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Seoul International Congress of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SICEM)이 4월 19일-22일 나흘 간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SICEM은 무엇보다도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47개국에서 1,688명 참가하였고 이 중 외국인이 336명이었으며, 초록은 총 332편이 접수되었다. 총 66개의 세션이 열렸고, 41명의 외국인 연자가 참여하였다. 그 동안 대한내분비학회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던 학술대회 국제화에 걸맞은 성과였다. 한국이 호스트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중 이 정도의 성장을 이룬 학회는 많지 않다. 필자는 SICEM 준비위원회의 일원이었으므로 완전히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이러한 성장은 SICEM 6년간의 지난한 노력이 이룬 축적된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타의 학술대회를 가보면 그 학회가 가지는 이미지가 있다. SICEM은 어떨까? 2013년 내분비학술대회가 국제학술대회 이름을 걸고 시작하던 첫 해, 외국인 참가자 수는 현재의 1/3 수준이었다. 하지만 SICEM에 참석했던 참가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쌓이고 그것이 학술대회의 이미지가 되면서, 적어도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내분비학 분야에서 반드시 참석을 고려하는 학술대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사진: SICEM 2018 청중 -
그렇다면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을 이끌어냈을까? 아니면, 질적인 성장이 양적인 성장을 유도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SICEM 준비 과정에서 뉴캐슬의 Philip Home 교수가 이끄는 Worldwide initiative for diabetes education group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뇨병 관리 분야에 있어 International summit을 진행하는데 SICEM에서 하나의 세션으로 참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왔었다. 이 분들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일을 진행하는데 전 세계에서 10개의 내분비 관련 학술대회를 선정하였고, 그 중에 하나가 SICEM이었다. 또한, 외국 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확실히 이전보다는 수월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또한 달라진 SICEM의 위상을 반증하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 Worldwide Diabetes International summit 세션 -
학술대회의 질적인 측면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프로그램과 연자 선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메이저 학술대회처럼 패러다임에 영향을 줄 만한 임상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아직 우리의 연구 규모나 영향력이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분비학회의 특성상 7-8개의 다양한 분야의 세션이 열리기 때문에 통일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SICEM에서는 하이엔드의 연구 성과를 가진 유명 연자들을 초청하고, 또 한 편으로는 각 분야의 최신 이슈와 경향에 대한 세션을 구성해 ‘얻어갈 것이 많은’ 학술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조 강연에는 각 분야 최고의 권위자들, Bulent O Yildiz (reproduction), Gerad Karsenty (bone), Gregory A. Brent (thyroid), Johan Auwrex (basic) 을 초청하였고, 4차 산업혁명과 의료라는 최신의 주제와 관련해 이석우 박사님을 초청해 새로운 안목을 들을 수 있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세션으로는 ‘The world`s most influential scientific minds in endocrionology 2017’ 이라는 제목으로 당뇨병, 신경내분비, 갑상선, 골대사 분야에 있어 작년 (2017년) 한 해 동안 출판된 연구 성과 중 가장 중요한 논문들에 대해 국내 권위자들의 눈을 통해 정리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외에도 Innovative therapeutics in the near futur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appropriate technology for healthcare 등 앞으로 다가올 의료의 모습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Clinical update와 Meet the professor 등 전통적인 세션들도 충실히 준비되었다.
- 사진: Plenary lectures -
개인적으로는 이런 main session도 좋았으나, 학술대회 공식 일정이 종료되고 있었던 preceptorship program이 잊혀지지 않는다. Preceptorship program은 SICEM에서는 처음 시도해 본 프로그램으로 아시아의 젊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내분비 각 분야, 해결이 어려운 질환의 임상적 접근 방법을 강의하는 자리였다. 아시아 국가들의 의료 수준이 생각만큼 표준화 되어 있지 않으며, 치료제, 진단 기구의 수준이 열악한 국가도 많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학술대회 자리를 통해서 앞선 의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강의 중간에는 조별 토론을 통해 개별적인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시아권 연구자들의 열기도 대단했거니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워하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오랜만에 뿌듯함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사진: Preceptorship 참가자들 -
이 외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 혹은 AI와 관련된 세션들이 추가되었고, 개회식과 일부 세션에서는 로봇이 등장하여 인사말을 하였다. User-friendly한 모바일 앱을 만들고, 비콘 방식의 알람/소개 기능을 추가하였다. 참가자들이 쉬어갈 수 있고, 볼거리가 풍부하고,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 사진: 행사를 진행하는 로봇: 퓨로 -
- 사진: e-poster 전시 및 휴게공간 -
학술대회는 기본적으로 경직된 행사이다. 대부분의 포맷은 정해져 있으며 따라서 그 포맷을 누구로 채울 건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그 동안 SICEM에서는 포맷과 내용 측면에서 부단히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고, 참가자들이 학술적 경험을 넘어서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SICEM은 이제 좋은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멋진 SICEM을 기대해 본다.
- 사진: Gala dinner 단체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