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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 시즌 2: 단풍 물드는 가을,
이 맥주에 흠뻑 젖고 싶다.

윤석기 (천안엔도내과의원)

독일에서는 3월이 되면 메르첸비어를 빚는다.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열리는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에 대비해 봄에 새로 수확한 보리와 밀로 빚는 옥토페스트 맥주다.

'수확의 계절'답게 가을은 다양하고 신선한 맥주들이 쏟아져 나와 전 세계 ‘맥주덕후’들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가을이 아니면 마실 수 없는 대표적인 가을 맥주, ‘앰버 라거(Amber Lager)’를 소개해 보겠다. 바로 유럽 전통의 가을 맥주, ‘메르첸(Märzen)’이다.
메르첸비어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독일의 바이에른 지역에서 맥주의 양조 시즌이 끝나는 3월경에 더운 여름을 버틸 수 있도록 홉을 많이 넣어 진하게 만들었고, 부패가 잘 되는 여름에 더위를 피해 서늘한 알프스 동굴에 보관하였다가, 3월에 만든 맥주를 가을 축제기간에 마신 데서 유래되었다. 메르첸은 독일어로 3월이라는 뜻이다. 오랜 세월 독일인들은 메르첸을 마시고 비로소 가을이 온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앰버 라거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 그것은 바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최초의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초대 왕 막시밀리안 1세의 황태자 루트비히 왕자와 작센‐힐트부르크하우젠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이었다. 떠들썩한 잔치, 퍼레이드, 경마 등 온갖 행사 등으로 축하연은 닷새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축제 장소는 신부의 이름을 따서 '테레지엔 광장(Theresiewiese)'이라고 불렀고 그 이후로 옥토버페스트는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열려왔다. 축제에서 맥주가 중심 역할을 했고, 메르첸비어는 최초의 옥토버페스트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뮌헨은 당시만 해도 여전히 다크 라거의 고장이었고, 옥토버페스트를 후원하는 뮌헨을 대표하는 6개의 맥주회사 중 슈파텐(SPATEN)이 ‘앰버 메르첸(Amber Märzen)’을 1841년 옥토버페스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1872년에는 브루어리 최초로 앰버 메르첸을 옥토버페스트비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이에 경의를 표하려고 맥주 축제 첫날은 뮌헨시장이 슈파텐 맥주통의 꼭지를 내리쳐 개봉하고 이 신호로 2주간에 걸쳐 맥주 축제가 열린다.

메르첸비어중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맥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모크 향이 감도는 강렬한 훈제 맥주 ‘슈렝케를라 라우흐비어 메르첸(Schlenkerla Rauchbier Märzen)’이다. 슈렝케를라 라벨에는 1405년을 출발점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사실 본격적인 역사는 1767년 양조장을 인수한 볼프강 헬러로부터 시작된다. 슈렝케를라라는 비공식적인 명칭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877년 안드레아스 그레이저가 양조장을 인수하고 난 뒤다.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던 그는 걸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고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슈렝케른’, 밤베르크 사투리로 절뚝거리는 사람으로 불렀다. 양조장 또한 슈렝케를라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라벨 한쪽에 있는 빨간색 인장 속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사람이 바로 안드레아스 그레이저다. 안드레아스는 충분히 현대적인 방법으로 맥주를 만들 수 있었지만 나무를 태워 맥아를 만드는 전통을 고수했고 현재까지 6대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맥아 회사 바이어만이 바로 코앞에 있음에도 여전히 직접 맥아를 생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전통이 그들의 정체성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알 수 있다.

양조장이 위치한 밤베르크는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소도시로 하인리히 2세 황제가 신성로마제국 중심지로 삼았고 7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이다. 중세 마을 자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작은 베네치아라고도 불리며 실제로 도시가 매우 아름다워서 199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밤베르크는 바이에른 북쪽 오버프랑켄에 있다. 우리는 뮌헨을 독일 맥주 도시로 알고 있지만 사실 오버프랑켄이야말로 독일 맥주의 중심지다. 2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는 이 지역은 세계에서 1인당 양조장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오버프랑켄을 대표하는 바이로이트, 쿨름바흐, 밤베르크는 오래된 맥주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로, 이들 도시엔 작지만 다양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즐비하다. 맥주에 엄청남 자부심을 가진 오버프랑켄 사람에게 맥주는 종교와 같다.

'라우흐(Rauch)'는 독일어로 '연기'를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연기향이 강렬한 맥주이다. '슈렝케를라 라후흐비어'는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양조장에서 맥아를 로스팅 하기 전에 너도 밤나무를 태우는 불 위에 직접 올려 열을 가하고 건조함으로써 독특한 훈연 향을 가진 맥아를 만든다. 이때 사용하는 너도밤나무는 현지 프랑켄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를 잘라 3년 동안 천천히 건조한 것을 사용한다. 이러한 제맥 과정이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행해지고 있기에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독일 맥주 장인의 고집이 담긴 맥주라고 할 수 있다.

'라우흐비어'의 탄생 비화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이 지방의 어느 맥주 양조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맥아를 저장한 창고(너도밤나무숲에 맥주 저장고와 맥아 보관창고가 있음)에 불이 나서 저장된 맥아를 태우게 되었는데 이때 반쯤 탄 맥아와 전혀 타지 않은 맥아를 가지고 맥주를 빚었는데 반쯤 탄 맥아로 만든 맥주는 너무 탄 맛이 강하게 맥주 풍미가 별로였지만, 타지 않고 연기에 훈연된 맥아로 만든 맥주는 훈연의 풍미가 뛰어난 맥주가 탄생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라우흐비어' 라는 대단한 맥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슈렝케를라 라우흐비어 메르첸은 하면발효 맥주로 도수는 5.1%, 강력한 스모크 향으로 스카치위스키나 블랙커피와 비슷한 향도 느껴진다. 혀에서의 느낌은 연기 향과 함께 태운 토스트와 붉은 견과류 같은 고소함도 있다. 외관은 보라색이 들어간 칠흑색, 거품은 약간의 갈색이 나며 풍만하다. 슈렝케를라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은 맥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낯선 향에 움찔할 수도 있다. 소시지는 말할 것도 없고 구운 고기, 말린 육포는 훌륭한 파트너가 되며, 구운 아몬드와 치즈도 빠질 수 없다. 굽고 볶는 데서 나오는 향미를 가진 거의 대부분의 음식은 슈렝케를라 메르첸을 친숙하게 만든다.

처음 접해보는 사람은 맥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낯선 맛과 향에 힘들어하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 바로 슈랑케를라 라후흐비어가 가진 마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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