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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 맥주 아는만큼 맛있다
4편 여름밤에 어울리는 맥주 라거

천안 엔도내과의원 윤석기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6월의 밤, 전 세계는 월드컵의 열기로 들끓는 요즘 한 낮의 무더위를 씻어줄 청량한 한잔의 라거(Lager)가 생각난다. 라거 맥주 이야기를 하자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맥주를 많이 마시는 나라, 생수보다 맥주가 더 저렴한 나라 심지어 맥주로 목욕까지 하는 나라, 전세계 맥주의 90%를 차지하는 라거 맥주의 탄생지 체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체코는 유럽 중부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면적: 78,867㎢, 인구: 10,627,448명 2014년) (GDP 1,808억$ 세계53위, 2015 IMF 기준) 대한민국보다 (면적: 99,720㎢, 인구: 51,448,183명) (GDP1조 4,351억$ 세계11위, 2015 IMF 기준) 면적이나 경제규모가 더 작은 나라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다. 프라하에 있는 중세시대 건축물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과는 비교가 안 된다. 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 성, 틴 성당, 프라하 천문시계탑 등 어떤 곳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환상적인 배경이 뒤따른다. 유럽에는 몇 백 년 된 건물이 많은데 그 중에 성 비투스 대성당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하다. 이 건축물은 1344년 카를 4세 때 착공하여 1929년에야 완공되었다고 한다. 어쩜 건물을 그렇게 아름답게 지었는지 부러울 따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맥주를 많이 마시는 나라 5개국은 체코,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헝가리이다. 이중 맥주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단연 체코이다. 체코의 맥주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기로 유명하다. 체코인들은 천년이상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이는 홉 (맥주의 원료) 이 자라는데 이상적인 자연환경으로, 어디서나 맥주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체코의 양조기법은 우수한 자연환경을 기초로, 수백 년 동안 발전을 위해 변화를 거듭해왔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맥주의 품질은 현재까지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체코의 국민맥주 중에 하나인 부데요비츠키 부드바 (Budejovicky Budvar)는 1785년 체코의 보헤미아왕국인 체스케부데요비체 (České Budějovice) 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체코에서 가장 널리 판매되는 맥주 중 하나이다. 많은 이들이 버드와이저가 미국산 맥주라고 알고 있지만, 미국의 버드와이저는 체코의 부드바보다 훨씬 늦은 시기에 만들어진 맥주다. 미국의 버드와이저는 1857년에 세인트루이스(St. Louis)로 건너온 체코계 이민자 아돌프 부쉬에 의해 설립된 회사다. 아돌프 부쉬는 1864년 릴리 앤호이저(Lilly Anheuser)를 만나 결혼했고 장인인 에버하르트 앤호이저(Eberhard Anheuser)가 운영하던 E. 앤호이저 & 컴퍼니에 합류해 판매 책임자로 맥주 사업을 시작했다. 1870년대 중반 아돌프 부쉬는 자신이 체코에서 즐겨 마시던 보헤미안(Bohemian) 라거 맥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보헤미안 라거 맥주는 체코 서부 보헤미아에서 저온(9~12도)에서 하면발효(Bottom Fermentation, 밑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함)방식으로 제조한 것으로, 도수가 낮고 부드러운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반면 당시 미국에서는 쓰고 진한 풍미의 바바리안(Bavarian) 맥주가 보편적이었는데, 이는 고온(18~25도)에서 상면발효(Top Fermentation, 위로 뜨는 효모를 사용함) 방식으로 제조되었으며 흔히 ‘에일(Ale)’이라고 불렀다.

  1876년 아돌프 부쉬는 새로운 맥주를 찾기 위해 친구이자 주류 수입업자였던 칼 콘래드(Carl Conrad)와 함께 체코 보헤미아 지방 체스케부데요비체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한 수도원을 방문해 맥주를 마셨는데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에 매료되었다. 아돌프 부쉬는 이러한 맥주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고 수도사들에게서 제조법을 배웠다. 아돌프 부쉬는 미국으로 돌아와 체스케부데요비체의 독일식 지명인 ‘부트바이스(Budweis)’ 지역에서 왔다는 의미로 ‘부트바이저(Budweiser)’라고 이름을 붙인 후 이를 영어식으로 읽은 ‘버드와이저’를 브랜드로 등록했고 보헤미안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제조했다. 이것이 ‘버드와이저’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필스너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체코의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도시 플젠 (Pilsen) 이다. 13세기경 보헤미아 (체코의 서부지역) 에서는 수도원에서만 양조할 수 있던 맥주를 일반 시민에게도 양조할 수 있도록 민간양조업의 길을 열어주었다. 1842년 10월 5일 플젠의 양조사는 좀더 새로운 맥주를 만들기 위해 독일 바바리아 지방에서 맥주 양조로 평판이 높은 조세프 그롤 (Joseph Groll) 을 초청해왔다. 조세프는 시민양조장(Burghers brewery) 에서 의도치 않게 이 세계 최초의 황금빛 맥주 필스너를 탄생시켰다. 새로운 양조기술, 그리고 아로마가 뛰어난 보헤미아 지방의 사츠 (Saaz) 홉과 연한 맥아 등을 접목해서 진한 호프 향과 강한 쓴맛을 지닌 황금색의 맥주를 만들어낸 것이다. 에일과 흑맥주가 대부분이던 당시에 은은한 호프 향이 깊게 배어든 이 황금색 맥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필스너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맥주산업과 맥주를 만들고 즐기는 방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후 필스너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필스너로 인한 맥주 제조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 제조기술은 필스너의 맛과 품질을 재현하려는 여러 국가로 확산되어 많은 양조업자들이 그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1898년 시민양조장은 자신의 맥주를 필스너 우르켈 (Pilsner Urquell) 로 등록했다. 우르켈(Urquell)은 오리지널(Original)이란 뜻을 지닌 독일어로 필스너의 오리지널(최초, 원조)을 의미한다. 신선함을 가져다 준 필스너 맥주는 황금빛 투명한 색상, 순백색의 풍부한 거품, 고급스러운 홉의 향, 깔끔한 목 넘김과 깨끗한 맛을 자랑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독일 및 유럽 전역을 비롯하여 미국에서까지 판매가 이루어졌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맥주의 약 75% 이상이 필스너 타입의 황금색 맥주의 변형이라고 하니, 맥주산업에 끼친 필스너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세계 최초의 황금빛 라거 맥주 필스너 우르켈 (Pilsner Urquell) 은 오늘날 우리가 가장 널리 마시는 황금색 라거 맥주의 원조로 현재까지도 전통적인 자연 숙성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체코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맥주다.


필스너 우르켈 공장

  전 세계 맥주 소비량 1위에 빛나는 체코의 문화이자 자부심, 체코 맥주의 전통성과 우수성을 대표하는 필스너 우르켈은 라거 맥주의 효시인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맥주애호가들 사이에서 맥주 맛의 지존으로 통한다. 인공 첨가물 없이 살아있는 풍부한 맛, 특히 기름진 육류 요리를 먹을 때 필스너 우르켈만의 깊고 강한 맛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향을 돋우는 데 최상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맛과 향, 그리고 탄산이 완벽하게 조화된 필스너 우르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맥주 거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적당한 거품의 높이는 35mm. 여러 차례 마신 후 맥주 글라스 안쪽에 선명한 고리 모양의 자국 (엔젤링) 이 남는다면 완벽하게 따라진 필스너 우르켈을 제대로 즐겼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스너 우르켈을 마실 때는 되도록이면 필스너 우르켈 전용잔에 거품이 충분히 생기도록 따라서 눈과 입 동시에 즐기기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은 1842년 처음으로 맥주를 빚었던 그날 이후 173년간 동일한 곳에서 동일한 재료와 양조 방법을 통해 그 맛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체코는 유럽에서 독일과 함께 정통 라거 맥주를 생산하는 맥주 강대국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최초의 필스너가 탄생한 국가이며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도 꼽히고 있다. 체코를 얘기할 때 아름다운 프라하를 먼저 떠올리지만 체코 맥주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체코의 명품이라고 볼 수 있다.

  체코에서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지방의 맥주 양조의 역사는 13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바츨라프 2세의 치세 동안 광업의 발전과 풍족한 은을 바탕으로 보헤미아 곳곳에 도시들이 건설되면서 맥주 양조 역시 활발해지는데 정착민들에게 자치권과 함께 양조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1526년부터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 함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은 것도 이 지역의 맥주 전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웃 슬로바키아 지방이 헝가리의 지배를 받으면서 포도주를 즐겨 마시게 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양조업자 사이에서 아로마 호프의 최상품으로 통하는 자쯔(Saaz) 역시 이 지역의 산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맥주 양조의 과거와 현재에서 체코를 지울 수 없게 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옅은 황금색 라거인 필스너와 관련이 있다. 옅은 황금색 라거는 오늘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1842년 이전에는 라거 맥주하면 짙은 갈색의 맥주를 의미했다. 체코 플젠에서 탄생한 최초의 황금색 맥주, 필스너가 일으켰을 대중의 방향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뮌헨에서 개발된 짙은 갈색의 라거 맥주마저 당시로선 독일 바깥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망의 대상이었음을 생각하면 필스너의 등장은 맥주 계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필스너, 말 그대로 플제니 또는 필젠에서 만든 맥주 역시 뮌헨 스타일의 라거 맥주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창조되었다. 이 맥주를 만든 시민양조장 (Burghers brewery) 의 Joseph Groll 도 독일 필스호펜 출신의 양조사로 뮌헨 라거를 만든 경험이 있었다.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그러하듯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결합이었을까? 애초에 만들려고 했던 것은 짙은 갈색의 라거였는데 만들고 보니 나온 것은 전혀 새로운 맥주였던 것이다.

  플제니에서 만든 맥주가 뮌헨 맥주와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우선 원료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단백질이 적은 모라비아의 보리, 경도가 낮은 플제니 지방의 용수는 은은한 호박색의 맑고 깨끗한 맥주를 만드는데 적합했다. 거기에 시민양조장을 직접 설계한 마르텔 스텔쩌 (Martel Stelzer) 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가져온 새로운 몰트건조기의 역할이 더해졌다. 이 건조기는 나무대신 코크스를 사용했고 이는 페일 몰트 (Pale malt) 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뮌헨에서 제들마이어 (Sedlmayr) 가 개발한 짙은 갈색의 맥주가 라거 혁명의 시작이었다면 플제니의 필스너는 그 혁명의 끝인 라거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체코 필젠

  보헤미아는 한때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부였다. 체코인들은 싫었겠지만, 독일어가 공식 언어였다. 독일어를 쓰는 나라들은 도시 이름 끝에 er 을 붙여 원산지를 표시한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것이고 함부르거는 함부르크에서, 부드바이저(Budweiser) 맥주는 부드바이스에서, 필스너 맥주는 필젠에서 온 것이다. 원산지를 뜻하는 필스너는 체코인들에게 포도주의 원산지 이름을 통제하는 프랑스의 아펠라시옹 콩트롤레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필스너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다른 지역 양조업자들이 그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했고, 맥주의 스타일도 무관하게 함부로 사용했다. 이에 1898년 시민양조장은 자신의 맥주를 필스너 우르퀠 (Pilsner Urquell) 로 등록했다. 이는 필스너의 오리지날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때늦은 조치였고 전세계의 양조업자들은 이미 너도나도 자칭 필스너 또는 흔히 필제너 (Pilsener) 라고 부르는 맥주를 만들고 있었다. 결국 이름을 둘러싼 분쟁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발전한다. 1890년 라인란트 비트부르크 (Bitburg) 의 지몬 양조장 (Simon brewery) 은 새로운 양조장을 짓고 코펜하겐 칼스베르크 연구소에서 완성된 최초의 순수 효모를 이용해서 라거 맥주를 개발했는데, 1908년 오리지날 지몬브로이 도이치 필제너를 출시한다. 필젠 양조업자들은 필제너라는 말의 사용을 막기 위해 법정 소송을 걸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쾰른의 고등법원은 1913년 필제너가 아펠라시옹 이라기보다 하나의 스타일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법정은 필젠산이라는 암시를 주지 않도록 모든 독일의 양조업자들이 라벨과 광고에 맥주 원산지를 명시하도록 요구했다 (eg. Bitburger pilsener)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독일의 양조업자들은 용어를 단순히 필스 (Pils) 로 줄여 명명했고 이는 필젠산 맥주와 혼동을 가급적 피하려는 양조업자들의 자발적인 조치였다.

  쾰른 고등법원의 판결로 오늘날엔 필스너 우르퀠과 감브리누스 (Gambrinus) 와 같이 플제니에서 직접 생산된 맥주만이 필스너라는 이름을 상표로 사용할 수 있다. 쾰른의 판결은 아펠라시옹과 스타일의 현실적인 절충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헤미안에게는 신이 내린 세 가지 선물이 있다고 한다. 태양과 물, 그리고 홉(hop)이다. 황금빛 맥주를 빚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다. 플젠에서 탄생된 필스너 맥주로 인해 오늘날 세계 맥주 소비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라거(lager) 맥주가 시작되었고, 오늘밤도 우리는 적당량의 거품과 함께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는 홉의 쌉쌀함, 그리고 목구멍 깊은곳에서는 느껴지는 청량감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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