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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1 | 제17권3호 <통권65호>

2024년 가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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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 2024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84th Scientific Sessions)

류영상

류영상 조선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내분비내과에 처음 발을 들였던 2019년부터 유럽에서 개최하는 내분비 관련 학회에는 몇 차례 참석할 기회는 있었지만, 미국당뇨병학회(ADA) 학술대회는 온라인으로만 참여해 왔다. 그런데 이번 2024년 ADA 84th Scientific Sessions에는 직접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ADA는 2024년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플로리다 올랜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다.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발표를 들을 수 있었고, 주요 연구 결과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주요 임상 연구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에서 Tirzepatide의 효과를 증명한 "SURMOUNT-OSA Trial"이 소개되었다. 엠바고 때문에 이 발표가 있고 나서 바로 NEJM에 출판되었다. 이 세션에서 Tirzepatide는 비만과 중등도에서 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을 가진 환자에서 수면무호흡증의 심각성과 관련된 심혈관 대사 문제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치료제임을 입증했다. 세부적으로 Tirzepatide가 수면 장애 호흡, 수면 관련 기능 및 수면의 질,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개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제 비만 약을 넘어서 비만과 관련된 질환까지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Tirzepatide의 임상적 유용성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들었던 강의는 "Severe GLP-1RA Side Effects in Obesity Treatment - Fact or Fiction?"로,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논의한 세션이었다. GLP-1 수용체 자극제는 최근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효과에 비해 부작용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세션에서는 췌장염, 담낭 질환 그리고 자살 위험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현재까지의 근거에 따르면 GLP-1 수용체 자극제의 사용은 담낭 질환을 증가시키지만 심각한 부작용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고, 췌장염이나 췌장암 그리고 자살 위험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인과관계가 밝혀져 있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환자를 진료할 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의 환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조심히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DA 마지막 날에는 미국당뇨병학회의 최고 영예인 ‘Banting Medal'을 수여하고 과학자의 업적을 기리는 강연이 있었다. 이 세션은 컨벤션센터에서 2,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룸에서 진행되었는데, 그 룸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에 Banting Award를 받은 Rury R. Holman은 University of Oxford의 교수이자 당뇨병 공부를 하다 보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연구인 UKPDS를 설계하고 진행했던 사람인데, 지나왔던 삶에 대한 회고를 하는 강의를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나 자신도 내분비내과 교수로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이했던 점 중 하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환자의 스트레스에 관한 전시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이 기기가 환자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당을 쉽게 잴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혈당 수치 변화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나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잦은 알람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연속혈당측정기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사용해야 하지만, 환자 진료에 있어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DA 또는 EASD와 같은 큰 학회에서 설치된 부스를 보면, 최근 당뇨 치료를 주도하는 약물과 기기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이번 ADA 부스는 유럽당뇨병학회와 마찬가지로 약물보다는 연속혈당측정기 또는 펌프와 같은 기기 쪽이 대부분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카카오헬스케어를 포함한 당뇨 관리 애플리케이션 부스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oral presentation에서는 이러한 혈당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실제 혈당 관리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여러 발표가 있어서, 앞으로의 당뇨병 시장은 이러한 영역이 커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번 당뇨병학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연구자들이 오직 '당뇨병'을 주제로 모였다. 공항 셔틀에서부터 서로의 연구 주제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열정이 넘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학회 기간 내내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해 열정적으로 발표하고, 서로의 발표를 경청하며 질문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었고,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다른 연구자들의 열정과 헌신을 보면서 나도 더욱 열심히 연구에 임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이번 학회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서, 나의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와 앞으로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