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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 맥주 아는만큼 맛있다
3편 맥주의 원료와 제조법

천안 엔도내과의원 윤석기

  술(주;酒)의 한자의미는 水(물수) 라는 글자와 酉(닭, 서쪽, 익을) 라는 글자의 조합입니다. 술을 빚는 뚜껑이 있는 밑이 뾰족한 항아리 모양에서 온 상형문자이다. 술이라는 의미는 술 항아리에서 익은 곡주에 물을 첨가하여 걸러짐으로써 유래한 글자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맥주를 뜻하는 비어(beer)의 어원은 첫 번째 설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beus-(찌꺼기, 맥주효모)’가 게르만 조어 ‘beuzan(beer)’으로 변형되었고,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 ‘bēor’가 되었다. 이 단어가 중세 영어 ‘bere’가 되면서 최종 ‘beer’로 정착을 하였다. 두 번째 설은 라틴어 ‘비베레(bibere : 마신다)’에서 단어가 파생되었다는 설로 이 비베레가 오늘날의 ‘비어(beer)’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세 번째 설은 게르만족의 언어 중 '곡물'을 뜻하는 '베오레(bior/ beor)'에서 ‘비어’가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맥주를 곡물인 보리 등을 이용하여 만들다 보니 이 단어가 어원이라 보는 것 같다. 따라서 맥주는 ″곡물을 마시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술과 맥주의 어원을 알고 있으면 맥주의 원료와 제조법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주세법 제4조(주류의 종류)는 발효 주류를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맥주). 맥주는 보리를 주원료로 만드는 주류이다.

1. 맥주의 원료
  맥주는 양조용수, 보리, 홉, 효모 등이 주원료로 된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쌀·옥수수·녹말·당류 등을 녹말질 보충원료로 사용하며, 그 비율은 그 나라의 사정이나 기호에 따라 다르다 (독일에서는 1815년 이후 수출맥주 이외의 하면발효맥주에는 부원료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1) 양조용수
  맥주는 95%가 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물이 좋아야(깨끗하고 미네랄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물) 좋은 맥주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과거에는 맥주로 유명한 지역은 곧 좋은 물이 나오는 곳이기도 했다. 황금색 맥주인 필스너를 처음 탄생시킨 체코의 플젠(Pilzen)이나 페일에일의 발상지인 영국의 버튼온트렌트(Button on Trent) 는 모두 좋은 물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과거와는 달리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주요 미네랄 성분을 인위적으로 배합하고 조정해 양조장에서 다양한 성격의 물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물이 좋은 지역에서만 좋은 맥주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맥주 양조에는 양조용수·제맥아용수 등 좁은 뜻의 양조용수와 기구의 세척·보일러용수·냉각용수를 포함한 넓은 뜻의 양조용수가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맥주생산량의 10∼20배 가량의 물이 필요하다. 양조용수는 맥주의 종류 및 품질을 좌우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무색·무취·투명하여야 하고 함유된 염류나 미량원소들의 조성도 중요하다. 보통 경수(硬水)는 맥주의 색이 짙고 깊은 맛을 내는 스타우트(stout), 에일(ale) 등을 만드는데 적합하고, 연수(軟水)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라거(lager)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된다.

2) 보리
  보리를 싹 틔워 맥아(麥芽, Malt)로 만든 것, 그냥 보리가 아니라 발아한 보리 맥아가 맥주의 주원료가 된다. 맥아는 맥주 특유의 곡물 맛을 줄 뿐만 아니라 맥주의 색도 좌우한다. 보리는 녹말의 형태로 녹말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발아하면서 생성된다. 이 맥아를 분쇄하여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아밀라아제가 녹말을 당으로 바꾸어 효모가 발효할 수 있는 '맥아즙'이 된다.
일반적으로 맥주용 보리는 두 줄 보리가 쓰이나 여섯 줄 보리를 쓰는 나라도 있다. 맥주용 보리는 곡립이 고르고 녹말 질이 많고 단백질이 적으며 곡피(穀皮)가 얇고 발아력이 왕성한 것이 좋다.
  맥주는 주로 보리로 만들지만 밀, 소맥, 오토맥, 라이맥을 사용하기도 하며 드물게는 스펠트 밀이나 조 또는 사탕 수수로도 만든다. 100% 몰트맥주란 보리 외에 다른 곡류나 첨가물을 섞지 않았다는 것이다. 맥주는 보리로 만들어야 하지만 맥주회사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보리 외에 쌀이나 옥수수를 첨가하기도 한다. 맥주 원료로 옥수수나 쌀을 사용하면 맥주의 맛이 묽어지고 몰트 특유의 맛이 약해진다.
  독일에서는 네 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맥주 순수령(빌헤름4세, 1516년)에 따라 보리 외에 다른 곡물은 첨가하지 않는다.

  맥아는 도시에 따라 뮌헨 몰트, 비엔나 몰트, 제조되는 맥주종류에 따라 필스너 몰트, 페일에일 몰트, 맥아의 색이나 맛에 따라 스모크트 몰트, 초콜릿 몰트, 크리스털 몰트 등이 있다.

3) 홉
  홉은 맥주에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부여하는 중요한 첨가물로 다년생 줄기식물의 암꽃이며 맥주의 쌉싸래한 맛과 향을 내는 원료이다. 또한, 맥아즙의 단백질을 침전시켜 맥주를 맑게 하고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작용, 방부작용(양조과정에서 잡균으로부터 맥주를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이 있다. 홉은 재배되는 지역에 따라 맛과 향에 큰 차이가 나는데, 대표적인 홉으로는 체코의 사츠(Saaz), 영국의 이스트 켄트 골딩스(East Kent Goldings), 독일 뮌헨의 할레르타우(Hallertau) 등이 있다.


  홉을 맥주 제조에 사용한 역사를 살펴보면 맥주를 만들 때 "쓴맛"과 "향"을 내기 위해 언젠가 부터 다양한 약초를 섞어 만들기 시작하였다. 약초를 섞은 또 다른 이유는 맥주를 상하지 않은 상태로 오래 보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12세기 무렵 독일의 어느 수도원에서는 맥주에 "홉"이라는 식물을 첨가하여 맥주를 만들게 되었고 다른 약초를 넣었을 때보다 홉을 넣은 맥주는 맛이 훨씬 좋았다. 12세기 이후, 독일에서는 맥주에 홉을 쓰는 것이 보편화되었던 반면, 영국에서는 적어도 15세기까지는 맥주에 홉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 왔었다. 15세기 이후 영국에서 "홉"사용이 허가되면서 기존의 방식대로 약초를 섞어 만들던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새로운 트랜드인 "홉(hop)"을 넣어 만든 맥주를 "비어(beer)"라고 구별하여 부르게 되었다. 18세기가 되면 ale 과 beer 의 구별이 없어지고 모든 맥주에 "홉(hop)"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 때 무렵의 영국에서의 맥주는 beer 와 ale 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4) 효모
  효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생물체로 맥아즙의 당을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것으로 아무리 맥아와 홉, 물이 있어도 이 효모가 없으면 맥주가 절대 발효되지 않는다. 맥주를 만드는 효모는 크게 상면발효 효모, 하면발효 효모, 자연야생 효모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효모의 종류와 발효방식에 따라 맥주 종류 또한 크게 에일(상면발효), 라거(하면발효), 람빅(자연발효)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효모는 보리의 전분에서 만들어진 당을 먹은 후 알콜과 탄산가스 등 여러 부산물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즉 보통 곡물음료를 우리가 아는 맥주로 최종적으로 탈바꿈시켜주는 것이 바로 효모이며 이것이 알콜 발효인 것이다. 그런데 효모는 입맛이 까다롭기 때문에 곡식이나 과일을 마구 먹지 않고, 효모는 ″먹기 좋게 잘라진 당분”을 먹는다. 즉, 전분(녹말) 형태는 효모가 먹지 못하고 "단당류" 혹은 "이당류"를 먹는다. 이러한 효모의 역할을 발견한 사람이 루이 파스퇴르(1822-1895) 이다.


발효의 정의

루이파스퇴르

  하면발효 맥주의 효모는 1881년 덴마크 칼스버그 연구소의 에밀 한센이 맥주에서 효모를 순수배양에 성공하면서 그 명칭을 연구소의 이름을 따 사카로미세스 카를스베르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 라고 지었다. 덧붙여 상면발효 맥주인 에일이나 와인 등에 쓰이는 효모는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accharomyces cerevisiae) 라고 한다.


에밀 한센

2. 맥주의 제조법
  맥주제조는 먼저 보리를 싹 틔워 맥아를 만든 후 맥아와 녹말질 부원료로 맥아즙을 만들고 홉을 첨가해 끓인 후 냉각한다. 이 냉각된 맥아즙에 맥주효모를 넣어 발효시키고 일정기간 저장·숙성한 후 여과하여 바로 제품화하면 생맥주가 되고, 병이나 캔에 넣어 저온살균 처리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맥주가 되는데, 그 공정은 다음과 같다.

1) 맥아
  맥아제조는 보리를 싹 틔워 맥아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를 생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수확 직후의 보리는 일정기간 저장하여 충분한 발아력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이 기간을 보리의 휴면 기간이라 한다. 휴면이 끝난 보리는 정선기(精選機)를 통하여 협잡물을 제거하고, 균질한 맥아를 만들기 위하여 알갱이의 크기에 따라 나눈다. 알갱이가 균일한 것으로 골라진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에 필요한 수분을 흡수시킨 후 발아실에 옮겨 습기 있는 공기를 공급해 발아시킨다. 건조를 마친 맥아는 탈근기에 넣어 맥주에 불쾌한 맛을 주는 유근과 먼지를 제거한다. 정제한 맥아는 20℃ 이하에서 습기가 차지 않도록 저장한 후 사용한다.

2) 맥아즙
  맥아즙 제조는 맥아의 분쇄, 담금, 여과, 끓임과 홉 첨가, 냉각 등의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정선된 맥아를 분쇄하고 물과 온도를 맞춰 담금 공정을 한다. 이 담금 공정에서 맥아효소의 작용으로 맥아 중의 불용성 물질이 가용성화되고, 전분은 당으로 변하며 침출된다. 담금 공정이 끝나면 맥아즙을 여과기에 걸러내고, 홉을 첨가한 후 끓여준다. 맥아즙을 끓이면 살균 효과는 물론이고, 홉으로부터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이 추출되고 모든 효소의 활성도 없어진다. 끓인 맥아즙은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실로 보낸다.

3) 발효
    발효는 주발효와 후발효로 나뉜다. 주발효는 전발효라고도 하며 냉각된 맥아즙에 효모를 첨가하여 알코올 발효를 하는 것이다. 담금공정에서 맥즙은 침전조에 핫트룸이 분리되고 맥즙냉각기에서 적당한 온도로 냉각된 다음 효모 및 에어가 첨가된다. 효모는 맥즙속의 영양분과 에어 중의 산소를 이용하여 효모수를 증가시킨 후 발효를 시작한다. 발효한 자체 효소에 의해 발효성 당분을 분해하여 알코올과 탄산 가스를 생성하며, 다이아세틸, 유기산, 고가알코올, 에스테르, 황화합물, 알데히드, 페놀류등의 부산물을 생성하며, 이 성분들은 맥주의 막과 향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 발효가 끝난 영비어(Young beer)는 아직 덜 숙성된 맛과 향을 띄고 있으며, 효모와 단백질 부유물로 탁한 상태이고 탄산 가스도 충분히 포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후발효 공정은 맥주 중의 효모 및 기타 부유물을 침강시켜 맥주를 맑게 하고 탄산가스를 맥주 속에 용해 및 포화시키는 동시에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을 내게 하는 후발효(숙성) 과정과, 숙성이 끝난 맥주를 제품이 되기 전에 완전히 맑고 청정하게 하는 여과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발효의 숙성 기간은 품종에 따라 다르나 20~40일 정도로 숙성하고 있으며, 이 기간 중에 주요 관리 사항은 온도 조절 및 탄산가스 관리이다.

4) 여과
  저장탱크에서 숙성된 맥주는 여과해서 투명한 맥주로 만든다. 여과방법은 일반적으로 압착 여과기를 사용해 효모를 제거한 후 필터로 여과시킨다. 여과 후 후발효 탱크에 남은 효모를 회수하여 물로 씻고 정제하여 약용효모로 사용한다.

5) 제품
여과된 맥주를 열처리하지 않고 제품화한 것이 생맥주이고, 열처리하여 효소나 효모의 활성을 정지시킨 것이 보존성이 높은 보통 맥주이다. 생맥주는 신선한 향미를 즐길 수 있으나 오래 보존할 수 없다. 보통 맥주는 60℃에서 30분간 가온하여 살균하거나 빙점(氷點) 하에서 효모를 제거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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