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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pps Research Translational Institute 연수기

문재훈(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인생의 황금기”, “다시 오지 않을 시간”, “가족과 함께할 마지막 기회”.. 해외 연수에 대해 주위에서 내게 해 준 이야기들을 요약하면 이와 같이 표현할 수 있겠다. 임용된 지 4, 5년이 지나면서 나도 해외연수를 계획하게 되었고 주위의 조언을 들으면서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연수기간과 연수지가 결정되면서, 고민은 기대로 바뀌었고 연수를 시작하면서 기대는 120% 충족되어 만족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복귀하여 정신없이 한국의 생활에 적응하다보니 3개월이 지났고 이렇게 연수기를 쓰면서 돌아보는 지금 나의 해외연수는 어느덧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2017년 3월부터 1년 6개월간 해외연수를 허가받고 연수지를 알아보던 중,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Digital Medicine 분야의 선구자인 Dr. Eric Topol이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Scripps Research Translational Institute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침 우리병원 순환기내과의 선배 교수께서 이미 연수하고 계신 것을 알고 나도 같은 기관에 연수를 지원하였다. Dr. Eric Topol이 이 연구소의 총괄 director이긴 하지만, 이 연구소는 주로 genetics research를 수행하는 Molecular Medicine department와 Digital Medicine department로 크게 나누어져 있고 내가 관심있었던 Digital Medicine department의 director인 Dr. Steven Steinhubl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Dr. Steven Steinhubl은 Dr Eric Topol과 같이 Cleveland Clinic에서 Cardiologist로 일하면서 이후 Digital Medicine 분야를 Dr. Topol과 같이 개척해왔다. 운 좋게도 내가 연수가기 전 Scripps Research Translational Institute는 미국에서 정책적으로 투자하는, 우리에게는 오바마가 직접 그 연구방향과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유명한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PMI)의 All of Us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2016년 9월에 병원에서 연수 허가가 나왔고, 이후 연구소에서 연수를 와도 좋다는, 나의 신분을 보증한다는 서류인 DS-2019가 나온 후 비자 발급까지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아, 2016년 11월에 비자발급까지 완료되었다. 살 집을 계약하고 2017년 2월 말 드디어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이후 나와 가족의 미국 연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주로 진행하였던 프로젝트는 연구소에서 보유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것과, 이미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었던 웨어러블기기를 이용한 갑상선기능이상의 예측을 위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련 앱을 만드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7,000여개의 드럭스토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Walgreen사에서 자신의 고객들에게 웨어러블기기를 나누어 주고 이를 성실히 측정하여 데이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약 50만명의 활동량과 생체신호가 그들의 드럭스토어 이용기록과 함께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데이터의 양이 매우 방대하여 그야말로 빅데이터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해외연수 전 한국에서 나 역시 Digital Medicine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각종 상용화된 activity tracker들의 성능이 향상되어 비교적 정확한 심박수 측정도 하나의 activity tracker에서 가능해지기 시작한 2016년 초, 웨어러블기기로 측정한 생체신호 데이터로 갑상선기능이상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환자 모집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해외연수를 떠나게 되어 이때 모아진 데이터를 가지고 연수 기간 중 이를 분석하여 논문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고, 이 때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웹애플리케이션까지 직접 제작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환자 진료와 그 밖의 업무에 떠밀려 직접 앱을 제작하는 경험은 절대 해 볼 수 없었겠지만, 해외연수라는 기회를 빌어 이를 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침 내가 연수한 연구소는 MD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데이터과학자, 프로그래머가 같이 일하고 있었기에 이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매월 진행되는 랩미팅에서는 의사, 간호사, 데이터과학자, 프로그래머, 머신러닝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행동과학자, 통계학자, 역학자 등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진행 중인 연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만큼 발전시키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의사 면허를 딴 이후 20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의사로서만 모든 현상을 바라보고 주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였던 나에게 이러한 경험은 매우 신선했고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기에 매일매일이 정말 흥미로웠다.

  미국 생활의 최고 장점이라면 역시 가족과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이들 방학때마다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차로 여행했던 기억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멋진 추억이 되었다. 미국 서부, 중서부에 국립공원들이 몰려있기에 샌디에고에 살았던 우리는 이들 국립공원을 여행하기에 편리했다. 라스베이거스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그랜드캐년-앤텔로프캐년-모뉴먼트밸리-아치스-캐년랜드-캐피톨리프-브라이스캐년-자이언캐년을 보고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와 하루 휴식한 후 샌디에고로 돌아오는, 이른바 그랜드서클 여행에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웅대한 스케일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 마이애미 남쪽의 키웨스트에서의 석양, 미시간호에서 바라본 시카고의 스카이라인, 마치 로마제국을 연상하게 하는 워싱턴 DC의 건출물들, 뉴욕의 야경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LA의 hip place들,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과 금문교, 아마존이 점령한 시애틀, 확장된 홍콩과 비슷한 느낌의 밴쿠버,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데 3시간이 걸렸던 휘슬러의 스키, 압도적인 풍경의 나이아가라 폭포, 아기자기함의 극치였던 퀘벡 구시가, 밴프의 호수와 빙하, 요세미티에서의 캠핑, 압도적인 풍광의 엘로스톤 등등 얼른 떠오르는 기억만 꼽아도 일생동안 경험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는 듯 하다. 그 모든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러한 여행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학교 옆의 파크에서 같이 운동하고, 단지 안의 수영장에서 놀고, 그릴에서 요리한 음식으로 샌디에고의 지는 해를 보며 식사하는 모든 일상이 즐겁고, 편안하고, 특별했다.

  해외연수를 한 1년 6개월의 기간은 인생 전체로 보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이러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내 주위의 모든 분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선후배 동료 교수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이 있음에도 흔쾌히 연수에 동반해준 아내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해준 아이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빌어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Dr. Steven Steinhubl과 함께 (좌), 귀국시 연구실 동료들이 전해 준 메시지 (우)


모뉴먼트밸리 (좌상), 브라이스캐년과 홀스슈밴드 (좌하) 그랜드캐년 (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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