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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 내분비내과 연수기

이유진 (국립암센터)

저는 2014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스탠포드 병원의 내분비내과에서 연수를 하였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개인 사정으로 휴직 후 2016년 1월에 귀국하였습니다. 연수를 가기 전에는 연수를 가기까지의 힘든 과정들 때문에 연수가 꼭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녀와서 그 기간 동안의 삶을 돌아보면 내분비내과의사로서의 경험 외에도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스탠포드 대학교는 1891년 릴런드 스탠포드에 의해 설립된 명문 사립학교로 스탠포드 대학이 위치해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5마일쯤 남쪽으로 내려오면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만과 인접해 있는 베이 지역이며 날씨가 온화하고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아 거의 매일 화창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실리콘 밸리가 인접해 있으며, 애플, 구글, 야후, 휴렛패커드 등 회사의 본사가 밀집해 있습니다. 많은 스탠포드 출신 졸업생들이 여기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IT 기업들을 창업하였고 현재까지 전 세계의 컴퓨터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는 약 16000명의 학생과 2100명 가량의 교원이 있어 약 1:4의 faculty 대 학생의 비율을 자랑합니다. 연구 중심의 학교로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캠퍼스 규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국에서는 가장 크며 캠퍼스 안에는 강의실, 기숙사 이외에도 memorial church, Cantor 아트센터, Rodin 조각공원, 후버타워 등이 있으며, stadium, 골프장, 각종 체육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은 1909년 설립되었으며 1959년 병원을 개원하여 현재는 스탠포드 의과대학, 스탠포드병원, Lucile Packard children’s hospital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15년 연구분야에서 전미 2위에 랭크 되었으며,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2:1에 불과하여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의 PI였던 Joy Wu 박사는 골다공증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연구자로 “basic and translational studies in bone biology and bone marrow hematopoietic and malignant niches”에 관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분비내과에서 각종 bone disease에 관한 진료를 담당하였습니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에서 갑상선질환 진료를 보는 의사는 닥터 Akatsu 및 닥터 Dosiou 2명이었으며, 이들은 research lab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실험실의 모습이나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실험 및 여러 미팅들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각자 담당 분야가 정확히 정해져 있고 본인의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실험 및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였습니다. 단 병원 외래 진료는 한국의 상황과도 제가 생각했던 바와도 매우 많이 달랐습니다. 미국의 학생, 전임의, 포닥 들은 여러 미팅에서 무엇이든 열심히 공부하고 확실하게 내 것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반복해서 교수에게 묻고 또 묻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만 학생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매우 쉬운 내용을 순진한 표정으로 교수에게 묻고 토론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랬습니다. 환자들에게서 매 진료 시 깍듯이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주며 병력청취, 신체검진을 열심히 하는 모습은 이상적인 진료에 가까워 보였으나, 1,2차 병원에서 넘어온 자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환자파악이 잘 안 된다던가 다른 부서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환자에게 제대로 내용 전달이 안 되는 부분들은 전미에서 랭킹을 다투는 병원의 시스템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었습니다. 모든 검사결과지들을 환자에게 인쇄해서 주고 자세히 설명하는 모습, 환자 개개인에게 직접 지시지를 작성하여 구체적으로 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들을 짚고 넘어가는 점, 1,2차 진료의사와 3차 진료의사간에 이메일이 시스템으로 공유되어 자료 전달 및 환자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점 등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갑상선질환이나 골다공증 등 환자의 치료에 관한 부분은 우리나라와 달리 어떻게 보면 매우 소극적인 진료를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꼭 필요한 검사 및 치료만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부러웠습니다.

미국의 생활은 병원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보내던 한국의 생활에 비해 매일 한번씩은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이었습니다. PI였던 Joy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의사들이 병원 내에서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그 외의 시간에는 가족들과의 화합 및 취미생활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며, 병원에서도 짬이 날 때마다 가족들과의 즐거운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하고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였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도 부모가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여름과 겨울에 각각 일주일 이상의 긴 휴가를 가지며 삶을 재충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의 빡빡한 삶을 떠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부대끼며 더 사이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맑은 자연을 누리며 삶의 여유를 느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은 제가 병원을 떠나 있는 동안 제 대신 진료 및 연구에 수고한 후배들, 그리고 여러 과정들을 조언해주고 도와주신 여러 선배 선생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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