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곤 가천대학교 길병원 가정의학과
최근 ICO 2024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며 전 세계 비만학의 최전선에서 최신 연구 동향과 비만 치료의 여러 방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상파울루의 Centro de Convenções Frei Caneca에서 개최되었다. 일반적인 국제학술대회가 눈에 띄는 호텔이나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곤 했던 것과 달리, Frei Caneca는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처음에는 학회장이 다소 평범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회장에 들어가 보니 강연장 방 이름이 비만학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이름으로 붙여져 있는 것을 보면서 이번 ICO에서 비만학의 역사와 전통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브라질의 대도시들은 치안 문제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나도 상파울루에 도착하기 전에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상파울루는 예상보다 평범한 도시였으며,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특히, 핸드폰 날치기가 빈번하다는 조언을 받아 길거리에서 핸드폰 사용에 신경 썼고, 그 외에도 현지인들의 조언 덕분에 큰 불편 없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브라질 비만학회(ABESO) 임원들과 개인적 인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브라질 비만학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ICO 2024에서 브라질의 비만학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과의 깊은 연구 연계가 돋보였고, 브라질 연구자들이 미국의 유명 학자들과 활발히 협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텍사스나 루이지애나와 같은 비만학에 강점이 있는 미국 남부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키노트 강연이 여럿 있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키노트 강연은 Eric Ravussin 교수의 "Energy expenditure during the life course and in the last decades"와 Philipp Scherer 교수의 "How adipose tissue dysfunction can explain metabolic health and IR in obesity and T2D?"였다. 이 두 연자는 비만학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거장인데, 이들의 강연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Ravussin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하자면, 제지방량으로 조정한 일일 에너지 소모량은 1세까지는 성인보다 50% 정도 높고, 서서히 감소하여 20세 정도에 성인 수준으로 감소하여 안정화되는데, 20세에서 60세 사이에는 10년마다 20 kcal 정도씩 감소하며, 60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빠르게 감소하게 된다. Scherer 교수의 강연은 전부터 개인적으로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ICO에서의 그의 강연은 렙틴이 간에서의 인슐린 감수성, 지방 축적 및 섬유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ICO에서 가장 권위 있는 Willendorf and Wertheimer Award는 Nicholas Finer와 David Raubenheimer에게 수여되었다. 특히 Raubenheimer 교수의 "단백질 레버리지 가설" 강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이론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때 인간과 동물은 식단에서 필요한 단백질의 양을 유지하기 위해 식욕을 높여서 전체 음식 섭취량을 늘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파울루에 있으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장벽이었다. 포르투갈어가 가능하면 아주 좋고, 스페인어만 할 수 있어도 일상생활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호텔 등 외국인을 위한 시설이 아닌 곳은 영어로는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다. 특히 음식점에서 음식 주문할 때 몹시 어렵다.
언어에 대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학술대회가 국제학술대회인ICO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강연이 포르투갈어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강연에서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영어의 동시통역이 제공되어 강연을 듣는 데에는 큰 무리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입장에서 이어폰을 끼고 통역되는 영어를 듣는 것이 불편하기는 했다.
ICO 2024는 그간 참여했던 그 어떤 비만 국제 학술대회 보다 더 많은 영감을 내게 주었다. 최신 연구 결과와 통찰력 있는 이론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고, 글로벌 비만학 연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그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남미 지역도 비만학의 강자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제가 학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는 세계비만연맹 산하의 주요 지역 학회입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는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의 비만학회들이 연합하여 구성된 학회이며, 2024년 현재 14개국 15개 단체가 회원 학회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학회 공식 학술지는 ‘Obesity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ORCP)’이며, 학회 학술 행사는 ‘Asia-Oceania Congress on Obesity (AOCO)’입니다. AOCO는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2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였으나, 올해부터는 매년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두 번 AOCO를 개최한 바 있으며, 매년 개최로 바뀐 올해의 경우 학술대회 준비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하여 회장국인 우리나라에서 다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하는 이번 학술 행사의 모든 연자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출신으로, 이 지역의 연구자 발굴 및 네트워크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비만학에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네트워크에 관심이 있는 내분비학회 회원 여러분들도 이 행사에 초대합니다.
SICOM & AOCO 2024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sico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