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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틴 발견의 역사

조영민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하등동물인 해면(sponge)으로부터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 이르기 까지 장(intestine)은 생명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식물처럼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환경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의 운동과 흡수기능의 섬세한 조절은 필수적이었고, 이를 위해 신경 및 호르몬 등을 통한 다양한 신호전달체계가 수립되었고 특히 장-뇌 소통(gut-brain communication or gut-brain axis)이 형성되었다. 본 글에서는 장 점막의 내분비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발견의 역사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위장관 내분비학(gastrointestinal endocrinology)의 시작은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ayliss와 Starling이 장점막에서 secretin을 분리해 낸 것이다. 그들은 음식을 섭취한 후 발생하는 장에서 유래한 신호가 췌장의 내분비 기능 및 탄수화물 대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많은 과학자들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했고, 위장관으로부터 새로운 호르몬을 찾아내어 위장관 생리 및 영양소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초창기 과학자들이 발견하고자 한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식후 음식물이 소장으로 들어가면 위산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를 조절하는 물질을 찾고자 한 것이다. 당시 Kosaka와 Lim은 실험을 통해 소장 내강에 지방 및 그 대사산물이 있을 때 위산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 개념상의 물질을 enterogastrone이라고 불렀다. 이후 특별한 진척이 없던 와중에, 1971년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의 Brown 교수는 개의 위장에 돼지의 상부 소장 점막에서 분리한 물질을 관류했을 때 위산 분비가 줄어듦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물질을 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GIP)로 명명하였다. 둘째는, 식후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기여하는 소장 유래 인자를 찾고자 한 것이었는데, 이를 La Barre는 인크레틴(incretin)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당시 혈중 인슐린 농도를 잴 수가 없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연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Yalow와 Berson에 의해 인슐린을 방사면역측정법(radioimmunoassay)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인크레틴 연구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다. 1964년에 Elrick와 McIntyre는 각각 경구로 포도당을 섭취하거나 혹은 공장 내로 포도당을 주입하게 되면 정맥을 통해 포도당을 주사할 때보다 인슐린이 훨씬 많이 분비됨을 발견하였다. 1969년에 Perley와 Kipnis는 100 그램의 포도당을 섭취 후 첫 3시간 동안의 혈당 프로필을 정맥으로 포도당을 주입하여 재현하는데 성공한다. 이들은 본 실험에서 인슐린 측정을 해 본 결과, 경구로 포도당을 섭취할 경우 위장관과 관련된 모종의 기전에 의해 인슐린 분비의 약 50%가 조절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1969년 Unger와 Eisentraut는 위장관과 췌장소도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장-췌도 축(enteroinsular axis)라고 명명한다. 1979년 Creutzfeldt는 인크레틴을 다음 2가지 요건을 만족할 때로 정의하였다. 첫째, 인크레틴은 영양소(특히 탄수화물) 섭취에 의해 분비되어야 한다. 둘째, 혈당이 올라간 상황에서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야 한다.

  1973년 Dupre와 Brown은 GIP가 식사에 의한 인슐린 분비 과정을 매개함을 발견한다. 그들은 돼지에서 분리한 GIP를 사람에게 투여해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포도당을 같이 투여할 때는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는데, GIP 단독으로만 투여할 경우에는 인슐린 분비 촉진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들은 GIP가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오던 인크레틴임을 확인한 것이다. GIP가 혈당 의존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함은 이후 개, 사람, 쥐에서 재확인된다. GIP 분비는 포도당이나 지방을 경구 섭취할 때 촉발됨도 확인된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지방 섭취에 의해 분비된 GIP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지 못하는데, 이 때 정맥을 통해 포도당을 주사하면 인슐린 분비를 항진시켰다. 혈당 의존적 인슐린 분비 촉진은 GIP가 생리적으로 안전하게 작용하도록 만들어진 장치였다. 1975년 Buffa는 GIP 항혈청을 이용하여 소장 점막의 어떤 세포에서 GIP을 분비하는지 조사하였는데, 기존에 전자현미경적 소견을 바탕으로 K 세포라고 명명된 세포에 GIP이 염색됨을 확인하였다. 1971년 당시 Brown이 enterogastrone으로 분리했던 GIP가 이제 진정한 의미의 인크레틴임이 밝혀졌고, 위산 분비 작용은 GIP의 생리적 농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또한 밝혀졌다. 따라서 1976년에 Brown은 GIP라는 약자는 유지하되 본명을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로 개명하게 된다. 1979년 Creutzfeldt는 GIP가 자신이 말한 인크레틴 정의에 부합하는 호르몬이라고 발표하였다.

  흥미롭게도, 후속 연구에서, GIP 항혈청을 이용하여 내인성으로 분비되는 GIP을 모두 중화시키거나, 소장 추출물에서 GIP을 면역학적 방법으로 분리시킨 후 주입해도 인크레틴의 효과는 남아 있음이 알려진다. 이러한 사실은 GIP외에 또 다른 인크레틴이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이었다. 1983년에 Bell은 proglucagon 유전자를 클로닝하고 시퀀싱하게 되는데, proglucagon 유전자 속에 glucagon 외에도 다른 유전자가 들어 있음을 발견하고 glucagon-like peptide-1 및 -2라고 명명한다. 그런데 1984년 Bloom 교수 연구진에 의해 GLP-1(1-37)을 cortisone을 전처치한 토끼에 투여했을 때 전혀 혈당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음을 알게 되고, 도대체 뭐가 글루카곤을 닮았다(glucagon-like)고 하는가라는 비판을 시작한다. 1985년 독일의 Schmidt는 GIP, glucagon, GLP-1, GLP-2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놓고 곰곰 생각한 결과 GLP-1 (1-37)에서 앞의 6개의 아미노산이 제거되면 다른 호르몬들과 유사한 염기서열이 됨을 알아낸다. 1987년 하버드대학의 Mojsov, Weir, Habener는 GLP-1(7-37)이 활성형이며 이는 쥐 췌장 관류실험을 통해 인슐린 분비를 강력히 촉진함을 발견하였다. 또 같은 해 Kreymann 등은 사람에서 식후에 GLP-1 분비가 일어남을 확인하였고, Holst 등, Kreymann 등은 각각 돼지 및 사람 연구를 통해 GLP-1(7-37)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함을 밝혔다. 이를 통해 GLP-1이 GIP에 이어 두 번째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등록된다.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인크레틴 호르몬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GLP-1 및 GIP를 knockout 시킨 마우스 실험을 통해 GIP와 GLP-1 두 가지 호르몬이 인크레틴 효과의 대부분을 설명함이 증명된 바 있기 때문에, 적어도 주요한 인크레틴 호르몬은 추가적으로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있어서 인크레틴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위장관 호르몬이 에너지 대사와 영양소 대사를 관장하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인크레틴 발견자들

  GIP는 John Brown에 의해 1971년 처음 발견될 당시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고 하여 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로 명명되었다가 이후 생리적인 농도에서 포도당 의존적 인슐린 분비 작용이 밝혀져 1976년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로 개명되었다. Ray Pederson과 함께 대부분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GLP-1은 유전자가 1983년 Bell이 proglucagon을 클로닝하는 과정에서 먼저 발견되었다. GLP-1 (1-37)은 생리적 활성이 없다고 알려졌으나, 1987년 Habener가 앞쪽 6개의 아미노산이 제거된 GLP-1 (7-37)이 생리적 활성을 가지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인크레틴임을 밝혔다. (사진제공: Timothy J. Kieffer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 교수)

참고문헌: Cho YM, Kieffer TJ. K-cells and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in health and disease. Vitam Horm. 2010;84:111-50.
Cho YM, Fujita Y, Kieffer TJ. Glucagon-like peptide-1: glucose homeostasis and beyond. Annu Rev Physiol. 2014;76:535-59.
Cho YM, Merchant CE, Kieffer TJ. Targeting the glucagon receptor family for diabetes and obesity therapy. Pharmacol Ther. 2012 Sep;135(3):2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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