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7일부터 30일에 걸쳐 대만에서 열린 제11회 세계당뇨병연맹 서태평양지구 (IDF-WPR) 학회 및 제8회 아시아당뇨병학회 (AASD)에 참석하였다. 한국에는 때이른 추위가 찾아와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타이페이에 도착하니 후덥지근한 아열대의 날씨였다.

  서울의대 명예교수이자 을지의대의 석좌교수로 계신 이홍규 교수께서 평생 동안의 탁월한 업적으로 “유타카 세이노 리더십 상”을 수상하셨다. 10월 29일 아침에 수상 기념 강의를 하셨는데 새 영화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 “Mysterious Beasts Causing Syndrome X & How to Find Them”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강의를 하셨다. 물론 그 beasts는 이홍규 교수께서 몇 십년 간 연구해 오신 미토콘드리아와 관련 있으며 그 정체는 최근 이홍규 교수께서 집중해서 연구하고 계신 잔류유기오염물질(POPs,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이다. 그 동안 학자로서의 저니(journey)에 대해 회상하시고 어떻게 미토콘드리아와 POPs 연구에 집중하게 되셨는지 차분히 강의해 주셨다. POPs 연구와 관련해서는 측정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경희대 김영미 교수와 같이 cell based assay using arylhydrocarbon receptor (AhR)를 개발하셨다. 강의 말미에 “Mysterious Beasts causing Syndrome X are Environmental Pollutants.”라고 강의 제목에서 던진 질문에 답을 주셨고 또한 “You Can Find Them with Cell Based Assays and Chemical Methods.”라고 해결책도 던져 주셨다. 다시 한 번 이홍규 교수님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본 학회에서 여러가지 흥미로운 강의 세션이 있었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시아인의 혈당 조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AASD DM Guideline Symposium이었다. 가장 큰 홀에 가장 많은 청중들이 참여하였다. 우선 아시아인 당뇨병의 특징에 대해 일본의 유타카 세이노 교수의 강연이 있었고 이어서 GLP-1RA, SU, AGI, TZD, DPP4i, SGLT2i, 및 insulin 에 대해서 아시아인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메타분석하여 그 효과와 장단점을 비교하였다. 필자는 DPP4 억제제에 대한 강연을 하였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곧 AASD DM guideline이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만찬과 함께 이루어진 Culture Night 행사도 흥미로왔다. 특히 대만 원주민의 민속춤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대만에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중국 본토에서 중국인들이 건너가서 대만을 점령해버리는 바람에 현재 원주민들은 산간지대에 주로 산다고 한다. 가까이서 생긴 모습을 보니 중국인과는 당연히 거리가 멀고, 필리핀이나 말레이인을 닮았다. 예전에 박사학위 연구를 할 때 아시아인의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를 하다가 대만 원주민들이 F형의 미토콘드리아 DNA 일배체형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었다. 이는 아시아의 해안선을 따라 이동한 사람들의 특징적인 미토콘드리아 DNA 일배체형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오세아니아에 사는 사람들이 이 일배체형을 많이 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부가 이 일배체형을 가지는데 다른 미토콘드리아 DNA 일배체형보다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사실을 이전에 일본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표한 적이 있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하면서 같이 어울려 민속춤을 추는 흥겨운 Culture Night였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였는데 모두 대한내분비학회 추계학술대회와 날짜가 겹쳐 국내 학회가 썰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들을 하였다. 한국 연구자들이 많은 발표를 하고 세션을 주도하는 등 우리 나라 당뇨병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분 좋은 학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