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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생각

김영설(경희의대)

1. 좋은 의사를 연기한다

‘좋은 의사가 되기는 어렵지만, 좋은 의사의 연기는 가능하다.’ 이 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내려지겠지만, 좋은 의사의 이미지는 모두 같을 것이다. 비록 지식이나 기술이 미숙하여도 항상 환자의 일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의사를 연기하려면 초보자, 중급자, 상급자의 단계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좋은 의사의 3단계를 생각해보자.

- 초급자

엉터리 인간 내지는 혐오스런 인간이라도 환자를 진료하고 질병을 설명할 때는 노력하여 좋은 의사를 연기한다. 초보 단계이지만 상당히 어렵다.

- 중급자

초보자 단계를 끝내면 그 다음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더 높아진다. 환자 앞에서뿐 아니라 간호사 앞에서도 좋은 의사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하지 않더라도 병동이나 외래 진찰실에 있는 동안에는 유쾌한 의사가 되는 일, 이것은 매우 어려우며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서는 즉시 좋은 의사의 가면을 벗어 던져도 좋다.

- 상급자

한층 발전한 단계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병원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좋은 의사의 스위치를 작동시킨다. 물론 집에 돌아가는 동안에도 긴장을 놓지 않고 좋은 의사의 연기를 계속해야 하며, 긴장을 푸는 것은 집에 돌아온 뒤이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좋은 의사 연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되면 이미 달인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4시간 좋은 의사를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바야흐로 좋은 의사라고 불러도 지장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좋은 의사가 되기는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2. 써도 좋다 그러나 보내기 전에 생각한다.

모세의 십계명에 ‘간음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간음은 실제 성행위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간음으로 규정하는 매우 엄격한 계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생각에만 그치는 것은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람의 머릿속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으면 간음이나 살인에 대한 생각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 생각은 해도 좋지만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일단 말을 꺼내면 많은 일이 일어난다. 욕설은 그 중에 가장 흔한 형태인데, 한번 뱉은 말은 정정할 수가 없다.

- 말해도 괜찮지만 쓰면 안 된다.

한번 뱉은 말을 주어 담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게 된다. 그런데 종이에 쓰면 그것은 훗날까지 증거로 남게 된다. 비밀문서나 내부문서라고 주장해도 쓴 것은 사실이며, 밖으로 새나가면 발뺌할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은 문서로 남기지 않도록 한다.

- 써도 괜찮지만 출판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개인적인 기록이더라도 밖으로 새나가는 일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간단하게 남긴 메모가 새나갔을 때는 사람들에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해도 변명이 된다. 그런데 일단 출판을 하면 자신의 의견을 세상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쉽게 정정할 수가 없다. 신문이나 주간지에 어떤 내용을 기사화 하기 전에는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한다.

- SNS에 올린다.

말은 조심할 수도 있고 영향력이 적다고 볼 수도 있으나, 출판은 많은 노력이 들며 영향력도 크다. 즉, 노력과 영향력이 비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첨단기술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 나니 이것도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손쉽게 작성하여 순식간에 전달할 수 있는 SNS는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 한 개인에게 보낸 내용이 무심코 리스트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졌다는 소식을 주변에서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e-메일이 두려운 이유는 자신이 보낸 메일을 상대방이 순식간에 수천, 수만 명의 사람에게 재전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에 비해 손으로 직접 써서 보낸 편지의 경우는 똑같이 복사하여 수천, 수만 명의 주소와 이름을 써서 우송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는 편리성과 보안성이 상반되는 극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e-메일을 쓸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무에게나 전송되어도 좋은 사무적인 문장을 쓴다면 그런 두려움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김영설(역) 참 쉬운 의료 커뮤니케이션. 노보컨설팅, 200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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