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현 학술위원회 간사 고려대학교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대한내분비학회의 국제 학술대회인 Seoul International Congress of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in conjunction with the 44th Annual Scientific Meeting of the Korean Endocrine Society (SICEM 2024)가 지난 4월 11일(목)부터 13일(토)까지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SICEM 2024는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증의 영향으로 가을로 이동했던 SICEM이 다시 봄으로 돌아오며 SICEM 2023을 마친 후 약 5개월 반 만에 다시 진행되었으나, 총 30개 국가에서 1,511명이 참가해 584편의 초록을 발표하고, 46개의 세션에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SICEM 2024의 슬로건은 ‘One Endo’였다. 여기에서 One은 ‘union,’ ‘unique,’ ‘best,’ 그리고 ‘One Health’ 등을 뜻한다. SICEM 2024는 이러한 의미가 잘 녹아든 다양하면서도 수준이 높고,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SICEM 2024에서는 총 4개의 기조 강연이 진행되었다. 먼저 기초 분야에서는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Peter Tontonoz 교수님이 “Cholesterol transport in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이라는 제목으로 콜레스테롤의 운반에 관여하는 Aster 단백질의 발견과 이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다. 갑상선 분야에서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Susan Mandel 교수님이 “Thyroid autoimmunity and pregnancy”라는 제목으로, 임신 중에 겪을 수 있는 갑상선질환들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최신 동향을 발표하였다. 당뇨병과 비만 분야에서는 2023년 미국당뇨병학회의 Banting Medal for Scientific Achievement Award 수상자인 Helmholtz Munich의 Matthias H. Tschöp 교수님이 최근 당뇨병과 비만의 치료에 있어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다중 작용제들의 개발 과정과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내용 및 향후 전망 등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골대사 분야에서는 University of Melbourne의 Natalie A. Sims 교수님이 “The many ways that osteocytes control bone structure”라는 제목으로 뼈의 구조와 강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골세포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조명하였다. 기조 강연들은 모두 각 석학들이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주어진 일에 대처하는 시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는데, 특히 Matthias H. Tschöp 교수님의 강의는 어느 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지난한 과정을 견딜 수 있는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SICEM 2024에서는 대한내분비학회와 내분비대사 분야의 국외 학술 단체들이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상호 협력을 지속해 나가고자 공동 심포지엄을 주최하였다. 먼저 대만의 Endocrine Society of the Republic of China (Taiwan)와의 심포지엄에서는 “Keeping friendship by sharing knowledge”라는 주제로 주요 갑상선 질환들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경험과 진료지침의 내용 등을 공유하였다. 일본의 Japanese Endocrine Society와는 “Rising stars in endocrinology from Japan and Korea”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통해 한일 양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내분비대사질환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ASEAN Federation of Endocrine Societies와의 심포지엄에서는 “Enhancing diabetes understanding and treatment in the Asian context”라는 주제로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의 특징과 각국의 현황 및 이에 대한 대응 방안들을 발표하고, 비교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Endocrine Society 및 유럽의 European Society of Endocrinology와 함께 진행한 심포지엄에서는 “Global insights on advancing pheochromocytoma/paraganglioma care”라는 주제로 갈색세포종과 부신경절종의 진단 및 치료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들과 이에 관한 최신 지견이 소개되었다. 이들 공동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SICEM 2023에 참여하였던 국외의 연구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서로 만남을 거듭할수록 다양한 관심사를 이해하고 협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심포지엄을 준비하며 국외의 유수한 학술 단체들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높아진 학회와 학술대회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기조 강연과 공동 심포지엄 외에도 SICEM 2024에서는 “One Endo”라는 슬로건에 맞추어 분야별 심포지엄들이 밀도 있게 진행되었다. 그 중 많은 관심을 받았던 심포지엄을 몇 가지 소개하면, 먼저 이번 SICEM 2024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Young scientist symposium이 학술대회 첫날에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는 당뇨병, 비만 및 지질 분야의 젊은 기초 연구자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선도적으로 수행한 연구의 결과들을 발표하였는데,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당뇨병 임상 분야는 최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위장관호르몬 기반의 치료에 관한 심포지엄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기존 개발된 약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신약들의 임상시험이 예정되어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갑상선 분야에서는 그레이브스병 치료의 최신 지견을 다룬 심포지엄이 눈에 띄었는데, 새로운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그레이브스병 및 이와 관련된 갑상선 안질환의 관리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골대사 분야에서는 인체를 구성하는 장기들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뇌하수체와 부신의 호르몬들이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뼈와 함께 근육에 대해서도 내분비 장기로서의 역할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뇌하수체와 부신 분야에서는 각각 일본과 대만의 연자들과 함께 뇌하수체저하증과 일차알도스테론증에 대한 심포지엄을 진행하였는데, 해당 질환들에 대해 국가 간에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연구회 세션에서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다루어졌는데, 특히 EDC (Endocrine-Disrupting Chemicals)연구회의 심포지엄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사람의 건강은 동물 및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에 대해 통합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One Health라는 개념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Microplastics and One Health”라는 제목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 등이 논의되었다. 이러한 심포지엄을 계기로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주변 환경까지 생각하는 보다 건강한 대한내분비학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외에도 SICEM 2024에서는 구연 발표와 포스터 발표, 간행위원회 세션과 Endocrine Quiz 및 초음파 지도전문의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어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공식 일정 이후에 있었던 Welcome Reception와 Gala Dinner 및 Presidential Dinner 등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특히 Gala Dinner는 학회장 바로 옆에 있는 ‘빛의 시어터’에서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을 감상하였는데, 국내외 참가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처음 SICEM 2024를 준비할 때는 SICEM 2023와의 간격이 짧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행사를 준비한 구성원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기억에 남을만한 성공적인 학술대회가 되었다. 특히 국외 참가자의 비율이 전체의 1/3로 역대 SICEM 중 가장 많았는데, 이는 SICEM이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학술대회로서 자리매김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봄으로 돌아온 SICEM은 내년에도 같은 시기에 진행된다. SICEM 2025에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