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에 의한 췌장 베타세포 개선 효과에 대한 연구
김형석(충남대 생화학교실)
본 연구실은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에 소속되어 있으며, 분자세포생물학, 내분비학, 생화학 지식을 바탕으로 당뇨병 및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베타세포 이외에도 간, 지방 조직과 같은 에너지 대사 조절에 중요한 장기들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체 유래 조직 및 유전자 변형 마우스와 질환 동물 모델을 주로 활용하며, 분자생물학적 실험과 더불어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실은 상기 연구를 통해 당뇨병의 병태 생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나아가 베타세포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임신 시 산모의 신체는 호르몬의 변화 및 체중증가와 같은 요인들에 의하여 말초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게 된다. 산모의 신체에서는 증가된 인슐린 저항성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보상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여러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산모 신체의 보상 반응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임신성 당뇨병이 발병하게 된다. 이러한 보상 반응 중 대표적인 예로 베타세포의 보상적 증식이 있다 (PMID: 19833884). 췌장 베타세포는 혈중 포도당 농도를 인지하여 인슐린을 분비하는 것을 핵심 기작으로 가진 세포로 당뇨병의 발병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시 베타세포의 보상적 증식은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프로락틴 수용체를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MID: 10809775). 임신 시 태반에서 분비된 placental lactogen(PL)은 베타세포의 프로락틴 수용체 (prolactin receptor, PRLR)와 결합하게 된다. 사람의 PRLR은 프로락틴뿐만 아니라 PL, 성장호르몬과 같은 유사한 구조의 다른 호르몬 또한 작동할 수 있다 (PMID: 9626554). PRLR은 JAK2/STAT5 신호전달을 통해 세포 내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PRLR 신호전달 기전은 베타세포의 보상적 반응의 핵심 기전으로 베타세포 증식과 세포 자멸사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유발한다 (PMID: 10809775, 17728251, 22382519).
이러한 임신 시 PRLR을 통한 베타세포의 이로운 효과들의 하위 기전으로 세로토닌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PMID: 20581837, 24218571).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로 잘 알려져 있는 monoamine 계열의 분자로 중추 신경계에서의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세로토닌은 중추 신경계 뿐만 아니라 말초조직에서도 합성이 일어나는데 장 상피의 enterochromaffin cell이 대표적인 예이다. 세로토닌은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와 말초 조직의 세로토닌은 서로 영향을 줄 수 없다. 또한, 세로토닌의 합성은 tryptophan hydroxylase (TPH)에 의해 일어나게 되는데, 신경계는 TPH2의 작용에 의해 합성이 일어나고 말초조직은 TPH1에 의한 합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신경계와 말초조직의 세로토닌 시스템은 각기 분리되어 있다 (PMID: 12511643).
임신 시 베타세포의 PRLR 신호전달의 활성화는 STAT5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활성화 된 STAT5 중합체는 핵 내로 이동하여 TPH1의 발현을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PMID: 26136513). 정상 성인의 베타세포에는 세로토닌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나, 임신 시 TPH1 발현 증가로 인해 베타세포 내 세로토닌의 합성이 증가하게 된다. 합성된 세로토닌은 베타세포 외부로 분비되어 autocrine/paracrine 방식으로 베타세포의 세로토닌 수용체 2B (HTR2B)에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HTR2B 신호전달 기전의 활성화는 베타세포의 증식을 유도되게 된다. 이처럼 산모의 베타세포에서는 PRLR-STAT5-TPH1 경로를 통해 세로토닌을 매개로 한 보상적 증식이 일어나게 된다 (PMID: 20581837).
최근 산모의 고령화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향후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유 수유는 이러한 산후 당뇨병의 발병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그 병태생리적 기전에 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PMID: 23069624). 이에 본 연구자는 수유의 대사 개선 효과의 상세한 분자세포생물학적 기전을 밝히고자 하였다. 임신성 당뇨병 산모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유를 수행한 산모들의 내당능이 수유를 시행하지 않았던 산모에 비해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수유를 시행한 산모들에서 베타세포의 기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disposition index의 개선이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현상의 기전을 밝히기 위해 임신 후 수유를 시행한 쥐와 시행하지 않은 쥐를 비교 분석하였다. 수유를 시행한 쥐는 내당능과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와 같은 대사적 지표들이 개선되었으며, 베타세포의 증식과 양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수유 시 인체는 모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뇌하수체의 프로락틴 분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증가된 혈중 프로락틴은 췌장 베타세포의 PRLR에 작용하여 하위 신호 전달 기전을 활성화 시키게 된다. 이는 임신 시 베타세포에서 일어난 것과 동일한 세로토닌에 의한 베타세포 증식 기작을 유발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베타세포 특이적 TPH1 KO 마우스에서 수유에 의한 베타세포 개선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베타세포의 개선 효과가 세로토닌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베타세포 특이적 HTR2B KO 마우스를 통해 베타세포의 증식이 HTR2B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규명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세로토닌에 의한 베타세포 증식 기작 이외에 세로토닌 분자가 항산화 기능이 있음을 추가로 규명하였다. 세로토닌을 포함한 인돌 유도체들은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 (PMID: 20727623). 특히, 세로토닌에서 유도되는 대사체인 멜라토닌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MID: 27500468). 본 연구는 세로토닌이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규명하였으며, 수유기 베타세포 내부의 증가된 세로토닌에 의해 베타세포의 산화적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수유기 베타세포에서 증가된 세로토닌은 임신 시와 유사하게 베타세포의 증식을 유발하여 산후 당뇨병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베타세포 내의 세로토닌이 산화적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가짐을 규명하였다. 아래는 세로토닌에 의한 수유기 베타세포 개선 효과에 대해 요약 정리한 그림이다 (그림 1)
통상적으로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세포로 정의되어 왔으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이러한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들 사이에서도 각기 다른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PMID: 27398620, 27452146, 28597073). 각각의 베타세포는 성숙과 분화, 증식의 차이를 가질뿐만 아니라, 일부 베타세포는 다른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PMID: 27452146).
본 연구실은 기존의 임신 및 수유기 베타세포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 베타세포의 새로운 아형을 발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임신 및 수유기 베타세포는 세로토닌의 합성과 분비가 그 기능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실제 임신 및 수유기의 베타세포를 관찰하면 세로토닌을 만드는 세포는 전체 베타세포 중 일부 세포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이는 임신, 수유기의 베타세포가 이질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세로토닌 합성이 증가되는 특정한 세포군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임신 중인 마우스의 베타세포를 분리하여 single cell RNA sequencing을 수행한 결과 베타세포가 다양한 그룹의 세포로 구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신 및 수유기는 베타세포의 증식과 기능향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며, 이 시기의 베타세포의 이질성을 규명한다면 새로운 베타세포의 아형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각각의 베타세포 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을 수행 중이며, 새로운 베타세포 마커 발굴 및 베타세포 아형 정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 및 수유기는 베타세포에 있어서 보상적 증식과 인슐린 분비의 증가와 같은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세로토닌을 매개로 한 이러한 현상들의 규명은 베타세포에 대한 이해를 넓힘과 동시에 베타세포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약물 발굴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현재 본 연구실에서는 기존의 임신 및 수유기의 베타세포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 베타세포의 이질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신 및 수유기 베타세포에서 세로토닌 합성의 이질성이 명확히 나타남을 이용하여 베타세포의 이질성을 규명하고 나아가 새로운 베타세포의 아형을 정립하고자 한다. 새로운 베타세포 아형의 정립은 베타세포의 기능과 당뇨병 발병 기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것으로 생각되며, 새로운 베타세포 표적 당뇨병 치료제의 학술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문의 해당문장에 PMID(Pubmed ID)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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