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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3 | 제18권 1호 <통권67호>

2025년 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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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아트 라이프 (1):
쇼스타코비치, 그리고 봄에 들을만한 클래식 음악

박이병

박이병 가천대학교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천의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이병입니다. 환자 진료와 연구, 교육에 매진하고 계신 회원 여러분께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하루하루가 무척 바쁘시겠지만, 틈틈이 짬을 내시어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 본인의 건강과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덟 번에 걸쳐 회원 여러분에게 잠시나마 힐링을 드리고자 읽을거리, 들을거리, 볼거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누구인가?

금년은 쇼스타코비치(Dmitri Dmitriyevich Shostakovich, 1906~ 1978) 서거 50주년의 해이다. 그러다 보니 공연 관계자들은 금년도에 그 어느 때보다 쇼스타코비치 작품 연주회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20여 일간 열릴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교향곡이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인 걸 보면 금년 공연장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쇼스타코비치는 어떤 작곡가인가? 클린이(클래식 초보자?)에게는 낯선 작곡가이지만 이 곡을 한번 듣기만 하면 ‘아하!’하고 금방 알 만한 작곡가이다. 아래 QR 코드를 통해 직접 들어 보시길~

Shostakovich: Waltz No. 2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2001년에 개봉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젊은 대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스러운 추억을 주었는데, 보는 내내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두 주인공의 학번이 나와 같은 82학번이라 그런지 괜히 동질감도 느껴지면서 영화에 삽입된 남녀 주인공의 왈츠 춤추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영화다.

왈츠를 출 때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던 음악 덕분에 쇼스타코비치라는 작곡가가 국내에 알려지기는 계기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결말이 너무나도 파격적이어서 극장을 나올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영화가 나오고 4년 뒤에 여자 주인공인 이은주 배우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면서 다시 한번 내 가슴을 울먹이게 했던 이 영화. 20년이 훨씬 지난 영화이지만 요새 다시 상영한다 해도 흥행에 성공할 만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 Andris Nelsons (2014)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평가는 그의 정치적 성향 때문인지, 1970년 중반까지도 국내에는 알려진 바 없었던 것 같다. 1979년 6월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서 연주한 5번 교향곡이 국내 최초 연주회로 확인된다. 그 당시 한국에서 공산권 작곡가의 작품은 연주가 금지되어 주최 측이 프로그램 변경을 요청했지만, 지휘자 번스타인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연주한 것이 쇼스타코비치의 곡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연주되는 순간이었다.

공산권 작곡가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곡 분위기가 전투적으로 느껴져서 많은 홍보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이야 어찌 됐던 5번 교향곡, 특히 4악장을 들으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혁명적인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다. 아래 QR을 클릭하셔서 당장 이 작품의 매력에 빠져 보시기를~

1악장과 3악장의 분위기는 비극적이지만, 4악장은 비극적인 분위기를 압도하는 승리를 표현하고 있으며, 작곡가는 작품을 통해 아무리 억압해도 꺼지지 않는 민족 혹은 개인의 의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이전의 비판과는 달리 호평을 받아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정부 관련 비평가들로부터 “스탈린 체제에 대한 더 밝은 미래의 비전을 들려주다”라며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쇼스타코비치를 ‘충실한 당의 음악가’로 복권시켜 주게 된다. 쇼스타코비치에 대하여 독재 정부와 타협하며 살아간 기회주의자란 일부 비판은 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최근의 평가는 그 상황에서는 그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동정론이 훨씬 많고, 나 역시 좋은 작품은 좋은 작품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oyal Concertgebouw)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더불어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며, 지휘자인 안드리스 넬슨스 조합의 이 연주는 반드시 봐야 할 유명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봄에 들을만한 클래식 음악

바야흐로 봄이다. 봄에는 어떤 클래식 곡들이 좋을까?

내 맘대로 추천하는 봄 음악 5곡.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들어보길 권유 드린다.

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1악장

Beethoven, Violin Sonata No. 5 in F Major, Op. 24 "Spring" (1st Mov -Allegro)

클라라 주미 강(Clara Jumi Kang)의 시원시원한 바이올린, 피아노 거장 김선욱의 환상적인 듀엣 공연이다. 봄에 이 곡을 안 듣는 건 베토벤에 대한 모독(?)이다.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10개 작곡했는데, 이 곡이 가장 유명하고 그를 유명 작곡가라고 여기게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2번째로 유명한 소나타는 9번 크로이쳐.

2) 비발디의 4계 중 봄 1악장

A.Vivaldi, Spring from The Four Seasons Op.8

설명이 필요 없는 곡이다.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는 한국에서 상위 실력에 속하는 명 연주자이다.

3) 멘델스존의 무언가 6번, 봄 노래

Felix Mendelssohn / Songs without words Op.62 No.6 "Spring Song"

키가 늘씬하고 활 소리가 시원시원한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는 공연장마다 여성 팬을 모이게 하는 명 연주자이다.

4)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왈츠

Kronprinz Rudolfs letzte Liebe (2006) 《루돌프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봄을 만끽해 보시길 ~ 비엔나 궁전의 연회 속으로~

5)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

Piotr Ilyich Tchaikovsky "Waltz of the Flowers" from The Nutcracker / David Reiland

이외에도 봄에 꼭 들어야 할 작품으로 슈만 교향곡 1번 봄 1악장과 베토벤의 로망스 2번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