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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 (1)

조보연(중앙의대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인구 77만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불 정도에 불과한 최대 빈국 중 하나인 부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민 대부분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교가 국교이고, 많은 불교 유적을 갖고 있다는 점도 나의 흥미를 끌었다. 2017년 6월 1일부터 7일까지 부탄 여행을 다녀 왔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 사람들의 실상에 대하여 보고 느꼈던 점을 사진과 더블어 3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티베트의 끝’이란 뜻을 가진 ‘부탄(Bhutan)’은 인도와 중국 사이의 희말라야산맥 지대에 위치한다. 면적은 3만 8394㎢, 인구는 77만 1608명(2020년 현재), 수도는 팀부(Thimphu)이다. 주민은 9세기경에 침입해온 티베트계 보태족이 50%, 네팔족이 35% 이며, 그 밖에 티베트족, 몽골족 등이 살고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산악지대로 평야지대는 없다. 티베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은 7,000m 급의 높은 산이 솟아 있고(사진 1 왼쪽 사진), 고산지대에서 발원하는 강이 골짜기를 이루면서 남쪽으로 흐른다(사진 1 오른쪽 사진). 이들 골짜기를 교통로로 삼아 취락을 이루고 있고, 좁은 곡저평야(谷底平野)는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사진 2). 그러나 실제 경작이 가능한 땅은 전 국토의 2%뿐이다. 기후는 아열대에 속해있으나 고산지대이기 때무에 온대지역보다도 기온이 약간 낮다. 여름의 계절풍은 산지 사방에 많은 비를 몰아와 년간 강우량이 3,000~5,000ml에 달한다.

   부탄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이며 경제 규모도 협소하다. 주요 자원은 목재·수자원 등이며, 인도 정부의 지원을 얻어 여섯 차례에 걸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해 오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교육·보건·산림자원개발·도로확장 등이다.


사진 1. 히말라야 연봉들(왼쪽 사진)과 산골짜기를 흐르는 강(오른쪽 사진).
사진 2. 산골짜기 언덕에 있는 다랭이 논과 마을.

   2018년 국민총생산량은 25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3,093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는 가장 높은 나라로 유명하다. 모든 공교육과 의료가 무상이며, 출산하면 6개월 유상휴가, 아이가 2살 될 때까지 근로시간을 2시간 줄여준다. 8시간만 일하고 5시에 칼퇴근하며, 8시간은 개인 생활을 하는 나라이다. ‘국토의 60%는 산림으로 유지한다’가 헌법 제1조 1항일 만큼 가난하더라도 전통과 자연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는 나라이다(사진 3). 실제 첫눈이 오는 날은 공휴일로 정하여 축제를 즐긴다.


사진 3. 부탄의 산림(왼쪽 사진),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오른쪽 사진).

   1949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인도에 외교권을 위임하고 전제군주제로 독립하였다. 현 왕의 아버지인 제4대왕은 경제나 부강보다는 국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행복정책’을 펼첬고, 그 끝은 민주화라고 생각하여 국왕의 절대권력을 축소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2006년 12월 스스로 왕에서 물러나 현 왕에게 양위하였다. 왕위를 물려받은 제5대 왕 ‘지그메 케사를 남기알 왕추크’는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득하여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변경하였다.

  현재의 제5대왕은 2006년 26세에 왕위를 물려받고 2011년, 30세에 10살 아래인 평민 출신 ‘제선 파마’와 결혼하면서 일부다처제인 부탄에서 일부일처제를 선언했다. 현 왕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석사를 받은 엘리트이며, 왕비 역시 영국에서 유학한 엘리트 출신이다(사진 4 오른쪽 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서민적이어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왕궁을 버리고 일반 사택에서 살면서 집무실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다고 한다.
부탄에는 공항이 파로 공항 하나 밖에 없는데, 산속 계곡에 만들어 놓은 좁은 활주로를 이용하여 착륙한다. 전하는 말로는 이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조종사는 세계적으로 20 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항은 아주 작고 활주로도 하나, 공항청사도 작다. 입국장 벽에는 국왕과 왕비, 왕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 4).


사진 4. 파로 공항 전경(왼쪽 사진)과 청사에 걸려있는 왕가의 사진(오른쪽 사진).

   파로 공항에서 수도 팀푸로 가는 길은 험하다. 길이 대부분 산속으로 나 있고 구불구불할 뿐만 아니라 좁기 때문에 대형 버스는 운행하지 못한다고 한다. 25인승 소형 버스에 몸을 싣고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파로에서 팀푸까지는 54km,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2280m의 계곡에 세운 도시 파로에서 2320m 높이의 숲속에 있는 팀푸까지 가려면 높은 고개를 여러 개 넘어야 한다. 따라서 평균 시속 20~40km로 천천히 달려야 하므로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산골 사이에 난 계곡으로는 유속이 빠른 시냇물이 흐른다(사진 1 오른쪽 사진). 히말라야 설산의 눈 녹은 물이 1년 내내 흐르고, 산골이라 경사가 심해 유속이 빠르므로 물 걱정은 없다. 이를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전기가 풍부해서 인도로 전기를 수출 한다고 한다. 이 전기가 주 수출산업이고 부탄 전체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부탄의 수도 팀푸는 해발 2320m, 숲속의 도시로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다. 교통량이 적어 신호등이 없는 수도이다. 원래 나라에서 신호등을 설치했었는데, 교통경찰의 수신호를 선호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철거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교통경찰의 호루라기와 수신호에 따라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시가지의 북쪽과 남쪽 두 개의 로터리를 기준으로 나 있는 ‘노진람’ 대로를 따라 상업지역과 관공서, 호텔이 밀집되어 있다(사진 5). 북쪽 로터리 위로는 국립도서관, 골프장, 타쉬쵸 종 등 관광지가 모여 있고(사진 6), 남쪽 로터리 아래로는 심토카 종과 부탄-인도 고속도로 출발점이 있다. 아울러 13세기부터 건설된 여러 불교사원을 비롯해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사진 5. 부탄의 수도 팀푸 시내 전경.


사진 6. 언덕에서 내려다 본 타쉬쵸 종(Tashi Chhoe Dzong) 전경.

   팀푸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도르덴마 불상은 2010년부터 시작해서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게 왕축’의 60회 생일에 맞추어 2015년 9월 25일 1차 완공을 하였다. 높이가 51.5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좌불상으로 팀부의 상징처럼 되었다(사진 7). 이 대불을 조성하는데 들어간 570억원은 모두 중국 명상단체에서 보시하였다고 한다. 안에는 법당이 마련돼 있고, 중앙 불단의 사면에는 사면불이 조상되어 있는데 각 불상이 사면 얼굴을 하고 있은 점이 특이 했다. 또한 전 벽면에 125,000개의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다. 사친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내부를 촬영할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 7. 도르덴마 대불 정면과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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