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of Minnesota (Schulze Diabetes Institute) 연수기
진상만(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6월 초이니 연수에서 돌아온 지 불과 3개월 밖에 안 된 것이지만, 벌써 미네소타에서의 생활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외래 때마다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해 주시는 환자분들만이 내가 연수를 다녀왔음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 같다. 한국에는 ‘별 볼 것 없는 추운 시골’로만 알려진 미네소타의 6월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4월까지도 폭설이 내리는 긴 겨울이 지난 후 모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무려 1만개 이상의 호수가 있는 미네소타 답게 집 앞에도 창문으로 바로 보이는 호수가 있었는데, 부모와 헤엄쳐 다니는 캐나다 구스의 새끼들, 나무에 둥지를 짓고 사는 다람쥐, 물고기를 잡아 새끼에게 먹여주는 Osprey등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1년 동안 한곳에 살면서 집 앞 호수에 계절마다 다른 갖가지 동물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는 것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찾아가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왜 하필 미네소타를 갔냐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하겠다. 1년 간의 연수기회를 허락 받고 연수지를 결정하려고 고민하던 중, 선배 교수님께 너무 큰 욕심을 내지 말고 돌아와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을 골라보라는 충고를 듣고 새로운 분야를 배워 오는 것보다는 내가 쭉 해오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University of Minnesota (이하 U of M)의 Schulze Diabetes Institute는 1974년 세계 최초로 췌도이식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점은 2016년 발표된 췌도이식의 FDA license-enabling phase 3 trial을 주도한 기관이고, 임상 췌도 이식을 가장 일관되게 시행해 왔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책이나 논문을 보고 얻을 수 없는 임상 췌도이식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들을 배우는 것만 해도 본전은 할 것이고, 거기에 면역학 특히 면역 관용의 대가인 Bernhard Hering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최근의 흐름들을 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 전까지 Hering 교수님과 단 한번도 대화를 해 본 적도 없고 먼 발치에서 발표를 들어본 것이 전부라 답이 안 오면 그냥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장문의 답변을 받았다.
몇 달 뒤 IPITA 2017 학회에서 처음으로 만난 Hering 교수님은 당신도 내분비 내과 의사로 출발해 췌도이식 연구를 하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라며, 미네소타에 오면 아주 다양한 좋은 기회들이 있을 것이라 말씀해 주셨다.
돌아보면 그 때의 판단은 옳았던 것 같다. 당장 돌아와서 한달도 안되어 병원에서 1년여만에 하게 된 임상 동종 췌도이식에 관여하게 되었고, 작년 8월 연수기간에 병원 이식외과와 우리 실험실의 연구원들을 미네소타로 초청해 U of M의 췌도분리를 견학하고 토의하게 한 경험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나 혼자만 U of M의 췌도 이식을 경험해서는 의미가 아주 제한적일 것이란 생각에 연구원들도 1주간 초청하여 직접 췌도 분리 과정을 견학하도록 했었는데,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또 연수 기간에 Hering 교수님의 실험실은 apoptotic donor leukocyte를 이용한 면역 관용 유도 실험에 매진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중 exosome의 역할에 대한 실험에 관여했다. Exosome biology와 함께exosome에 의한 trogocytosis, Type 1 regulatory T cells (Tr1) 등 면역관용과 관련된 개념들을 이해하게 되었던 점이 유익했다.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존에 하던 실험에 연결하여 연수 기간 막바지에 제출했던 계획서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과제로 선정되어 귀국 후 진행을 하고 있는데, 연수 기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과거의 주제만을 답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Hering 교수님과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impaired unawareness of hypoglycemia가 동반된 제1형 당뇨병의 치료에서 가지는 췌도 이식의 역할’에 대해 같이 종설을 쓰면서 메일을 주고 받고 있다. 지금도 메일을 주고 받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주 오랜 기간을 면역학 기초 연구를 주된 분야로 하셨으면서도, impaired unawareness of hypoglycemia가 동반된 제1형 당뇨병의 최신 임상 데이터에 대해 현직 임상의인 나보다도 빨리 중요한 데이터를 알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보다 제1형 당뇨병 환자 수가 훨씬 많은 미국에서는 교육, 연속혈당측정 및 sensor-augmentd insulin pump 혹은 hybrid closed loop, 췌도이식을 포함한 각각의 치료가 훨씬 전문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다양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시며 현 시대에 췌도이식이 가장 적합한 환자군을 정의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Inside Out’은 미네소타의 호수 위에서 가족들과 스케이트를 타는 정겨운 삶을 살던 소녀가,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간 후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Minnesota Nice’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꼭 상류층의 직업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느끼며 산다는 인상을 받았다. Inside Out에 나오는 아빠가 딸에게 ‘나도 미네소타가 그립다’는 말을 하듯이 가끔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야생 동물들의 사진을 찍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작은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혁신과 학문적 성취를 이룬 이곳 사람들의 삶이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끝으로 포화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좋은 기회를 주셨던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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