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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간행물
COVID-19 시기의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연수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1-04-28 조회수 665
Link URL http://https://endocrinology.or.kr/webzine/202102/sub9_1.html

COVID-19 시기의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연수기

김남훈(고려의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연수를 다녀온 지도 벌써 9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바쁜 일상에 묻혀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문득 미국에서의 연수 생활이 떠오르곤 합니다. 먼저 연수를 다녀오신 선생님들께서 연수 생활은 인생의 쉼표와 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제가 샌디에이고에 있었던 2019년 가을에서 2020년 여름까지의 기간은 다소 어지러운 시기였습니다. COVID 와 더불어 시작된 셧다운, 흑인 폭동, 미국 서부의 산불, 그리고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참으로 혼란스러운 때의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이, 좋은 추억들 만이 기억에 남아 그 때를 떠올리게 됩니다.

  미리미리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연수 기간이 정해지고도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부랴부랴 연수지와 연수 센터를 찾아보느라 정신 없는 기간을 보냈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대사비만수술과 위장관 대사에 관련 연구를 하는 센터를 가보고자 시애틀과 몇몇 군데 메일을 보내 보았지만 메일을 읽었는지 확인도 안되는 채로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습니다. 이러다가 아예 연수를 떠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 구세주처럼 당시 연수를 떠나 계셨던 구보경 교수님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UC San Diego에서 역학 연구를 주로 하는 곳이었고, 연구 계획서를 먼저 보내서 컨펌을 받으면 연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쓴 연구계획서를 보내고 수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연수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DS2019를 받기 위한 프로세스였는데 우리나라였으면 1주일이면 끝났을 과정을 수 개월 동안 느릿느릿 처리하는 걸 보면서 애가 탔습니다. 마침내 DS2019를 받고 미국 대사관에 가서 비자 인터뷰를 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인터넷으로 집을 계약했습니다. 겨우 1년을 지내는데 그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할 줄은 몰랐습니다. 출국하기 며칠 전부터는 커다란 이민 가방에 온갖 짐들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네 식구였기에 사람 수에 맞춰 8개의 이민 가방과 대형 캐리어를 싸고 각자 가방을 또 메고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야 비로서 한국을 떠나는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LA 공항에 도착한 때가 8월 중순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바람이 선선했습니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머리 안은 복잡한 채로 샌디에이고로 향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먹을 것을 좀 사고 집을 청소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식구가 도착했을 때 전 주인이 떠난 직후라 호텔에 머물지 않고 바로 입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 가구도 없는 집에 가져온 얇은 이불을 깔고 네 식구가 미국에서의 첫 밤을 맞았습니다.

  그 후로 한 달여를 정착하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 학교를 찾아가 등록하고, 차와 가구를 구입하고, 대학에 가서 PI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PI 교수님은 Matthew Allison 교수님으로 주로 CVD epidemiology를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을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전형적인 쿨한 미국인 캐릭터를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no problem` 이었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찌나 마음이 놓였는지, 그 후로 가장 좋아하는 영단어가 no problem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다양한 CVD risk factor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MESA, SOLA, NHANES, NHS, FRAMINGHAM 등 원하는 데이터에 접근이 어렵지 않았고, NIH 중심으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연구비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같은 랩에 한 펠로우는 갖 대학을 졸업한 친구인 데도 간단한 디자인으로 20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MESA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연구가 다른 연구와는 다르게 아시아인을 포함한 다 인종 데이터였기에 아시아인의 심혈관-대사 질환 위험을 다른 인종과 비교하여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허가 받았던 연구계획서대로 MESA 데이터 신청을 하고 데이터를 받기 까지는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펠로우, 연구원들이 모여서 일하는 공동 연구실이 있었는데 대학과는 길 하나를 건너야 하는 약간 동떨어진 곳에 있었고, 미국 답지 않게 해가 잘 들지 않는 건물이어서 저는 주로 UCSD 안에 있는 Geisel 도서관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Geisel 도서관은 샌디에이고에서도 유명한 건축물로 새 둥지 혹은 UFO를 닮은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특이한 정책을 가진 도서관인데 지하 1층과 1층은 active learning 이 가능한 곳으로 사실상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공간이었습니다. 토론은 물론이고 잡담과 식사까지 가능했고, 좌석도 자유로운 배치를 하고 있어서 거의 누워서 책을 보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러닝 머신이 있어서 운동을 하며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2층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자유도가 감소하는데 마지막 8층은 한국의 도서관처럼 소음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4층 이상으로 올라가면 캠퍼스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기에 주로 4층 이상을 이용했습니다. 대부분의 좌석이 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도서관에 들어가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고 텍스트북을 읽었습니다. 햇살이 비추는 도서관에서 아무런 방해없이 공부할 수 있는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한 달여가 지나서야 데이터 승인을 받을 수 있었고, weight-adjusted index (WWI)와 복부 지방, 근육량과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는데, WWI가 모든 인종에서 지방량과는 양의 상관관계를, 근육량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평균과 분포에 있어 인종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BMI나 WC에 비해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body composition index 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 미팅에서 결과를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고 Allison 교수님은 발표 끝나자마자 이걸로 몇 편의 논문이 나올 수 있겠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주셨습니다.

  영어 공부에 대한 욕구가 큰 상태로 미국에 갔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영어 회화 클래스를 알아보았고 주변의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여 다니게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온갖 인종의 사람들과 회화 공부를 하였는데 실로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커뮤티니 칼리지의 영어 교육의 목적이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고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저에게는 전혀 해당되지도 않을 자기 소개서 쓰기, 인터뷰 연습하기 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마이너리티로 사는 것을 경험한 것인데, 주변부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실력이 통 늘지 않는 것 같아 UCSD에서 연결해 주는 1:1 영어회화에도 참여하였습니다. 그래도 영어는 늘지 않고 눈치와 뻔뻔함만 늘었습니다.

  어느 정도 미국 생활에 적응이 되었다 싶었을 때 COVID-19 outbreak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마이너였던 저희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셧다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가 가장 먼저 닫았고 차례대로 회사와 음식점, 해변가를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에 대한 셧다운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 서부에서의 셧다운은 실로 강력한 조치여서 코스트코와 월마트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공원과 산책길마저 셧다운이 되었을 때는 정말 뭐를 해야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Geisel 도서관을 갈 수도 없었고, 랩미팅은 주 1회 줌으로만 이루졌습니다. 한 달이면 되겠지 했던 셧다운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러다 한국에 가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결국 귀국할 때까지 학교는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나가지 못해 랩의 친구들과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 더없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국립공원이 제한적으로 문을 열었고, 덕분에 보다 여유로운(?) 서부 국립공원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답답한 상황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여유로운 생활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예전과 같은 바쁜 일상에 묻혀 있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연수지를 어레인지해주신 구보경 교수님과 무빙 세일에 맞먹는 생활용품을 전해주신 이상렬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병원이 바쁜 시기에 연수를 허락해 주신 김신곤 교수님, 그리고 저의 빈 자리를 메워준 저희 내분비내과 식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사랑했던 Geisel 도서관>



<셧다운과 사재기의 흔적>

<집에서 10분 차를 타고 가면 보였던 석양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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