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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ational Cancer Institute, NIH 연수기

김원구(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저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미국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위치한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에서 1년 간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였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초까지 같은 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2년반 정도 일한 적이 있었기에 제2의 고향을 방문하는 마음으로 1년 간의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연수 기관
   NCI는 1937년에 설립된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가장 오래된 산하 연구소 중의 하나입니다. NIH에는 현재 27개의 연구소와 6개의 센터로 구성되어 있는 의학-생명과학 연구의 메카이고,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 화제의 인물이 된 Fauci 박사님은 NIH 산하 연구소 중 하나인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 (NIAID)의 소장입니다. 워싱턴 D.C.의 북쪽에 인접해 있는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NIH의 메인 캠퍼스가 위치해 있고, 많은 연구소들이 메인 캠퍼스와 그 주변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메인 캠퍼스는 워싱턴 D.C.의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고,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의 방문으로 항상 활기차고 움직이는 곳입니다.
   NCI에서 일하고 계신 Sheue-yann Cheng 박사님과의 첫 인연은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Endocrine Society 에서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송영기 교수님과 함께 학회장 복도를 지나가다가 Cheng 박사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때 미국에 와서 함께 일할 젊은 연구자가 있으면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간 일이었는데, 내분비내과 임상강사를 마친 2010년이 되었을 때는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서 NCI에서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Cheng 박사님은 오래 전부터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연구를 하셨고, 갑상선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련된 연구도 하고 계셨기 때문에 관련된 기초 연구의 경험이 필요한 젊은 연구자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NIH 산하의 연구소들은 전략적으로 해외의 박사급 연구원들을 받아들여서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하고, 이들을 잘 교육해서 본국에 돌려보내는 것과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하나의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온 박사 후 연구원에 대한 처우가 다른 연구소들에 비해서 상당히 좋기 때문에 많은 박사급 연구원들이 선호하는 기관입니다.
   학교와 병원에서 1년간의 해외 연수가 승인된 후에는 연수 기관을 정하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서울과 비슷한 날씨와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도착 후에 바로 현지에 적응할 수 있다는 여러가지 장점으로 인해서 다시 NCI에서의 1년 해외 연수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NCI의 Cheng 박사님과는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해외 학회 때 마다 만나서 미리 해외 연수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기에 비교적 쉽게 연수 준비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제퍼슨 기념관에서 바라본 tidal basen과 Washington monument


미국 생활과 NCI에서의 연구
   6-7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다시 돌아온 메릴랜드 베데스다 인근 지역은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예전에 살아서 익숙했던 지역에 새로 생긴 아파트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하였고, 쉽게 미국생활에 잘 적응해서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억의 장소들에 다시 가보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웃들을 다시 만나는 것 그리고 워싱턴 DC로 나가서 아이들에게 박물관을 구경시켜주고 산책을 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것은 미국 초등학교의 학부모로서의 역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기 중에 미국 학교에 전학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베데스다 인근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 1, 2세대의 가정이 많았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학교 행사에 참여해서 학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적응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고, 부모의 도움없이 잘 적응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수 기간 중, 실험실에서의 연구는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steroid receptor coactivator-3 (SRC-3) 라는 transcription coactivator의 역할을 확인하고 치료 표적으로서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분화 갑상선암의 암줄기 세포의 특성을 확인하고, SRC-3를 억제한 이후에 변화를 세포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서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침, 연세의대에서 임상강사를 마치고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우경 박사가 실험실에서 함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NIH에서 누릴 수 있는 중요한 혜택 중의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유수한 연구자들의 강의, 세미나 그리고 새로운 실험방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여러 분야의 강의들이 미리미리 소개되고, 연구자들이 대부분 무료로 직접 강의를 듣거나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여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실험 테크닉을 익힐 수 있는 워크샵도 수시로 있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실험실은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LMB) 라는 연구 조직에 속하는 실험실 입니다. 1970년에 Ira Pastan 박사님이 만든 이 연구 그룹에는 현재 10개가 넘는 실험실이 소속되어 있는데, 이분은 처음에는 갑상선 연구를 하시던 내분비내과 의사였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cyclic AMP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실험실을 시작하였으며, 이후 유전자 발현과 관련된 기초 연구와 immunotoxin을 활용한 면역항암치료 연구를 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실험실이 한 연구 그룹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10년에 한번씩 LMB를 거쳐갔던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reunion 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마침 2019년 가을에 이 행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사진 2). 1989년 노벨상 수상자이며 전 NCI 소장이었던 Varmus 박사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고, immunotoxin과 관련된 NCI의 기초, 임상 연구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예전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함께 일했던 반가운 동료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3).

사진 2. 10년마다 개최되는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LMB) reunion



사진 3. LMB reunion에서 다시 만난 동료들


사진 4. 연수 마지막날. Cheng 박사님과 함께


뜨거웠던 여름방학과 가족과의 시간
   해외 연수를 나오기 전에 병원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인사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비교적 짧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여름 방학을 기억에 남게 잘 보내는 것 또한 가장 중요한 미션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름 방학의 시작과 함께 메릴랜드를 떠나서, 광활하고 뜨거운 서부의 국립공원들을 여행하며 많은 트레일들을 직접 걷고 체험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사진 5. Work day에 초대된 아이들과, NIH 1번빌딩 앞에서


사진 6. 유타주의 상징, Delicate arch


사진 7. Grand teton 국립공원에서 가족사진


맺으며…
   코로나-19로 인해서 2020년은 역사 속에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한해가 된 것 같습니다. 미국의 동료들의 소식에 따르면, NIH는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문을 닫았었고, 지난 주부터 필수 인력을 위주로 서서히 연구소를 가동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년 간의 해외 연수를 잘 마무리하고, 올해 2월말에 귀국하였기 때문에 감사할 수 밖에 없는 한 해였습니다. 1년 동안의 소중한 해외 연수의 기회를 허락해 주신 저희 병원과 학교의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s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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