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회 미국 당뇨병 학회는 2016년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되었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 상류에 위치하여, 과거 인디언들이 거주하다가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등의 영역싸움이 되었던 곳일 뿐 아니라, 특히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재해를 입었던 사연을 가진 도시였지만 재즈가 탄생한 재즈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자 항구 도시만의 낭만이 있어 인천에서 14시간 이상의 긴 비행 여정으로 쌓인 피로감도 금방 잊게 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번 ADA에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작년에 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사건과 심부전에 의한 입원을 크게 낮춘다고 발표되었던 Empagliflozin의 EMPA-REG OUTCOME 추가 분석 결과로 신기능 악화와 신대체 요법을 감소시킨다는 효과가 발표되어 당뇨병 연구자들을 열광시켰고 GLP-1 제제인 Liraglutide 의 심혈관 안정성 임상 시험인 LEADER 결과가 발표되어 오랜만에 GLP-1 제재가 주요 심혈관사건을 감소시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이탈리아의 Ele Ferrannini 교수가 발표한 SGLT2 억제제가 ketone 및 beta-hydroxydutyrate를 생성하고 이것이 기존의 지방, 탄수화물에 의한 에너지 대사에 비해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연료로 사용된다는 Thrifty fuel hypothesis는 EMPA-REG OUTCOME의 심혈관 사건 감소 기전에 대한 새로운 가설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당뇨병 학회의 최고 영예인 Banting 상은 하버드 의대 교수인 Barbara Kahn 교수가 수상하였다. 칸 교수는 지방조직의 내분비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연구를 주로 해온 분으로서, 에너지 저장 기관으로써 뿐 아니라 metabolism, inflammation, energy balance 에 관여하는 지방세포의 제 2형 당뇨병에서의 역할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또박또박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의를 마치면서 10대에 당뇨병을 진단받고 지금까지 매일 인슐린을 맞으면서 당뇨병 연구에 헌신해 온 자신의 긴 세월을 함께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에 많은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로 그 감동을 회답했다.

나는 이번 ADA에서 셋째날인 Beyond Basal Insulin in Type 2 Diabetes – Treatment Intensification Options 라는 세션에서 구연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동안 head to head trial 이 시행된 적 없는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인슐린과 병합하였을 때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비교에 관한 주제로 메타분석을 하였는데 영광스럽게도 ADA 와 같은 큰 학회에서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대와 설렘이 컸다. 앞서 발표한 대가 연구자들처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큰 긴장없이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아마도 발표장 곳곳에서 열렬히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 선생님과 동료들 덕분에 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뉴올리언스 학회장에서 오가며 지나다닐 때 마다 사람이 없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던 곳이 있었는데, 카페 드 몽드 (Cafe du Monde)라는 커피스탠드로, 카페오레와 설탕가루를 가득 뿌린 프렌치 스타일 도넛인 베녜(Beignet)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구연발표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교수님께서 사주셨던 설탕가루를 가득 뿌린 베녜의 달콤한 맛은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난생처음 외국에서 여권까지 분실하여 호되게 신고식을 치뤘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고 이렇게 넓은 학문의 장에서 대가들의 강의와 발표를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2017년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77회 ADA에도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