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성 당뇨 초파리 질환모델 시스템을 이용한 대사질환 연구
이규선(한국생명공학연구원)
현대 사회는 고령화와 더불어 식생활 습관 변화 등으로 암, 대사질환 및 퇴행성질환 등과 같은 노인성질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심각한 경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의 경우, 동서양을 막론 하고 빠른 증가세에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질환 예방 및 치료 전략의 발굴을 위한 병인 기전(pathogenic mechanisms)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대사질환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찾기 위해서 생체 내 뇌, 지방세포, 근육, 췌장 등과 같은 다양한 기관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주목 받고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총은 host의 생리활성 및 질환의 발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기존의 장내 공생 균총의 개념에서 최근 독립적인 생체 기관으로 인식 되고 있으며, 대사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서 장내 미생물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연구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생체 기관들은 혈액이나 체액으로 다양한 호르몬과 대사산물과 같은 원격조절인자 (remote controlling factors)를 분비하여 떨어져 있는 기관들의 생리활성 및 대사를 조절하게 된다. 이들 기관들의 상호 원격조절 기능은 생체내의 에너지 대사의 항상성 유지에 매우 중요하며, 원격조절인자에 의한 기관간 상호 작용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다양한 질환으로 발병하게 된다.
그 예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leptin)이나 adiponectin과 같은 다양한 adipokine은 뇌하수체의 신경펩타이드의 발현 및 기능을 조절하여 에너지 항상성에 관여하며, 근육에서 분비되는 myokine은 최근 대사질환 및 근육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원격조절인자로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원격조절인자에 의해 뇌, 근육, 지방세포, 췌장 및 간 등의 생체 기관들의 생리활성이 상호 조절되는 것을 기관상호작용 (interorgan communication)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암조직에서 유래되는 다양한 cytokine과 암세포 유래의 tumorkine에 의해서 암의 전이와 더불어 악액질 (cachexia)의 대표적인 증상인 식욕감소 및 체중감소, 근육 기능 저하 등이 조절된다는 것이 알려진 바 있다. 이와 같이 원격조절인자에 의한 기관 상호작용은 노화 및 대사질환, 암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병인 기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최근 당뇨 치료제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GLP-1 유사체의 경우에도, 장에서 분비되는 원격조절인자인 GLP-1 (glucagon-like peptide-1, incretin)의 기관 상호조절 기능에 기반하여 개발된 약제로 뇌신경계, 췌장, 간과 지방세포 및 심장 등 대사질환 표적기관 전반에 걸쳐 작용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 기관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다양한 원격조절인자 연구를 위해서, 조직특이적으로 유전자 발현 조작이 용이한 초파리 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약 100여년 전 유전학에서 처음 연구가 시작된 초파리 모델은 발생학, 신경학, 암생물학, 노화 등의 분야에 선구자적 기여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인간의 대사생리 및 대사질환의 동물 모델로서 재조명 되고 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Celera Genomics는 대표적 모델 동물인 초파리 유전체를 분석하여 자사의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하였으며, 13,000여 개의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밝혀진 초파리의 유전체는 인간의 질병 연관 유전자의 약 70%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뿐만 아니라 뇌신경계, 소화 내장 기관, 지방세포, 인슐린 분비세포, 근육 및 원시 심혈관계 등을 보유하고 있어 대사질환 및 노인성 질환 연구에 대한 기초 및 응용 연구에 활용에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포유류 췌장의 베타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슐린 분비세포에서 인슐린 유사 인자가 분비되어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혈당 조절, 개체의 성장 및 수명에 관여하고 있으며, 뇌하수체와 유사한 뇌신경계의 다양한 분비세포에서 신경펩타이드와 같은 신경호르몬을 분비하여 섭식행동, 생식 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사질환 연구를 위한 초파리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UAS/Gal4 시스템을 이용한 조직 특이적인 유전자 발현조절에 있다. 인슐린 분비세포를 비롯하여, 지방세포 근육세포 및 뇌 신경계의 다양한 신경세포 특이적인 Gal4 driver 라인을 이용하여 목적 유전자의 과발현 (overexpression) 및 RNA 간섭 (RNA interference)을 이용한 발현억제가 가능하여 질환 원인 유전자의 기능 연구가 용이하다. 또한 최근에 정립된 Ex vivo 배양 기술을 통해, 원격조절인자가 과발현된 조직과 원격조절인자 수용체 또는 하위 타겟 유전자가 변형된 조직의 co-culture를 통해 기관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원격조절인자 신호전달 경로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대사-신경생리 연구실(PI 유권/이규선)은 대사질환 병인 기전 연구를 위한 신개념의 초파리 모델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 연구팀에서는 초파리 모델을 이용하여 뇌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신경호르몬인 NPY (초파리 sNPF)가 인슐린 분비세포의 기능을 조절함을 보고 한 바 있으며 (2008), 초파리에 존재하는 adiponectin 수용체를 동정하여,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 대사질환에 연관되어 있음을 보고 하였다 (2012). 최근 고지방식에 의해 유도되는 비만성 당뇨 초파리 모델 제작을 통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TGF-beta의 새로운 타겟으로 TRB3/tribbles를 규명한 바 있다 (2016).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대사 신경생리연구실에서는 초파리 모델을 이용하여 기관 상호작용에 중요한 원격조절인자 신호전달 기전을 발굴해 나가고 있으며, 정상 대사 생리와 질환 병인 기전에서의 기관 상호작용의 동태를 분석하여 새로운 대사질환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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