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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수기 (기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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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간행물
UC Irvine 연수기
작성자 김혜순 등록일 2015-01-27 조회수 505
 연수기관 : UC Irvine
 글쓴이 : 김혜순 (계명의대)

해외 연수기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고 생각해보니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지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인사말씀은 한결같이 건강히 돌아와서 반갑다와 돌아와서 적응하기 힘들지 않는지 걱정해 주시는 말씀입니다. 1년 간 연수를 마치고 왔지만 그 시간은 내 인생에서 다른 차원의 세상이었고, 여기 한국에서 생활은 언제나 변함 없는 제 자리인 것 같습니다. 적응이 필요 없는!

 
 UC Irvine 연수기

저는 2012년 9월부터 1년 간 미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UCI) Medical Center에서 연수를 하였습니다. 1965년에 캘리포니아 해변가에 설립된 대학으로 역사는 짧지만 미국에서 살기 좋은 10대 도시에 꼽히는 어바인에 설립된 풍족함과 여유로움이 넘치는 명문 주립대학이라는 명성이 헛소문은 아니었습니다. 어바인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도시로 주도인 새크라멘토, 행정중심지인 산타아나가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고 디즈니랜드가 있는 에너하임이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인구는 11만명에 불과하지만 LA와 샌디에이고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면서 두 도시가 자동차로 1시간 거리 내에 있고, 주변에 휴양지와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도시 중심가는 높은 빌딩과 많은 자동차들이 분주한 도시 냄새를 풍기고, 외곽에는 고급 주택들과 교육열 높은 학교들이 넘치는, 기후 마저 좋아 살기에 완벽한 곳으로 생각됩니다. 주거비를 비롯한 물가가 높은 것만 제외하구요. 어바인은 1864년 제임스 어바인을 비롯한 몇 명이 멕시코 토지를 받아 목장과 농장을 운영하면서 형성된 마을로 1960년대 민간업체인 어바인컴퍼니를 중심으로 저명인사와 교육기관 등이 참여하여 계획도시를 건설하여 1971년 12월에 공식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계획도시답게 문화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노숙자나 범죄사건이 드문 쾌적한 도시입니다. 제가 연수하고 있는 동안 UCI 캠퍼스에서 전직 경찰이 상사의 딸을 살해한 총기사건이 있었는데, 유래 없는 일로 도시가 들썩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내에서 20분 거리에 뉴포트비치, 헌팅턴 비치, 롱비치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이는 아름다운 해안과 남쪽으로는 샌디에고 인근의 라호야비치, 신지혜, 최나연, 이소연 등 자랑스런 한국 여자골퍼들을 볼 수 있었던 칼스배드(사진 1) 등 많은 명소들이 자리잡고 있어, 당시에 못 느꼈던 것들이 지금 새삼스럽게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1년 간 지냈던 연구소는 UCI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Ping Wang 교수가 디렉터로 있는 diabetes research center이었습니다. 포스트닥터들이 주체가 되어 세 그룹이 각각 바이오인포매틱스, 유도줄기세포 연구, 그리고 1차 배양 심근세포를 주로 하여 mitochondrial Akt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이 낯설면서도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교수도 Ping으로 통하고, 포스트닥터도 연구원도, 저도 모두 이름으로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하지만 저는 아직도 교수께 이메일을 할 때 깍듯이 Prof. Wang으로 호칭하고 있네요). 제가 연구소 일을 시작할 즈음 circadian rhythm & metabolism의 대가인 UCI 생화학 교실 Paolo Sassone-Corsi 교수의 도움으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첫 미팅에서 개념정리를 해서 발표를 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실험실에 한국사람도 없고 막막했지만, 시작하는 연구이니 열심히 준비하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연구소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주중에는 남편과 번갈아 가면서 아이들 학교 등하교 시키고, 주말에는 다시 오지 않을 미국 서부여행도 해야하고, 틈틈히 캠퍼스 주변의 명소들도 다니면서 연구원들과도 잘 통하지 않는 농담을 하며 시간은 잘 지나갔습니다(사진 2). 심장, 심근세포는 circadian rhythm이 중요한 기관이며, 연구소에서 주로하는 Akt도 주기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단 Akt, pAkt의 세포내 발현과 mitAkt 발현의 oscillation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circadian master gene에 의한 영향을 overexpression과 KO model을 이용해 볼 수 있겠다는 다소 장황한 계획과 개념정리를 해서 발표하고, 막상 실험을 시작하는데 2달 이상 시간이 지났던 것 같습니다(사진 3). 하루하루는 한국보다 느리고 지루하게 혹은 여유롭게 지나가는데, 1주일과 1달은 화살같이 지나갔고 심지어 지난 1년은 도둑맞은 듯 지나가 버렸으니 정말 알 수 없는 차원의 미국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수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가족, 특히 아이들과 보낼 수 있었던 시간들입니다. 지금도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가 주말마다 하는 이야기-대구가 친한 친구도 많고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친척들이 있어서 더 좋지만 엄마가 더 이상 미국에 있던 엄마가 아니야!!- 하는 말에 한 번씩 울컥한 마음이 듭니다. 추수감사절, 겨울 휴가, 봄방학 그리고 여름방학 등 쉴 수 있을 때마다 ‘우리 가족이 미국 여기여기를 다 같이 여행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하면서 열심히 여행 계획을 세웠었죠. ‘귀국하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 다녀야겠다. 우리아이들은 설악산도 아직 못 봤지’ 하면서요. 거대한 자연을 가진 미국은 복 받았고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즐길 수 있게 다듬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특히 옐로우 스톤 여행 후 마지막으로 들른, 록키산맥에서 이어지는 Grand Teton의 웅장한 산과 아름다운 호수는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일정을 아쉽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귀국하기 불과 3주 전에 급하게 캐나다 여행을 준비하게 만들었습니다. 준비해 간 재산은 탕진하고, 귀국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어쩔 수 없이 한국 카드를 쓰자고 남편과 동의를 하고 저희 가족은 시애틀을 거쳐 미국 국경을 넘어 캐나다 록키 산맥을 기어이 보고 왔고 지금도 여행 중 가장 잘 한 것이었다고 뿌듯해하고 있습니다(사진 4).

고단한 내과의사, 의대교수 생활에서 1년간의 연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쉼표를 찍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진료의 부담 없이 온 종일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하고 커피를 마시고 틈틈히 실험(?)을 해도 눈치 볼 필요 없는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돌아와서는 이곳이 제 자리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학교, 병원의 일상에 돌아왔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짧았지만 1년 연수 기간 동안의 경험과 휴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10년을 계획하면서 연수기를 마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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