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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3 | 제18권 1호 <통권67호>

2025년 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Endo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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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 센터장, 최만호 박사 인터뷰

최만호

최만호 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 센터장으로 선임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도핑콘트롤센터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센터장을 맡게 되신 소감을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먼저, 지면을 통해 인사드릴 기회를 주셔서 행복합니다만, ‘Endo People’이 아니라 저의 경우에는 ‘Endo Beginner’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KIST/도핑콘트롤센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1985년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창설되었고, 특히, 서울 올림픽 남자 100m에서 캐나다 국적 벤 존슨(Ben Johnson)의 금메달이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으로 취소되면서 그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30개국에서 총 35개의 반도핑 실험실이 매년 3회 blind test와 3회의 double blind test를 통해 국제 공인이 유지되고 있는데, 300여 종 이상의 약물과 다양한 도핑 기술에 대한 검사뿐만 아니라 매년 추가되는 새로운 금지약물들에 대한 고성능의 분석 기술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긴장감이 있지만, 센터 내 모든 분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과 즐거운 조직 문화를 더 발전시켜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반도핑과 관련된 연구 및 실무 경험이 오래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기억에 남는 경험담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도 될지요?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6년도부터 위촉연구원으로 도핑콘트롤센터에 합류하여 스테로이드 약물에 대한 반도핑 분석을 담당하면서 질량분석법 기반 생체 시료 내 화합물 분석으로 박사과정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4년 9월에 재공인 시험을 앞두고 선임연구원으로 다시 도핑콘트롤센터와의 인연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저에게 주어진 첫 번째 막중한 임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연구원들이 2 교대로 5일 동안 분석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4일 밤을 지새우는 한계치를 경험한 후, 마지막 날 퇴근하던 그날의 새벽 공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 도핑분석 관련 시료 추출 및 정제, 농축 과정에 대하여 부탁드립니다.

    평상시 무작위 검사와 경기 직후 선수들로부터 다양한 약물에 대한 검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시료의 양이 보장되는 소변을 주로 분석하게 됩니다. 스테로이드, 이뇨제, 각성제 및 마약 류 등을 최적의 효율로 검사하기 위해서는 각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고려된 방법으로 나누어서 검사를 진행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변 내 분석 대상 화합물을 고체상 및 액체상 분리를 하는 과정에서 추출 및 정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화합물들을 정밀하게 검출하기 위하여 시료의 사용량 보다 적은 양으로 농축한 후 GC-MS와 LC-MS 장비에 주입하여 1차 분석을 수행하게 됩니다. 1차 분석에서 양성 의심 시료가 확인되는 경우, 2차 시험을 통해 정성 및 정량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 현재 국내 도핑 관련 주요 이슈나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각 나라 별로 약간의 특수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국내 운동선수들이 한약을 많이 복용하면서, 뜻하지 않게 금지약물 복용으로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별 특수성보다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표준화 규정 및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되므로 모든 반도핑 실험실들은 다양한 조건들이 모두 고려되는 고도화된 분석기술 및 실험실 환경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물복용의 이력을 추적하는 ABP (Athlete Biological Passport) 개념이 도입되었고, 혈흔(dried blood spot, DBS)을 통한 약물 분석이 2027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유전자 도핑 분석의 경우에는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준비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 박사님 연구실에서는 임상현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효소면역반응법(enzyme immunoassay, EIA)과는 차별화되는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 MS)의 최적화된 프로파일링 기술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기반으로 부신 호르몬 분석 외에도 고지혈증을 포함하는 심혈관계 질환 및 성호르몬 관련 사춘기 발달과 갑상선 및 뇌하수체 호르몬에 관련하여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EIA 방법은 상대적으로 사용이 편리하지만, 한 종류의 키트로 하나의 화합물을 분석할 수 있으며, 스테로이드 화합물의 구조적 특성으로 체내에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뿐만 아니라 약물로서 복용되는 스테로이드들 간의 항원-항체 교차반응으로 EIA와 MS 방법에 의한 정량 결과가 자주 비교되고 있습니다. 특히, 임상현장에서의 정밀진단 및 새로운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한 연구에서는 동시에 여러 성분들을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법의 적극적인 도입과 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량분석법 기반의 진단 검사의 경우 고비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단편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검사실 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비용 절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생명과학 관련 실험 장비들의 발전으로 고효율의 EIA 자동화 장비가 활용되고 있으며, POCT 개념의 진단 kit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다른 형태로, 말씀하신 다양한 내분비 질환 관련 호르몬들의 정밀 분석의 경우, chromatography라는 화합물 분리 기술과 함께 사용되는 MS 장비의 특성으로 대사 상관성 또는 질환 관련 생리 기능 표현형을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생성에 관여되는 다양한 전구체와 활성대사체, 부신피질호르몬과 성호르몬뿐만 아니라 갑상선 호르몬과 뇌하수체 호르몬들의 교차 및 동시분석은, 예를 들어 각 질환들과 대사증후군의 합병증을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비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단일 화합물에 대한 분석을 위한 질량분석기의 활용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는 임상 현장에서의 질량분석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혈액 및 타액 내 부신호르몬에 대해 간단한 시료 전처리를 통한 분석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 약물 분석에 대한 박사과정과 MIT에서의 박사후 과정이 현재 호르몬 분석 및 질량분석법 과학자로써 어떤 밑거름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사과정 진학에서 가장 고려했던 점은 생체 시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성분들을 어떻게 특성화하고 분리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가의 고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생체 시료들의 채취 및 보관 방법이 분석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시료 분석 전과정의 표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MIT에서의 실험실 생활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첨단 질량분석기들이 제공되지 않았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실험실은 대사물질 및 약물에 의한 생체 내 독성 연구에 있어 질량분석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자 했던 곳이어서, 고가의 첨단 장비보다는 실험 목적을 위한 분석장비의 선택과 필요한 부대 장비들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그 경험으로 새로운 질량분석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 즐거운 추억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만들어 사용하던 LC capillary column 내부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2003년 당시 휴일에 아이와 자주 가던 Toys”R”Us 매장에서 $50을 주고 현미경을 구입하여 짧은 동영상을 실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그 자료를 지도 교수님께서 학회에서 발표하시면서, 고가의 현미경이 아니더라도 좋은 data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며 자랑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때의 실험실 환경이 연구를 위한 전투력을 키워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지금도 축구를 즐겨 하시는지요? 한때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소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때론 힘들고 지난한 실험과 연구의 과정 속 박사님의 힐링법을 듣고 싶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보람과 가치로 바꿀만한 노하우도 하나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준비를 많이 하셨군요... 이런 질문을 준비하실지 설마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구 활동도 사람들 과의 건전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KIST에 입사했을 때 축구 동호회에 참석했는데, 생각보다 격렬하게 운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왔었습니다. 그 이후로 축구를 할 기회는 없었고, 대신 건강을 위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꾸준히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데, 프로선수들은 당일 본인에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샷을 떠올리며 실력을 향상시킨다고 하는데, 저는 아마추어로서 그날 가장 멋진 샷을 기억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립니다.

    노하우라 하면, 단순하게, 저는 루틴을 매우 좋아합니다. 때로는 그 루틴이 꾸준함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두 번은 점심시간에 테니스 레슨을 받는데, 여름 낮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또한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다 보니, 주변 분들로부터 성실하다는 칭찬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정말 그런 사람인 것으로 생각도 되고, 또한 그런 사람으로 계속 보이고 싶은 마음에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게 되는데, 가끔은 그 꾸준함이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2019년도 웹진 ‘최신 기초연구 소식 및 실험기법 소개’ 코너와 2024년도 웹진 ‘내분비 연구실 소개’ 코너에서도 부탁드렸지만 독자들을 위해 KIST 내 박사님 연구실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초기 실험실의 명칭은 분석 기술이 강조된 이름이었지만, 대한내분비학회를 통하여 많은 경험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연구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지금의 명칭인 Laboratory for Bioanalysis and Steroid Endocrinology (Lab for BSE; https://bse-steroid.org)로 정하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chromatography라는 분리분석기술과 mass spectrometry 검출 기술을 개발 및 활용하여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내분비 대사 항상성 기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스테로이드 프로파일링 기술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달려가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실험실 규모에 맞춰서 부신과 생식기관에 조금 더 집중하여 기초연구와 임상 중개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발표된 연구결과 외에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1) 부신연구회 및 서울대 김정희 선생님과의 협업으로 타액 기반 부신 기능 검사 신기술로서 질량분석법과 현장형 키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2)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과 부신 및 고환 내 스테로이드 기능 연구, 그리고 3) 일본 및 호주와의 공동연구로서 물고기를 활용한 선천부신증식증 모델 개발 및 spiny mouse 기반 성조숙증 기전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대한내분비학회와의 인연도 각별하신데요. 현재 부회장이시고 이전까지 연구위원회도 이끌어 주셨습니다. 내분비학회 활동과 연계하여 KIST 내에서 계획하시는 일들이 있을까요?

    2014년 부신연구회 창립 심포지엄에서 “Bringing quantitative steroid profiling into clinical endocrinology”를 주제로 대한내분비학회 심포지엄 발표를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당시, 김성연 교수님과 함께 좌장을 진행해 주셨던 김동선 교수님께서 발표 후 질문도 주셨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환자의 호르몬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고, 원론적인 답변만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2015년 부신연구회 창단 멤버로서 현재까지 스테로이드 연구자로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학회에서 2021년~2024년 동안 연구위원회를 통하여 임상중개연구 활성화에 대한 역할을 부여해 주셨고, 현재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그 임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습니다.

    임상의학의 기초 분야인 내분비학의 경우, 특히 기초과학 연구자들과 쉽게 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KIST 내 공학, 뇌과학 및 자연과학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연구 주제 발굴과 임상의학에서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특히, 최근 KIST에서 임무를 부여받은 도핑콘트롤센터의 경우, 센터 내 독보적인 분석 기술과 최첨단 분석 장비를 활용하여 내분비 항상성 및 약물치료 예후 평가를 위한 신기술 개발, 그리고 일반인과 운동선수들의 스트레스 회복탄력성 기반 건강 유지를 위한 연구 주제를 함께 발굴하고 싶습니다.

  • 임상 의사와 기초과학자들과의 교류는 우리 학회에서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연구자 네트워킹에 일가견이 있으신 박사님께서 젊은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은 저의 노력보다는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연구도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기본적인 자세이고, 서로의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하는데요, 시간이 날 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다가가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공동연구자들을 만나서 주로 연구 관련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나눌 때 눈빛이 빛나고 즐거워하는 분들이 제 주변에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도 그런 분들과 오래 생활하다 보니 그런 면들을 배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나의 예로, 2013년부터 시작했던 ‘Steroid Today’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steroid를 키워드로 저와 공동 연구를 했던 분들과 조촐한 모임으로 준비했는데, 어느덧 10년이 지나면서 대한내분비학회의 관심과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알찬 중개연구 모임이 되었습니다. 첫 모임은 사진도 없이 지나갔고, 아래 사진처럼 2014년 두 번째 모임만 보시더라도 많이 준비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정신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진단검사과를 포함 다양한 기초연구자분들께서 바쁘신 일정에도 금요일 저녁에 모여 주셨습니다. 지금도 매년 7월 첫째 주 금요일, 늘 마음에 따듯한 기운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 끝으로, 대한내분비학회 부회장으로서 회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경험한 기초 학문 관련 학회와 비교하여 임상학회의 경우에는, 학문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환자들을 위한 진료체계를 효율화하고 의료현장에서의 경험과 학문적인 지식을 연계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우리 회원분들께서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실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고 계십니다. 또한, 저와 같은 기초과학자들과의 네트워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테로이드 연구를 한지 20여 년이 지났는데, 최근에야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 어떤 것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의 이러한 생각이 더 젊은 연구자들에게 적용이 된다면, 중개연구로 인한 의학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이 부분은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연구에 숨결을 불어 넣어주신 많은 학회 내 교수님들께 따듯한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