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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적 제약의사

남수연(인츠바이오 대표)

  어렸을 때부터 단순 암기보다는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수학을 특별히 좋아했던 저는 환자의 관상(physical exam)을 열심히 살피고, 실험 실적 검사 수치 및 복잡한 호르몬 수치들에 근거한 진단과 치료가 주로 이루어지는 내분비학에 자연스럽게 매료되었습니다.

  스웨덴 Karolinska 대학 연수 기간 동안, 지도 교수님의 국제 임상 연구(international clinical study)를 도와드리는 과정에서 알게 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개발 책임자인 의사와 친분을 맺게 되면서, 제약회사에서 의사가 신약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환자 개개인을 잘 치료하는 명의가 되는 것도 의사로서 보람 있는 일이지만, 지구상에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좋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더구나 단순히 논문 발표를 위한 연구가 아닌, 신약 개발을 통해 직접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아 보였고, 과감하게 제약회사에서 physician scientist로서의 꿈을 펼쳐보기로 하였습니다.

  2000년 초 제약회사 입문 당시, 국내의 제약 의학(pharmaceutical medicine)이라는 분야는 소수의 선배 의사들이 주로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면서, 본사에서 정해준 업무를 수행하는 정도였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내분비내과 교수로서 환자 진료와 실험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세계적인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연구 성과를 이루고자 했던 꿈을 과감히 버리면서, 저는 제약회사에서 나름대로 physician scientist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다 이루지 못한 연구에 대한 열의와 갈망, 환자 치료에 대한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간접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들어선 길이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Roche Korea 메디컬 디렉터로서 저는 본사의 협조와 다른 나라 메디컬 디렉터들의 동참을 유도했습니다. 이 임상 시험 결과를 근거로, 국내뿐 아니라 유럽(EMA)에서 해당 신약을 위암 치료제로 승인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 개발된 항암제였지만, 국내에서 빈발하는 위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성과가 제약의학 의사로서 긍지를 느꼈던 순간으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BMS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면서, 저는 여러 나라의 임상 시험 센터들과 병원들을 돌아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정부, 학계, 산업체가 일체가 되어 임상 시험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긴밀한 협력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단시간 내에 임상 시험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의사임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후 BMS, R&D center(미국 뉴저지 프린스턴 소재)에서 글로벌 메디컬 디렉터로 일하면서, 저는 우리나라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임상 시험 대상국 중 우위를 차지하고, 아시아의 대표 임상 시험 국가로 인정받는 감격을 맛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신약 개발을 배우기 위해 Discovery Medicine이라는 신약 개발 부서에 지원하여 과제 책임자(Study Director)로서 연구 개발 팀을 이끌었고, 다수의 신약 개발 과제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진화하고 있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직접 경험하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전에 대한 신약 개발의 필요성, 임상적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대상 환자 선정, 전 임상 단계의 결과들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등은 신약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이러한 핵심적인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연구 개발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는 임상 의사들의 실제 진료 경험에 따른 임상적 지식과 환자 치료의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에 대한 통찰력이 필수적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글로벌 제약회사에서는 basic science를 이해하고 전략적 임상 시험을 다자인할 수 있으면서 이를 통해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physician scientist가 과제 책임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R&D 조직을 이끌고, 더 나아가 회사 총괄 CEO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2010년, 다국적 제약사에서의 10여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귀국하였습니다. 저는 국내 제약사의 연구 책임자로서 R&D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중인 신약을 다국적 혹은 중국 제약회사에 기술 이전(판매)하기도 하고, 국내외 벤처 회사 및 대학 연구소에서 신약 후보 물질과 기반 기술을 도입(매수)하기 위한 사업을 개발하고, In-/Out-licensing deal을 하기 위한 협상을 하는 등의 경험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최근 개발된 다국적 제약사들의 면역항암제 약가가 너무 높아 국내 환자들이 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의사로서 안타까워서, 고가의 면역항암제들을 국산화하기 위해 미국 biotech사와 합작 회사(joint venture)도 설립하였습니다. 작년 말 면역항암제 immune-checkpoint inhibitor의 국내 임상 개발이 개시되었다고 하니, 초대 CEO로서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7년, 저는 INTS(Innovative, Nimble, Translational, Strategic) R&D를 실현해보고 싶은 열망에 휩싸였고, 일단 바이오 벤처(bio-venture)를 창업하기 전에 벤처 회사들에 대해 배우기 위해 INTS bio ㈜ 인츠바이오라는 컨설팅 회사를 창업하였습니다. 미국의 바이오 벤처 산업에서는 대형 다국적 제약사에서 수년간 신약 개발 경험을 가진 physician scientist들이 ‘Entrepreneur-in-Residence(EIR)’라는 위치로, 동시에 여러 벤처 회사에서 part-time CMO(chief medical officer) 또는 CSO(Chief Scientific Officer) 역할을 담당하며, 맡은 신약 과제 기술이 이전되거나 회사가 IPO(Initial Public Offering)할 때 까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는 국내 제약사에서 일하면서 대부분의 벤처 회사들이 우수한 신약 후보 물질 또는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임상 개발 전략 및 사업화에 대한 경험 및 지식 부족으로 가치 창출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EIR 역할을 할 수 있는 physician scientists들이 많아져서 국내 제약사들뿐 아니라 많은 벤처 회사들의 가치 창출 R&R을 이끌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 국내외 벤처 회사들이 ‘EIR’로서 담당한 신약 과제들이 성공하기까지 그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 의사들, 의과대학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습니다. AI가 임상 의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선배 의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 막다른 길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physician scientist’로서 신약 연구 개발에 인생을 걸어보는 것은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는 일이자 도전해볼 만한 가치 있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배우는 것 좋아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흥분하고, 논리적 사고를 생활화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혁신적 도전을 즐긴다면 신약 개발을 평생 즐기면서, 뛰어나게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다시 태어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저는 서슴없이 현생에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대로 physician scientist가 되어 신약 개발을 평생 하고 싶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physician scientist로서 행복한 인생에 감사하며, 그동안 받은 혜택과 성과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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