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명 광주과학기술원
저는 2019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노화 및 대사질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과 구조에 대한 단일 세포 수준에서의 다양한 최신 연구 기법 및 성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췌장에 있는 내분비샘인 소도(Pancreatic islets or islets of Langerhans)는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베타세포, 글루카곤 분비를 담당하는 알파세포 등 여러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그림 1). 이들 세포들은 분비하는 호르몬이 다르고, 호르몬을 통해 서로 상대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나 쥐 등 종 간에도 구조가 달라서 소도를 이루는 세포의 구조와 기능, 세포 간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과학적 질문이 굉장히 많았습니다만, 췌장 소도 세포 분리가 어렵고, 분리를 하더라도 베타 세포 등 개별 세포 분리를 위한 방법 또한 마땅치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최근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에 힘입어 췌장 소도 내 세포들의 구조와 기능에 관해서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정상인과 2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 소도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 결과가 2016년에 Cell metabolism에 발표되기도 했고2), 2022년에는 1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 소도의 단일 세포 다중 오믹스 분석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그림 2)3). 이러한 분석 기법의 장점은 클러스터의 세포 종류를 지정하는 cell type annotation 과정을 통해 췌장 소도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단순히 베타세포, 알파세포, 델타세포로 분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포들의 RNA 발현이나 단백질 발현의 특징에 따라 새롭게 명명하고 분류하여 그 기능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림 2에서도 보시면, 이 논문의 저자들이 1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 소도를 분석할 때에 췌장 베타세포도 Beta-1, Beta-2로 다시 분류하였고, Hybrid 세포라는 새로운 타입의 세포도 분류하여 분석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간전사체 분석 또는 위치기반전사체 분석 기술이란 단일 세포 분석 기술과 조직의 절단면에서 파악한 각각 세포의 위치 정보를 분석하여 조직 내 각 세포의 유전자 발현, 상호 작용 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뇌나 암 조직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데요, 최근에는 췌장 소도에 대해서도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2023년에 Cell metabolism에 발표된 논문(그림 3)4)에서 저자들은, 단순히 위치 정보에 따른 세포의 특징을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 췌장의 발생 과정을 분석하고, 췌장 내 세포 발생 및 분화 과정에 작용하는 여러 세포들의 기능에 대해서도 보고하였습니다.
이렇든 공간전사체 분석 기술은 당뇨병 연구에 있어서도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췌장 안에서 내분비샘과 외분비샘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분비샘(소도) 안에서도 각각의 내분비 세포들이 외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며,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밝히는데 매우 유용한 연구 방법입니다.
췌장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이질적(heterogenous)입니다. 가령 최근 KAIST 김하일 교수님께서 발표하신 논문을 보면, 췌장 베타세포는 임신했을 때나 수유 중일 때 세로토닌(5-HT)을 분비합니다(그림 4)5). 그림 4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은 같은 베타세포지만 세포마다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베타세포 내의 이질성(heterogeneity)는 우리가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 베타세포의 존재를 의미할 수도 있고,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베타세포와 다른 내분비 세포, 혈관, 혹은 신경세포와의 관계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일 세포 분석 기술과 공간전사체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다양한 외부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하는 췌장 내 세포들의 이질성 및 세포 간 상호작용을 밝혀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