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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th Congress of Asia & Oceania
Thyroid Association (AOTA)

안종화(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해가 뜬지 얼마 안 된 아침, 시드니 공항을 나서자 입고 있던 후드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무덥고 습했던 한국의 여름을 뒤로하고, 어쩌면 조금은 추운 겨울의 시드니에서 우리의 택시는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게 탁 트인 달링하버를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달링하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4일에 걸친 AOTA 학회가 시작되었다.

  첫날 저녁, Plenary session에서는 서울삼성병원 정재훈 교수님께서 갑상선암에서 TERT promoter mutation의 역할에 대해 강의해 주셨다. 지금까지 갑상선암의 재발 및 예후 평가를 위한 다양한 임상병리적 지표들이 있었지만, 장기 생존하는 갑상선 암의 치료 방향을 보다 더 적절히 설정하기 위해 molecular marker들이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 중, TERT promoter mutation은 다양한 암에서 확인되며, 암 세포의 증식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ERT promoter mutation는 갑상선암에서도 유두암의 10%, 여포암의 17%, 저분화 및 역형성 암에서는 40% 이상에서 확인되는데, 이러한 TERT promoter mutation은 큰 종양크기, 노인, 미분화, 공격적인 조직형, 진행된 병기, 원격전이, 재발 및 사망과 관계된다. 또한, BRAF 변이가 TERT promoter 돌연변이와 함께 존재하는 경우, 불량한 예후와 유의한 관계가 있었다. 따라서, 기존 임상병리학적 평가에 더해 TERT promoter mutation을 함께 위험도 분석에 포함한다면, 더 나은 환자의 예후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튿날의 Main symposium에서는 갑상선학의 다양한 지견이 발표됐다. 점차 고도화되는 사회에 맞춰 갑상선 결절의 영상 진단에 이용되는 인공지능 및 머신 러닝, 치료를 위한 웹 기반 데이터베이스, 갑상선 중독 감지에 생체 신호를 이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는 digital medicine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최근 다양한 암의 항암치료로 이용되는 immune-checkpoint inhibitor(ICI)에서 발생하는 갑상선 질환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외래 진료 시, ICI 투약 환자의 일부가 갑상선 기능이상으로 의뢰된 적이 있었기에, ICI에 대한 Hidefumi Inaba 교수님의 강의는 더욱 흥미로웠다. ICI 투약 시에는 다양한 내분비 기관에 면역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데, 갑상선의 경우에는 항 PD-1 항체 치료 시, 5~10% 정도에서 면역 관련 이상 반응이 관찰될 수 있다. ICI 투약 환자에서는 주로 2-6주에 갑상선 중독증이 발생하고 이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뒤따른다. 갑상선 자가면역의 활성화는 갑상선의 면역 관련 이상 반응과 관계가 있는데 ICI 치료 전 갑상선 자가항체 양성이 이러한 이상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상에 동반되는 피로도와 같은 증상은 일반적인 암환자에서 관찰될 수 있어, 혈액검사, 영상 소견을 종합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치료는 갑상선 중독증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베타 차단제와 기능 저하증에 대한 갑상선 호르몬 치료로 구성된다. 이처럼 최근의 새로운 치료와 동반되는 갑상선 면역 및 기능 이상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날 저녁에는 나의 첫 영어 구연이 있었다. 자면서도 대본을 외울 정도로 내용을 암기했지만, 발표 순서 직전까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나의 구연 주제는 최근 여러 종양에서 보고된 림프구 대 단핵구 비율(LMR)과 sorafenib을 투약하는 방사성 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 환자의 예후와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낮은 LMR이 환자들의 불량한 예후와 유의한 관계가 있어, 향후 예후 인자로 고려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떨리는 발표와 네 번의 질문에 대답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순간,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학회 마지막날인 수요일 오전에는 작년과 올해의 Nagataki Prize lecture가 있었다. 올해 수상자는 김원배 교수님이셨는데, 같은 교실에서 늘 많은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께서 큰 상을 받으시니, 마치 내가 상을 받은 것 같은 기쁨과 감동이 느껴졌고, 온 마음을 담아 축하드렸다. Prize lecture의 주제는 갑상선암에서 아직 다 충족되지 않은 임상적 요구들(Unmet Clinical Needs in Thyroid Cancer)이었다. 한국의 경우,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의 증가가 진행된 암의 감소와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어 위험 층화 분석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자들의 대부분은 수술 후 인자들이기 때문에, 수술 전 층화 분석을 위한 새로운 인자들이 필요하다. BRAF와 TERT promoter의 변이가 이러한 위험도 분석에 이용될 수 있고, next generation sequencing(NGS)을 이용한 유전자 분석이 미세 유두암의 림프절 전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RAF 변이와 관계된 XIAP와 CPSF2 단백질의 발현은 유두암 환자에서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Slit2, ROBO1은 갑상선암의 억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치료 전 새로운 예후인자에 더불어 향후 치료에 대한 방향도 제기되었다. 사망률이 높은 방사선 불응성 갑상선암에서 현재 이용되는 sorafenib과 lenvatinib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가 필요하다. Glycolytic metabolism에 관여하는 효소 중 PHDGH의 경우, 유두암 환자에서 높은 양성율을 보이는데, 특히 큰 종양크기, 경부 림프절 및 원격 전이와 관계된다. 동물 실험을 통해 PHDGH를 억제하는 경우, 종양 성장이 둔화되었는데, 향후 이 효소가 새로운 치료의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임을 보여주셨다.

  계절의 차이로 피서를 같이할 수 있었던 이번 학회는, 나의 첫 영어 구연과 함께 travel grant를 받을 수 있었던 영광과, 교수님의 Nagataki Prize 수상, 그 기념으로 Nick’s seafood에서 함께한 대형 몬스터 랍스터가 어우러진 저녁 만찬, 그리고 학회 마지막날 저녁, 멋진 시드니의 야경과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 관람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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