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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간행물
아이 둘과 고군분투하며 보낸 미국 스탠포드 의대 연수 기간
작성자 대한내분비학회 등록일 2020-01-23 조회수 1,921
Link URL http://endocrinology.or.kr/webzine/202001/sub7.html
아이 둘과 고군분투하며 보낸 미국 스탠포드 의대 연수 기간
작성자: 이은경(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



들어가며
   힘들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또렷해지는 시점에 연수기 원고를 청탁 받았습니다. 다행입니다. 마침 쌀쌀해지는 날씨에 구름 한 점 없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하늘이 슬그머니 그리워지던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연수기를 준비하던 지난 주말에는 힘든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세미나에서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는데 저는 절반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하고 놓친 부분들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꿈을 꾸었네요. 제 삶에서 가장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던 시간, 그것이 제가 보낸 1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수기관의 선택과 준비
   연수를 갈 시점이 다가오면서 여러 선생님들께 연수 다녀오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랩의 분위기들을 전해듣기도 하고, 그곳에서 가족들과 보내셨던 시간들, 그리고 연수기관 보스와 연락하며 잘 지내시는 모습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예전 홍보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보았던 선생님들의 연수기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과 함께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노라 적혀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많은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함께 가지 못하는 사정으로 혼자 남자 아이 둘을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수지의 치안도 중요했고 날씨도 중요했습니다. 기상 이변으로 휴교되는 일이 잦으면 제가 갑작스레 아이들을 챙겨야 할 거라서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서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아지는 것이 두려웠거든요. 그리고 힘들 때 한국에서 남편이나 가족 누군가 도움을 주기 위해 쉽게 올 수 있도록 직항 노선이 닿는 서부에서 연수지를 찾았고, 특히 팔로알토의 아름다운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매혹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욕심을 부려 제 연수지에서의 보스에 대한 로망을 가졌는데, 의사이면서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잘 하시는 분, 그리고 한 가지 연구 방법을 갖고 연구 대상을 조금씩 달리 하는 공장식 랩보다는, 평생의 중심 질문에 맞는 답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동연구를 하는 분, 그리고 현재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아가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만기 선생님과 저희 병원 이비인후과 류준선 선생님, 그리고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강현석 선생님의 도움으로 운좋게도 스탠포드의대 이비인후과 John Sunwoo 선생님께 연락이 닿았고, 그 분이 바로 그런 열정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11월부터 교수님께 메일을 드려서 최종적으로 확답을 받은 것이 1월, 그 후 과 비서를 통해 정식초청장(DS2019)을 받은 것이 5월 초, J1 비자를 받은 것이 5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식초청장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출국일자를 정해야 했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출국일자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1) 항공편 성수기 직전이면서 2) 아이들 한국 학교 방학이 시작될 무렵인 7월 둘째 주 즈음에 3)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는 피해서 제 마음대로 정했고, 결국 그것이 제 1년짜리 모험이 시작되었던 날이 되었습니다.
   연수 준비는 집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니, 살 지역을 정하는 것부터였네요. 살 지역은 아이들이 학교에 저 없이 통학할 수 있는 곳이면서 두 아이의 학교가 한 곳이거나 가까이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제가 동시에 학교 두 곳을 갈수는 없고 또 데리러 가는 시간과 노력이 제게 짐이 될까 두려웠거든요. 그러다 운좋게 원하는 위치의 집을 구했고 또 운좋게 스탠포드에서 연수를 마치고 곧 귀국하실 분의 차를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들어갈 집이 있고 몰 차가 있다니 정말 기대 이상의 출발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1)(사진2).

사진 1. 가을이 찾아온 아파트 앞 / 사진 2. Lokey building의 멋진 조형물

사진 2. Lokey building의 멋진 조형물


방문교수로서 보낸 Stanford University Lorry I. Lokey Stem Cell Research Building에서의 생활
   Sunwoo 교수님은 이비인후과 의사로, 캠퍼스 내에서 NK cell guy라고 불릴 정도로 NK cell의 분화와 기능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분이었습니다. 본인의 환자 명단 중에 추후 연구 대상이 되는 환자들을 골라 연구 간호사와 연구실의 박사후 연구원들에게 미리 연락하고 수술 당일 연구 간호사가 연구실로 조직을 가져오면 박사후 연구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전처리 및 실험을 하는 것이 아주 기본적인 실험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진 3). 그 과정 자체는 한국과 다르지 않았지만 진행하는 실험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결과들을 넋놓고 쳐다보던 여러 실험들, 특히 cell sorting, single cell analysis와 patient derived xenograft model, organoid가 스탠포드에서는 매우 보편화 되어 있어서 관심있는 특성을 가진 환자들의 조직으로 해당되는 실험들을 진행하며 그 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세 가지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하나는 갑상선암 조직을 이용하여 새로운 염기분석을 시도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실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까다로워서 매번 2개 이상의 검체를 처리하지 못하는 박사 과정 학생과 함께 한두 달을 고군분투했고 처리한 검체를 중앙 분석실에 보냈지만 크리스마스 전후 서버의 정기점검 기간에 걸려 지루하게 기다렸습니다. 그 때 마침 크리스마스 휴가로 학교까지 휴업이었어서 훌쩍 로드 트립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는 새해가 밝아 드디어 실험 분석 결과를 받아들었는데 정상조직에서의 결과가 예상에서 벗어나 꽤나 낙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간단하지만 너무도 새로웠던 실험 몇 가지를 배우는 것이었는데, 그 와중에 한번 쓰고 휙 버리는 그 일회용 실험 도구들이 어찌나 아깝던지… 소문으로만 듣던 미국 연구실의 풍요로움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거대한 폐기물 박스들이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사진 4). 마지막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 중인 갑상선암 세포주를 이용한 분석입니다. 실험은 늘 그렇듯 잘 되다가도 어느 순간 안 되고, 포기할 때가 되면 또 다른 돌파구가 찾아지고… 결국 한국에 들고 와서 진행 중입니다. 연구원들이 헤어질 때 다들 한국에 가서 잘 마무리하라고 해서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사진 5).

사진 3. John B. Sunwoo 교수님 연구실 송년회

사진 4. On-Chip sorter

사진 5. 송별회 후 연구실 사람들이 남겨 준 메시지


외국인 엄마로서 보낸 Palo Alto에서의 생활
   돌아보면 감사한 일이 참 많습니다. 마침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스탠포드로 연수 오신 여의사들이 네 분이나 계셔서 이리저리 많이 의지하며 지냈고, 가족과 함께 오신 여의사들과 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선후배님들도 계셔서 좌충우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자주 교류하고 지냈습니다. 나중에는 같은 학교 한국인 학부모들, 같은 반이면서 같은 아파트 사는 학부모와도 친해져서 그럭저럭 정붙이고 살았네요. 첫 한두달 사이에는 자동차 면허시험, 핸드폰/인터넷 개통, 가구 구입과 조립과 같이 정착에 대한 이야기들로,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의 학교, 캠프 적응에 대한 상담, 그리고 딱 1년전 이맘 때는 크리스마스 전후의 겨울방학 여행 계획, 막판에는 다시 귀국 준비까지 많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울고 웃었습니다.
   외국인으로 보통 수준의 삶을 큰탈없이 보내는 것이 참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라는 걸 느끼면서 새삼 우리 나라에 와있는 외국인들에게 기회가 되면 도움을 주어야 겠다는 뜻밖의 결론까지 이르렀습니다. 분명히 아는 단어들인데도 농담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저도 모르게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이 뭔가 안경을 쓰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사진을 열어볼 때면 너무도 파란 하늘이 그리워지고, 좁은 골목길을 운전하다보면 동네 한 블록의 규모가 이렇게 다른가 싶고, 또 촘촘히 진열된 한국 슈퍼마켓에 들어가면 어수선했던 미국의 세이프웨이가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빙그레 지어지네요. 이런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주신 저희 기관 여러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려봅니다.

사진 6. 스탠포드 내의 DISH

사진 7. 그랜드 서클 여행 중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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