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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 의사가 알아야할
내분비교란물질과 영향

전숙, 윤수진(경희의대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ED), 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EDC))이란?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발표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에 노출된 새는 봄이 와도 짝짓기를 안 하고 울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내분비교란물질은 환경부에서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라고 명명하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환경호르몬’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비스페놀 A나 제초제 성분인 DDT와 같은 화학물질이 생물체 몸속에 들어가서 내분비계 호르몬의 생리작용을 교란시키는 화합물을 말한다.
1938년에 최초의 합성 에스트로겐인 디에틸스틸베스트롤(Diethylstilbestrol, DES)이 개발되었는데 당시 의사들은 에스트로겐의 분비이상으로 인해 유산이나 조산이 생긴다고 믿어 임산부에게 DES를 처방했고, 출산 후 모유생산 억제, 안면홍조, 여드름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이 약을 남용했다. DES는 약을 투여 받은 당사자에게는 눈에 띄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다음 세대에서 질암, 자궁기형, 유산, 조산, 자궁외임신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 오랜 시간 후에 밝혀졌고 1971년에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30년동안 약 500만 명 이상에게 처방되었다.

그렇다면, DES와 같은 내분비교란물질(EDC)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분비교란물질은 크게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과 비잔류성 내분비교란물질(Nonpersistent EDCs, npEDCs)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특징과 종류 -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독성이 강한 유기물질로 세균이나 자외선 등에 의해 분해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생물농축을 일으켜 생태계에 오랜 기간 잔류한다. 처음 스톡홀름협약이 제정되었을 당시 총 12가지 화학물질이 채택되었으나 2017년까지 16가지 유기물질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분류에 추가되었다. 여기에는 농약류, 산업용 물질, 비의도적 공정 부산물로 생성원을 나누어 취급/생산을 금지하거나(부속서 A), 생산/취급을 제한하거나(부속서 B), 부산물로서 비의도적 발생을 저감하도록(부속서 C) 관리되고 있다.



  비잔류성 내분비교란물질의 특징과 종류 - 비스페놀 A(Bisphenol A), 프탈레이트(Phtalates), 파라벤(Parabens), 트리클로산(Triclosans, TCSs)과 같은 비잔류성 내분비교란물질은 비교적 짧은 반감기와 낮은 지용성을 갖기 때문에 체내에서 비교적 쉽게 배출된다. 우리가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대표적인 내분비교란물질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스페놀 A - 비잔류성 내분비교란물질로 플라스틱병, 식품용기, 유아용 젖병, 영수증과 같은 감열프린터 인쇄용지 등에 쓰이며 있으며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

프탈레이트 - 비잔류성 내분비교란물질에 속하며, 폴리염화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만들 때 부드럽게 하기 위한 가소제로 어린이 장난감, 화장품 용기, 의료기기 등에 사용된다.

폴리염화비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s, PCBs) -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되는 유기염소화합물로 전기 절연체로 사용된다.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olybrominated diphenyl ethers, PBDEs) -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되며, 브롬계 내연제의 대표적인 물질이다. 가구, 가전, 카페트 내연제로 주로 사용된다.

내분비교란물질이 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과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분비 교란물질은 내분비 신호전달체계에 끼어들어 마치 자신이 호르몬인양 행세하여 부적절한 호르몬작용을 나타낸다. 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하여 호르몬의 경쟁적 저해제로 작동하여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호르몬이 없는데도 호르몬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비스페놀 A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여성호르몬을 모방하는 작용을 한다. 체내 농도가 높을수록 소아의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으나 성조숙증과 관련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서 성인과 아동의 요중 비스페놀 A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비만 및 복부비만 위험도가 증가된다는 보고가 있었고, 중국인 코호트연구에서도 요중 비스페놀 A의 농도가 비만, 당뇨병과 연관이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프탈레이트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작용제 및 안드로겐 억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조기유방발육을 보이는 여아에서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은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으며, 비스페놀 A와 마찬가지로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고, 관련이 없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 프탈레이트에 과다노출된 산모로부터 출생한 아기는 성장과정에서 근육발달이 저하되었다는 관찰통계가 보고된 바 있다. 프탈레이트 농도의 증가는 성인과 아동에서 모두 체질량지수 및 복부비만과 연관성을 보인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단면분석에서 다양한 종류의 프탈레이트가 남성에서 복부둘레 증가 및 체질량지수 증가와 연관성을 보였다. 스웨덴 노인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PIVUS연구에서 모노 이소부틸 프탈레이트(Mono-isobutyl phthalate, MiBP)가 여성에서 복부둘레, 총지방량, 복부지방량 및 피하지방량과 의미있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멕시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요중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을수록 당뇨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프탈레이트 대사물이 인슐린 저항성 혹은 인슐린 분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폴리염화비페닐(PCBs)은 성인에서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T3 갑상선 호르몬이 낮다는 보고가 있고, 또한 PCB의 혈중농도가 높을수록 비호지킨성 림프종(non-Hodgikin lymphoma)를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s)의 농도가 높은 산모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TSH)농도를 낮춰 무증상 갑상선 항진증(subclinical hyperthyroidism)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PBDE 혈중농도가 높은 여성은 낮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임신가능성이 낮음이 확인된 바 있다.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 TCDD, DDT 등 여러 내분비 교란물질이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히스톤 단백질 변형(histone modification), 비번역 RNA(noncoding RNA, ncRNA)와 같은 후성유전학 변화(Epigenetic alteration)를 일으켜 불임이나 생식기능의 전세대유전 효과(Transgenerational effect)를 나타내는 것이 동물실험 모델을 통해서 확인되었다. 내분비 교란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체로 들어오며 지방조직에 축적되거나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되며, 환경이나 인체 내 농도가 ppt(parts per trillion)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에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태아 및 영유아시기가 내분비 교란물질에 대하여 가장 민감한 시기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특정기관의 발생시기에 맞게 연구를 설계하기란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또한 내분비 교란물질은 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가 아닌 역U자형의 비선형적 용량-반응관계를 보여 어떤 인구집단이 노출된 내분비 교란물질의 농도에 따라서 뚜렷한 양의 용량-반응관계를 보일 수도 있고, 음의 용량-반응관계를 보일 수도 있으며 아무 연관이 없게 나올 수도 있어서 결과 해석에 어려움이 생긴다. 또한 우리는 한가지 내분비 교란물질에 단독으로 노출되기 보다 여러가지 내분비교란물질의 혼합체에 노출되기 때문에 다양한 내분비 교란물질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맺는 말

  우리나라에서 90년대에 ‘내일은 늦으리’라는 제목의 환경보전 슈퍼콘서트가 열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먹고 마시는 물과 음식, 숨쉬는 공기, 안고 눕고 만지는 가구, 가전 등 생활하는 모든 인공물과 자연물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내분비교란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좀 더 많은 내분비학의사들이 내분비교란물질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하여 내분비교란물질과 함께 급증하는 내분비대사질환의 문제해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내일이면 늦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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