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7일 보스턴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 연수길에 올랐습니다. 제가 있었던 하버드 대학의 Joslin Diabetes Center 는 당뇨병 환자만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기관입니다. 매주 3회 당뇨병에 관련된 세미나가 열리며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뿐 아니라 모든 합병증을 치료하는 각 과가 모두 한 건물에 있어 진료와 연구에 있어 최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인규 교수님과 박중렬 교수님의 추천 덕분에 당뇨병 혈관 합병증 기전 중 한 가지인 protein kinase C(이하 PKC) 경로를 발견한 George King 교수의 연구실에서 실험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King 교수는 Joslin Diabetes Center의 research director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까지 방을 지키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고 너무 바쁜 일정 중에도 랩실 바로 옆에 교수연구실이 있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연구원들의 실험 내용을 챙기며 일로는 부지런하고 엄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자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연구실은 10명의 박사후 연구원과 2명의 연구원, 2명의 비서, 1명의 랩 메니저로 구성되어 있었고 유럽, 일본, 캐나다, 미국, 중국에서 당뇨병의 혈관 합병증에 대한 연구를 위해 온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의사들과 이학박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서로 유기적으로 잘 도와주고 협동이 잘 되는 실험실이었습니다. 망막의 pericyte, 신장의 podocyte, 대동맥의 내피세포, 그리고 PKC beta의 transgenic 또는 knock out mouse 모델에서 PKC 경로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 과제는 혈관신생과 내피세포의 줄기세포에 대한 인슐린의 작용을 알아 보는 것이었습니다. 뇌졸중, 심혈관 질환, 말초혈관 질환과 같이 당뇨병의 대혈관 합병증으로 인해 혈관이 막혔을 때 혈관신생에 관련된 골수 줄기세포의 기능과 수가 감소하고 혈관 생성에 관련된 성장인자가 결핍되어 조직의 허혈에 기여한다는 가설 아래 골수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인슐린 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하고 hindlimb ischemia 모델을 만들어 골수의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인슐린의 신호전달체계와 혈관재생에 관련된 성장인자들의 변화를 연구하였습니다. 의대 본과 3학년 때부터 경희대 내분비연구소에서 김성운 선생님께 실험을 배우기 시작하여, 삼성서울병원에서 내분비 전임의를 하면서 김광원, 이문규, 이명식 선생님으로부터 췌도세포에 대해 많은 실험연구를 배웠고 한림의대에서 조교수를 하면서 유형준 선생님으로부터 혈관세포에 대해 배웠던 탓에 조슬린 당뇨병 센터의 연구실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어서 매번 실험을 할 때마다 그 동안 실험을 같이 했던 여러 선생님들과 연구원들의 얼굴이 항상 떠오르며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임상적인 면에서는 조슬린 센터의 Dr. William Hsu 클리닉에서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짧은 시간에 많은 당뇨병 환자를 보아야 하는 현실과는 달리 하루에 5-6 명만 진료하는 상황이었지만 진료와 환자 교육 면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역시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슬린 당뇨병 센터에는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당뇨병 치료 추진회(Asian American Diabetes Initiative)가 결성되어 있어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아시아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맞춤 교육이 시행되어 여기에도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당뇨병 환자들 보다 식사나 운동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고 받더라도 한국식단으로 짜여진 영양교육이 없다 보니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당뇨병 환자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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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은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 대학들이 많아 학구적인 분위기 입니다. 보스턴 사람들의 차 번호판에 The spirit of America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전통이 있고 자부심이 강하며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최고주의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비교적 물가는 비싸지만 박물관과 음악회를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교육 도시이며 대중 교통이 잘 발달 되어 있어 전철과 버스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곳으로 공부를 하러 온 탓인지 아이들 학교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고 경쟁적이고 빡빡한 생활 탓인지 교통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뀔 때면 기다려 주는 넉넉함 보다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금방 빵~하는 경적음을 듣게 됩니다. 처음 보스턴에 도착했던 때는 3월 초인데도 거리의 여기저기에 내렸던 눈이 벽처럼 높이 쌓여져 있었고 한국의 봄이 아닌 추운 늦겨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연수와 계셨던 제주대 이대호 교수님과 후배 김승권 교수의 도움으로 쉽게 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철이 아니었던지라 어렵게 찾은 무빙세일 가구를 사러 간 사이에 자동차가 견인되기도 하였고 밤새 조립식 가구를 사다 만들어 가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간다는 것에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 4월까지도 오리털 파카를 입으며 출근해야 했지만 아이들 학교는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난방에 가져간 내복은 옷장 안에서 묵혀 지내야 했습니다. 5월부터는 비가 많이 와서 공부를 하기 딱 좋은 날씨이며 대부분 우산도 잘 쓰지 않고 외투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닙니다. 9월부터는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거리거리가 한폭의 그림 같고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는 춥고 눈이 많이 와서 휴교령이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끔 서로 모여 고향의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던 Joslin Diabetes Center와 보스턴에 와계신 많은 한국인 박사들과 교수님들,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던 선생님,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든 미국 땅에서 저희 가족에게 세례를 주시고 영적인 행복을 주신 보스턴 한인 천주교 신부님, 그리고 저희 연수가 무사히 잘 마칠 수 있도록 한국에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