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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Missouri, USA

이은영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해외 연수를 마치고 바쁜 일상에 적응해가는지 어느덧 6개월이 접어드는 시점에 해외 연수기를 작성하면서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잠시 추억에 잠겨 본다.

아직은 코로나로 대부분의 발이 묶여 있던 2021년 가을에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다. 코로나를 염려해서 시기를 좀 더 늦추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염려도 있었지만, 앞으로 ‘with 코로나’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더 미루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연수의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 어디로, 어떤 연구실에, 어느 PI 교수님께 갈 것이냐가 가장 고민인 것 같다. 나 역시도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었고 여러 연구자분들께 이력서와 메일을 보내면서 접촉하던 중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에 있는 Jing W. Hughes 교수님의 실험실에 가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혹시 세인트루이스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실 텐데, 김광현 선수가 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가 있는 곳으로 더 잘 아실 것 같다. 세인트루이스는 약 인구 30만 정도의 중소도시지만 미주리 주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지리상으로는 일리노이 주와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카고에서 차로는 5시간 반 정도 떨어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독특하게도 세인트루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긴 두 개의 강인 미주리 강과 미시시피 강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며, 과거 서부 개척시대에는 동부에서 서부로 지나는 관문(gateway)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서구 영토 확장을 기념하는 Gateway Arch가 있는데 이는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인공 건축물로 높이가 무려 192m가 된다고 한다. Gateway Arch 덕분에 세인트루이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인 Gateway Arch National Park도 있었다. 나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세인트루이스라는 도시가 매우 생소했는데, Gateway Arch 외에도 뉴욕 필하모닉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오케스트라인 세인트루이스 오케스트라단이 있으며, 유명한 맥주인 버드와이저(Budweiser)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실험실에서 빠질 수 없는 Sigma-Aldrich 본사도 이 곳에 있었다.

내가 있던 워싱턴 대학교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워싱턴 대학과는 다른 대학으로 영어로는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라고 하여 “WashU” 또는 “WUSTL”이라고 많이 불렸으며, 워싱턴주의 워싱턴 대학은 “University of Washington”으로 보통 “UW”로 불려 서로 구분하고 있었다. WashU는 1853년에 설립된 세인트루이스를 대표하는 사립대학으로 US News 대학 랭킹에서 매년 10위 안에 드는 명문 대학으로 의대 외에도 법학, 경영학, 정치 경제학 등이 유명하다. 특히 현재까지 25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하였는데, 이 중 18명이 생리의학상 분야에서 수상하였다. 모두들 잘 아는 ‘Cori Cycle’을 발견한 Carl과 Gerty Cori 부부도 워싱턴대학에서 연구를 하였다. 노벨상 수상자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워싱턴대학은 매우 연구 중심적인 병원으로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매우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있던 실험실은 베타세포에서 일차 섬모의 역할을 규명하고, 세포와 세포 간의 소통에 섬모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었다. PI 교수님은 내분비 의사였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할애하여 거의 항상 실험실에서 만날 수 있었고, 연구원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토론할 수 있도록 늘 연구실 문을 열어 두었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또 활발히 토론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나에게 실험연구는 늘 한쪽 발만 담그고 두 발을 제대로 담그지 못해 고민이 부분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 실험실로 가기로 선택했지만 막상 실험을 시작할 때는 ‘과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컸는데, 같은 연구실 동료들의 많은 도움과 그리고 늘 격려하고 응원해 준 PI 교수님이 있어 연수 기간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기초가 많이 부족하여 너무 큰 연구실보다는 중간이나 소규모의 연구실을 원했는데, 내가 있던 곳은 규모가 작은 편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좀 더 많은 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PI 교수님 및 연구원들과 늘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험 연구 설계를 어떻게 해 나가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또 결과에 따라 다음 연구를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던 시간이었다. 감사하게도 연수 기간 동안 1-2편의 논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실험에서 얻은 연구결과를 어떻게 구성하여 다른 연구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많이 배운 것 같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처음 시작은 좌충우돌 실수도 많이 하고 연구 중간에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PI 교수님은 시도해 본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최소한 이 실험으로 우리가 이 실험은 negative result라는 것은 알게 되지 않았냐고 늘 긍정적으로 연구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셨다. 실험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자세도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나는 연수 기간 동안 대도시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곳에서 지내고 싶었는데 그러기에 세인트루이스는 딱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병원이 있는 곳은 시내였지만 20~30분 거리에 있는 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사슴과 같이 산책을 하고, 근처 공원에서는 들소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연수를 가기 전에는 미국에 가면 영어 실력이 좀 늘겠지 했는데, 막상 연수지에서 향상된 건 요리 실력뿐인 것 같다. 그래도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열심히 요리(?)를 한 덕분에 한인식당이 많지 않은 세인트루이스에서도 건강히 잘 지낸 것 같다. 연수 초반에는 코로나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코로나가 점점 완화되면서 가족들이 방문하여 함께 여행하는 즐거운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런 걱정 없이 오로지 실험에만 몰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도 가지고 가족들과도 매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꿈같은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연수를 준비하는 시간과 연수 기간,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얼마나 많은 분들께 배려와 도움, 사랑과 격려를 받았는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여러 어려운 의료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선뜻 연수를 허락해 주시고 병원에서 빈 자리를 채워주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연수 가기 전에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신 여러 교내외 선생님들께 해외연수기를 빌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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