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콕 생활 (1)
윤희(유니온 디자인)
코로나 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 놓았다.
바쁨을 멈추고 잠시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주고,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게 하고, 동시에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 또한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인간의 삶은 생로병사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으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일까? 2020년의 디자인은 자연이 모티브가 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운 자연, 창을 통해 만나다.
집안 내부의 창은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레 연결해 주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창안에 있는 내가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창은 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을 만들어 공간 속에 또 다른 공간이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며, 창 속의 풍경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흐름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두근거리는 감흥을 선사하기도 한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꼬르뷔지에 생가에서 정원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창의 풍경1, 겨울눈이 내리는 상하이 아파트 창문너머의 풍경2,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을 삭제하고 창을 통해 들어 오늘 빛에 주목한 작품3이 설치된 34평 아파트의 거실, 현관, 침실 공간이다. 공간 속에서 예술작품이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의 비중은 작을 지라도 그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강렬한 아우라는 때론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집,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다.
코로나 19는 미래를 10년이나 앞당겨 놓았다고 한다. 필자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던 집의 역할을 놓고 보았을 때, 9시 이후 집합금지, 휘트니스 센터의 영업금지, 재택근무, 홈스쿨링 등과 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집의 기능을 더욱 발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화상기술과 과학기술발전 또한 집의 변화에 한 몫을 하기도 했다.
다음 사진은 삼송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10평 남짓한 지하창고이다. 주차장과 연결된 공간으로 이전에는 팬트리 역할을 하던 곳이었는데 사업을 하는 남편과 회사에 다니는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회사업무를 진행하려고 의뢰 받은 공간이다. 부부의 재택근무를 위한 홈 오피스와 아이들 온라인 수업을 위한 공부방은 유리 파티션을 활용하여 독립적인 공간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공간을 지인이나 가족들의 모임 혹은 홈파티를 위한 와인바, 홈트를 위한 홈짐,기존 창고로 구성하여 다양 기능과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시대가 변하고, 가족 구성원도 변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 기능에 맞게 가구를 재배치하고, 작은 파티션 하나만 세우는 것만으로도 그 변화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집의 변신은 충분히 가능하다.
집의 중심, 언제나 거실
2020년 만큼 가족들이 집에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더욱 중요해 졌으며, 반대로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구성이 참 많이 달라진 해이기도 하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대학생 아들의 대학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바뀌면서 기숙사에서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면서 서재로 사용하던 공간을 아들의 공간으로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급하게 이사를 갈 것인가? 아님 가족 중 한명이 서재로 이사 들어가는 희생을 치룰 것인가?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서재의 책장을 과감히 거실로 옮겨 가족의 서재로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상황적 상상을 통해 연출된 모델하우스 거실 공간이다1. 누구나 손안에 TV를 가지고 사는 지금의 라이프 트렌드를 고려할 때, 거실에 TV를 없애는 일은 의외로 간단해 진다. 그것만 해결되더라도 거실 공간의 연출은 더욱 다양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데 사진처럼 소파 배치의 변화, 공간 분위기에 맞는 작품만 잘 선택해 설치하더라도 가족을 위한 라운지, 손님을 초대해 자랑하고 싶은 럭셔리한 공간이 된다2.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거실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의 학습과 놀이, 때로는 수면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바닥 면적을 확보해 주는 것이 좋은데 거실 소파를 최대한 창문 쪽으로 붙여 배치 하는 것만으로도 거실은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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