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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파라다이스

윤희(유니온 디자인)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주거 문화를 대변하는 집의 형태이다. 천편일률적인 평면으로 성냥갑이라고 불리우던 시절을 지나, 더욱 진화, 발전하고 있는 아파트의 평면으로 사는 공간이 다양해 졌음은 물론 이거니와 각양각색의 가족들과 그들의 취향에 의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곳이 또 요즘 시대의 아파트 이기도 하다.

· 다양한 기능을 충족하는 요즘 시대의 아파트 주방

  여성의 사회진출, 식문화의 변화에 따라 배달의 전성시대가 된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배달과 외식으로 인한 주방의 기능도 조리의 기능이 축소되면서 주방공간에 할애되는 면적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제는 오히려 홈카페, 홈라이브러리, 홈라운지 등등의 가족구성원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수용할 수 있게 집안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30평대의 주방을 살펴보자. ㄷ자 주방배치로 사회활동이활발한 가족들이 아침은 주방 씽크대와 연결된 아일랜드바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게, 저녁은 6인용 식탁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게 공간을 시간대로 분리하여 개발한 평면이다. 주방 벽면의 장식장은 오픈과 폐쇄형으로 분리하여 오픈장은 장식장 및 책장으로 기능을 하고, 폐쇄형은 주방이나 집안의 팬트리 기능을 하는 수납장으로 활용이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50평대 주방은 아예 식당공간과 주방공간을 분리한 평면이다. 예시로 제시한 사진은 식당공간인데 개폐가 가능한 도어가 달린 홈바 기능의 수납장과 식당을 병렬형으로 배치하여 홈파티가 가능한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조리를 위한 공간은 홈바 수납장 뒷편에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40평대 주방공간은 Mom’s office라고 불리는 작은 서재공간과 책장 겸 장식장, 사용빈도가 잦은 소형가전을 둘 수 있는 아일랜드 장식장까지 주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행위들을 고려해 개발된 공간이다. 40평의 주방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8인용 식탁 또한 배치 가능하여 집이 사무실이라면 회의실로도 사용 충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1인가구가 증가하고 좀 더 고급스럽고 안락한 공간에서 살고자하는 욕망을 반영한 다양한 평면과 가구들이 개발되고있는 점도 요즘 시대의 디자인 트렌드라 할 수 있다.

· 갤러리로 변신하는 요즘 아파트

  지난해 전 세계 많은 갤러리가 전통적인 갤러리 공간을 벗어나 누군가 살고 있는 리빙 스페이스로 공간을 옮겨갔다. 화이트 큐브 공간의 차가운 갤러리는 경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곳이건 누군가 살고 있는 공간을 사람들은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그곳에 천편일률적인 가구와 작품 대신 특별한 세라믹, 오브제, 그림, 디자인 가구가 들어선 풍경은 차가운 모델하우스에 온기와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럭셔리 주거 공간이 대세가 되고 있는 요즘,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며, 컬렉션을 품은 공간으로 변화 중인 현상은 결국 자신의 어필하는 시대를 반영하는 한 섹션이 될 것이다.

· 노인을 위한 집. 시니어 리빙 아파트

  시니어를 위한 주택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부모세대가 그랬던 것 처럼 본인 소유의 집에 머물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나이가 되면 요양원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누군들 자신이 살던 곳을 등지고 낯선 시설에 들어가는 삶을 예견하고 희망할까. 그 고민 끝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시니어 리빙 아파트이다. 평범한 일반가족을 타겟으로 하던 평면과 디자인을 개발하던 건설사들이 이제 막 눈길을 주기 시작한 프로젝트이지만 가파르게 노령화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정답은 아닐지라도 대안은 마련해 줄 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금, 노년층이 밀집한 시니어 리빙 아파트는 오프라인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관계의 커뮤니티’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자가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의 공간적 한계에서 오는 답답함을 상쇄하고 이웃과 소소한 안부를 건넬 수 있는 ‘작은 사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관계 지향형 주거 모델인 시니어 리빙 아파트는 물리적 나이를 떠나 공동체 생활을 희망하는 이들의 대안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이것을 코리빙하우스라고 일컫는데 죽는 날까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인간의 바람을 이처럼 완벽하게 구현한 주거 커뮤니티가 있을까? 각자 다른 가족들이 모여 살지만 한 단지안에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공동체여서 안심이 되는 아파트가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나아가 무료 조식, 주민카페, 피트니스 시설, 수영장, 헬스 전문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아파트 단지내 커뮤니티의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이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의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도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인일수록 젊은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삶의 질의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를 위한 아파트 디자인을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이고, 또 계속 되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로 인해 한옥이 근대화가 되지 못하고 빠르게 서구화가 되었고, 좁은 면적의 나라에서 아파트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이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여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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