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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 (3)

조보연(중앙의대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부탄은 불교 국가이므로 전국 곳곳에 사찰이 없는 곳이 없다. 사찰건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사찰과 요새, 또는 행정기관의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죵(dzong)이라고 부르는 성으로 주요 도시 및 행정 중심지마다 없는 곳이 없다. 마을을 방어하는 요새의 역할이 강하므로 높은 성벽과 함께 진입하기 어렵게 지어졌는데, 설계도가 없어야 하고 쇠못을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대표적인 건물로는 국왕 집무실과 대승정 집무실이 있는 수도 팀푸의 타쉬쵸 죵(Tashi Chhoe Dzong)(사진 1),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심토카 죵(Simtokha Dzong), 겨울의 수도 푸나카 죵(Punakha Dzong) 등을 들 수 있다(사진 2).

  국왕 집무실과 대승정 집무실이 있는 수도 팀푸의 타쉬쵸 죵(Tashi Chhoe Dzong)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설계 도면을 따로 만들지 않은 전통 부탄 방식으로 건축되었다. 성벽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쌓았고 깔끔한 하얀색 칠이 되어있다. 성곽을 따라 사면의 모서리에는 대칭형의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은 2층으로 된 전각 위에 3층의 탑이 조성되어 있다(사진 1).


사진 1. 수도 팀푸의 타쉬쵸 죵(Tashi Chhoe Dzong) 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두 건물 중 멀리 보이는 것이 왕의 집무실이고 가까이 보이는 건물이 재무부이다. 가운에 높은 건물이 우체(Utse)로 일종의 망루 역할을 한다. 우체 왼편에 있는 건물들은 사원으로 왼쪽 세 개의 건물 중 멀리 크게 보이는 것은 대승원장 집무실 및 숙소, 가운데 건물은 대법당이다.
대법당과 우체 사이의 광장은 축제의 장소이다.



사진 2. 부탄 최초의 심토카 죵(1629년 건립, 왼쪽 사진)과, 겨울의 수도 푸나카 죵(오른쪽 사진)

  부탄의 옛 수도 푸나카는 해발 1250m에 위치하여 현 수도 팀푸보다 고도가 낮고, 이모작이 가능한 지역으로 농작물이 풍부하여 불교가 정착한 후 250여년간 수도이었다. 푸나카 죵을 비롯한 정통 문화가 잘 간직된 도시이다. 푸나카 죵은 1637년 건립된 성으로 가로 72m, 세로 180m의 긴 구조로 되어 있다.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부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건물이다(사진 3).


사진 3. 푸나카 죵(Punakha Dzong) 전경.

  부탄 사찰건축의 둘째 형태는 라캉(Lhakhang)으로 일반에게 개방되는 사찰이며, 대부분 마을 근처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위치하여 찾아오는 이가 많은 편이다(사진 4).


사진 4. 치미 라캉(Chime Lhakhang, 왼쪽 사진)과 키큐 라캉(Kychu Lhakhang 오른쪽 사진).

   드죵이나 라캉에 비해 좀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은둔의 사원 곰바(Goemba)가 있는데, 곰바는 고독한 은둔자라는 뜻이다. 깊은 계곡이나 절벽 등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수행자들만의 공간이다. 부탄의 대표적인 곰바로는 탁상 곰바(Taktshang Goemba)를 들 수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 이듯이 탁상 곰바는 부탄을 상징하는 종교 건축물이다.

   탁상 곰바를 가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오후엔 고산지역에 가스가 차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없고 종종 비를 만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발 2,600m의 주차장에서 3,140m인 탁상 곰바까지 가는 방법은 걷거나 조랑말을 타고 가는 외에 다른 교통수단은 없다. 해발 2,600m 지점에서 출발해서 조랑말로 갈 수 있는 2,940m 고지 카페테리아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높이로는 340m에 불과하지만 길이로는 약 3km라고 한다. 카페테리아에서 약 30분 정도 올라 가니 쉬어 갈만한 정자, 그리고 민가도 몇 채 나온다. 여기까지 오르는데 아주 천천히 걸었지만 그래도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한 숨 돌리고 고개를 들어 반대편 바위 위를 보니 탁상 곰바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부터 구불구불한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 간다. 내려 가는 도중에 탁상 곰바를 바라볼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사진 5).


사진 5. 카페테리아에서 30여분 올라 가서 만난 정자에서 바라본 탁상 곰바.

   전망대를 지나 10분 정도 내려 간 후 다시 10분쯤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사원 입구가 나온다. 사원에 입장하려면 먼저 소지품인 가방, 카메라, 신발 등을 맡기고 여행사를 통해 발급받은 방문허가서를 제출하고 입장 허가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부탄에 와서 처음으로 경찰관을 보았다. 평지로부터 900m 이상 깎아지른 절벽에 있는 탁상 곰바는 절벽에 걸려있다는 표현이 알맞은 사원이다(사진 6). 탁상 곰바 본당은 1692년 파로의 성주였던 ‘기스 텐지 랍게(Goes Tenzi Rabgye)’에 의해 파드마 삼바바가 명상하던 장소에 세워졌다. 본당 주변에는 몇 개의 부속 건물이 있는데, 이중 ‘포부 라캉’ 사원에는 당시 악마를 무찌르던 세 날의 금강저가 보존되어 있다. 본당 위에 있는 건물은 ‘남걀 라캉’ 사원이고, 그 위로는 파드마 삼바바 보살이 천상에 사시는 도리천을 의미하는 ‘장토펠리’ 사원이 있다(사진 6). 1998년 대 화재로 본당이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2000년 대대적인 복원 공사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사진 6.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탁상 곰바와 근접 사진(아래).

   수도 팀푸와 푸나카를 이어주는 고갯길 도출라 패스는 해발 3,140m에 달하는 하늘길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고개를 여러 개 넘는다.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면서 고개를 오르다 보니 주변 경치도 아름답고 하늘도 청명해서 그야말로 신선이 노는 동네를 지나는 느낌이다. 이렇게 1시간 30분 정도 달리다 보니 어느새 108개의 탑으로 된 ‘도출라 초르텐’이 서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그 장엄함이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사진 7). 이 도출라 초르텐은 ‘드럭 왕걀 초르텐 (Druk Wangyal Chorten)’ 이라 불리는데, 도출라 고개 정상에 있는 108불탑이다. 1973년 인도 시킴 내란에서 패배한 반군들이 부탄으로 도망 왔는데, 인도정부의 요청으로 부탄 왕이 군대를 이끌고 성공적으로 반군을 소탕하였다. 이 전쟁에서 숨진 군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2004년에 완공되었다. 특기할 점은 부탄 군인 뿐만 아니라 사망한 적군까지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이 모든 병사의 명복을 빌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부처님 가르침대로다.


사진 7. 해발 3140m 정상에 있는 도출라 초르텐 108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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