드디어 2016년 3월 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연수 준비하는 동안 예기치 못하게 연수 기관이 바뀌게 되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 교수님이 계시다면 더 나은 길이 열릴 수 있는 기회라고 용기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스탠포드 대학 내분비내과에서 clinician으로 근무하고 있는 Sun H. Kim 교수님께 연수를 다녀왔고, Sun Kim 교수님은 Gerald M. Reaven 박사님과 함께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 분비능을 주제로 하는 많은 임상 연구를 해오고 계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인에 가깝지만 한국인의 여린 마음과 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연수 전 성기철 교수님께서 Reaven 박사님께 편지로 저희를 소개해주셔서 처음 스탠포드에 인사를 하러 간 날 Reaven 박사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Reaven 박사님은 제가 아주 오래 전 대사증후군에 대한 비만학회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 때 가장 첫 장의 대사증후군의 history에 관한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분으로 인슐린저항성 증후군을 ‘Syndrome X’로 정의하였고, 1988년 Banting lecture를 하셨던 분이십니다. 연세가 90세신데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연구하시는 모습, 정말 정말 한참 후배인 Sun Kim 교수님과도 허물없이 의견 주고 받는 모습, 컨퍼런스 때 여전히 직접 본인 슬라이드로 발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존경의 맘이 우러나왔습니다. 그 날 식사하면서 Reaven 박사님께서 인슐린 저항성, 혈당, 중성지방, 혈압의 상호 relationship에 관하여 관심을 갖고 대화를 이끄셨고, 사실 지도교수와 생각했었던 주제는 이것이 아니였지만, 연구 주제도 인슐린저항성과 혈압, 나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Sun Kim 교수님이 더듬더듬 잘 못하는 한국말이지만 그래도 저희가 영어하는 것보다는 나아서, 저희와 Reaven 박사님과의 의사소통을 중간에서 잘 도와주셔서 만남 때마다 부담은 없었습니다). 이곳은 모든 연구 대상자들에게 insulin suppression test 및 graded glucose infusion test를 시행하여 인슐린저항성 및 인슐린 분비능을 측정하고 있었고, 이러한 정밀 검사의 장점을 내세워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또 하나의 연구 주제는 비만한 사람에서 인슐린 clearance와 인슐린 분비능,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희 언니는 내분비내과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주제가 무척이나 생소하고 어려웠을텐데도 혼자서 공부하고, 결국 논문을 스스로 완성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놀랐었고, 제 자신이 전공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구 주제에 대하여 임상 데이터 통계 분석을 하고, 산출된 결과에 대해서 또 다시 의견을 주고 받고, 의문점이 생기면 다시 통계를 돌리고, 또 의논하고….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게 접근하고, 당연하다고 생각 들지만 당연하지 않게 고민하는 모습에서 덧없이 수개월이 흘러간다 생각이 들어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껏 조바심치며 급하게 진행하고, 복잡해지지 않으려 애써 왔던 저를 자연스럽게 뒤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개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시각으로 고민하는 모습, 써서 보낸 논문이 많이 부족하여 많은 빨간 줄 긋기를 양산하였지만 주눅들지 않게 한없이 배려해주시는 모습, 윗 분의 의견을 ‘아니오’하고 바로 정정하고 수정하는 쿨한 아메리칸 스타일..등등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글로 쓰다 보니 상당히 후회없이 지내고 온 것 같이 포장이 된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참 즐거웠었던 것은, 수요일 오전 8시마다 열리는 내과 전체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입니다. 미국 전역 및 외국에서 저명한 교수들이 와서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는데 영어 듣기 능력 함양을 위해 들어보자 시작했었고, 결과적으로 실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지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수요일 저녁에 열리는 내분비내과 과 컨퍼런스에 마지막 몇 개월 남았을 때에서야 들어가게 되어 좋은 강의를 많이 놓쳤던 것입니다. 참석치 않아도 된다는 지도교수의 말과 쑥스런 맘에 머뭇거리다가 나중에 듣고 싶은 주제를 하길래 용기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진작 들어갈걸 많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Insulin suppression test하는 것을 보고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점, Menlo Park 라는 정말 살기 좋은 동네에 살면서도 미국의 여유로운 생활을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지 못하고 수개월을 향수병에 우울하게 보낸 점 등 아쉬운 일이 많습니다. 걱정이 많았던 저에게 Stanford 연수 결정 때부터 가는 순간, 가서 까지 일부터 백까지 조언해준 가톨릭의대 김미경 교수님과 국립암센터 이유진 교수님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더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애 데리고 여자들끼리만 가는 미국 연수길에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하셔서 연수 기간 내내 잘 지내는지 친딸처럼 물심양면 챙겨주신 강성구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박성우 교수님과 김성래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또한 한 해 동안 연수를 허락해주시고 저를 위해 기꺼이 고생해주신 저희 내분비내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 모두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된 한 해였습니다. 더불어 각자가 한층 더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과 계기가 되는 한 해가 되었기를 바라며 연수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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