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대한내분비학회

전체메뉴

대한내분비학회 내분비질환 관련 임상 및 기초 연구자들의 학술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해외 연수기 (기관 소개)

Home > 학회지&간행물 > 내분비 소식지
  • 글자를 크게
  • 글자를 작게
  • 현재 페이지 프린트하기
학회지&간행물
MICHR 연수기
작성자 김신곤 등록일 2015-01-27 조회수 326
 연수기관 : MICHR
 글쓴이 : 김신곤 (고려의대 안암병원)

  앤아버에서 임상시험 세계화의 꿈을 엿보다

 몇 년을 미루다 정교수로 테뉴어를 받고 떠난 연수이니, 연구년 겸 안식년으로 느껴질 만한 늦깎이 연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 매번 여유 없이 지내고 밤 늦게 집에 들어가는 제가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해 보이기도 했는지 아내가 제가 관련된 일의 수를 헤아려준 적이 있습니다. 학교와 병원, 학회, 종교단체, NGO 등 제가 관련된 30여개의 타이틀이 헤아려지자 저도 아내도 이렇게 정신 없이 살아선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 없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런데 관여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난다는 건 무책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정리하고 가자며 미룬 게 늦깎이 연수의 이유가 되었고, 떠나기 전까지는 이번에도 못 갈 거라며 확신하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선진 연구와 시스템을 배우고 적용,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연수 본연의 목적 이외에도, 제 경우에는 삶의 여유를 회복하고 가족들에게 충성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 역시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내세울 만한 성취도 별로 없는데, 내분비학회 소식지를 포함하여 두 곳으로부터 동시에 원고 요청을 받고 난감했습니다. 두 곳의 담당 선생님들 모두 양보하지 않고 강권하는데다, 필자의 소박한 경험이 연수를 준비하는 후배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고, 선배 선생님들에게 가벼운 읽을거리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용기 내어 글을 써봅니다. 금번 내분비 소식지에는 제 연수지였던 앤아버를 소개하고, 제가 연수지를 결정한 방식과 연수 내용 중 주로 임상시험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시는 대로 연수지를 결정하는 방식은 본인이 관심 있는 영역의 연구자를 찾고 그 이후에 지역을 골라 지원하는 방식과 연수 지역을 먼저 고른 후 관련 연구자를 찾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별됩니다. 제 경우는 후자입니다. 미시간대학이 있는 앤아버에 친척이 있고 가족들이 저보다 먼저 그곳으로 떠난 상황이었기에, 가족들로부터 독립하려는 간 큰 남자가 아니라면(?)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앤아버는 휴런 강가에 있는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입니다. 1824년 존 앨런과 엘리샤 W. 럼지가 처음으로 지역사회를 세우고 앤아버라고 명명했는데, 마을 이름은 두 사람의 부인 이름(둘 다 Ann)과 지역에서 자생하는 수목(arbor)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많은 숲들을 경험할 수 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자연환경과 공부여건도 좋고 인종차별과 범죄도 적어 매번 미국에서 살기 좋은 10대 도시에 꼽힌다고 합니다. 작은 도시이다 보니 시골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미시간 대학 이외에는 별로 갈 곳도 없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들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으로는 이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한 모처럼 가사일도 돕고 아이들과도 많이 대화하고 여행도 다니며(그림 1), 좀더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한 기간이었다는 생각에 앤아버는 앞으로도 제 인생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앤아버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미식축구입니다. 인구 10만이 사는 도시의 미식축구 스타디움은 무려 13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그림 2). 시즌에는 매주 토요일에 경기가 열리는데, 이 때에는 다양한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경기 전날부터 인근 도시로부터 몰려온 사람들이 스타디움 근처 학교의 주차장 등에서 캠핑을 합니다. 캠핑카의 주차료가 300불 정도이고, 일반 차량도 경기장에 가까운 주차 공간일수록 가격은 올라갑니다. 때문에 멀게는 4km 외곽에서부터 주차한 후 경기장으로 사람들이 걸어오곤 하는데,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이 행렬은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주차료 덕분에 스타디움 주변에 있는 학교와 교회, 그리고 일반 주택에서는 이 날 상당한 수익을 올립니다. 흥미롭게도 경기 전날부터 비행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비행기 꼬리에 경기홍보를 하는 프랭카드를 달고 다니고, 하늘에 M자를 멋지게 써놓기도 합니다(그림 3). 또한 퇴근할 때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편단심으로 응원연습을 하는 치어리더팀을 보게 됩니다. 경기 시즌에는 매일 연습을 하는데, 언제 공부를 하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들 합니다. 사실 경기 룰은 잘 몰라 미식축구 자체는 우리 가족에게 별다른 흥미를 주지 못했지만, 경기를 앞두고 벌어지는 여러 볼거리만큼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제가 주로 주목해야 하는 영역은 임상시험이었습니다. 연수 떠나기 전 필자는 소속 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임상시험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몇 년 후면 우리 센터의 국가지원이 끝나기 때문에 이후 임상시험센터의 자생방안과 국제화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앤아버의 미시간대학에서 임상시험 벤치마킹을 하기로 생각한 후, 우선 그곳 Michigan Institute of Clinical and Health Research (MICHR)의 수장으로 있던 종양학 전공의 Kenneth J. Pienta 교수를 접촉했습니다. Pienta 교수는 Society for 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의 president로 일하고 있는 임상시험 분야의 대가입니다. 해서 Pienta 교수를 본원이 주관한 ‘국내임상시험센터의 국제화 전략’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의 연자로 초청했고, 이 때 연수 및 collaboration과 관련한 내용을 타진했습니다. 이후 제 전공이 당뇨병이었기 때문에 Pienta교수를 통해 미시간 당뇨병센터에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Roidica Pop-Busui 교수를 소개받았습니다. Rodica교수는 미시간 대학의 전통을 이어받아(우리가 많이 활용하고 있는 Michigan Neuropathy Screening. Instrument (MNSI)가 이곳에서 고안되었습니다), ACCORD, BARI2D, DCCT-EDIC의 자율신경병증 관련 연구의 PI로 활동한 이 분야의 전문가이자, 미시간대학에서 임상시험분야의 소위 ‘rising star’로 회자되는 분입니다.

좋은 연수였다고 평가되기 위해선 연수 기간 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Rodica교수와 공동연구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논의했고, 이후 인적교류, 상호교육 등을 통한 collaboration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시간대학과 필자의 소속 대학 내분비내과 사이의 MOU를 추진하였는데, 최근 허가가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3월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Key Issues in Global Clinical Trials’이라는 주제의 임상시험센터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이 때 Rodica교수를 초청해 좋은 강의도 듣고 저희 병원과 과도 소개하며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미시간대학의 내분비내과와 연구진, 그리고 공동연구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시간 의대의 임상시험센터격인 MICHR은 확실히 선진적인, 어떤 의미에선 아직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2006년도에 MICHR의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하여 이듬해 NIH로부터 5년간 grant를 지원받는 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 Awards의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MICHR은 임상과 중재 연구자를 위한 촉매적 동반자가 되어 지역, 국가, 세계적 범위에서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educating, funding, connecting 그리고 supporting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16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미시간 대학의 임상연구를 아이디어부터 실행까지 구체적으로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A4 용지 한 장 정도의 연구 아이디어를 내면, MICHR의 전문가들이 그룹미팅을 통해 본격적인 연구 가능성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고 프로포잘에 대한 editorial 지원과 약물과 기구의 지원, 공동 연구자와 관련 펀드를 물색하는 일까지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임상 연구의 수행과 논문 완성에 이르기까지 20여개의 단계마다 연구자의 요청이 있으면 다양한 실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MICHR은 신진연구자를 발굴하고 연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100여개의 워크샆이 열리고, 여름에는 관련 집중캠프가 운영되며, 신진 연구자를 위한 1-2년 기간의 장기 멘토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MICHR을 보면서 좋은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것은 훌륭하고 헌신된 실력 있는 리더와 풍부한 재정, 그리고 잘 형성된 문화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재정과 관련해 말하자면 임상시험의 오버헤드가 통상 40-60%에 달합니다. 우리의 경우 15% 내외임을 생각할 때 엄청난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임상시험의 세계화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한 경로는 선진국으로부터 표준화된 임상시험과 글로벌한 임상시험 환경을 adoption하는 것입니다. 또 한 경로는 우리 것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마치 김치의 세계화처럼 말입니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국제적인 주관연구자(principal investigator)를 배출하며, 세계적인 연구를 선도하는 그런 세계화 말입니다. 이제까지 우리의 임상시험이 첫 번째 경로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 두 번째 경로, 즉 우리가 중심이 되어 진행한 임상시험이 국제적인 권고안과 환자의 치료에 변화를 가져오는 그런 적극적인 의미의 세계화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 헌신도, 성실함 면에서는 미국의 어느 연구진에도 뒤지지 않는 한국의 연구진들이 병원과 학교, 그리고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가운데 국제적인 임상시험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국내를 넘어 전세계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할 그런 날을 꿈꾸어 봅니다.

연수기간 동안 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수고해주신 선후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상단으로 이동

Copyright ⓒ The Korean Endocrine Society. All rights Reserved

  • [04146]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09 롯데캐슬프레지던트 101동 2503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6-82-31113
  • 대표자 성명 : 정윤석
  • Tel : 02-714-2428 | Fax : 02-714-5103 | E-mail : endo@endocrinology.or.kr
SNS
instagram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