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학회 소식지

대한내분비학회 홈페이지
모아보기

맥주이야기 시즌2
라거는 정말 맛이 없는 맥주인가!

윤석기 (천안엔도내과)

맥주의 역사는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곡물로 빵을 분쇄해 맥아를 넣고 물을 부은 뒤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맥주를 제조했다. 이집트 지역에서도 3000년경부터 생산했고 이후 그리스인과 로마, 유럽으로 건너가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이 맥주 양조를 담당했다. 8세기경부터 영국의 에일(Ale)과 포터(Porter)가 만들어졌고 10세기부터 홉을 첨가해 씁쓸한 맛을 내기 시작했다.

맥주는 크게 발효 방식의 구분에 따라서 '에일(Ale)'과 '라거(Lager)'로 나뉜다. 에일 맥주는 상온에서 발효시켜 만드는 맥주로 상면 발효 맥주라 부르며, 라거는 10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발효해 만들기 때문에 하면 발효 맥주라고 부른다. 에일 맥주는 시트러스 과일 계열이나 꽃 향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향긋하고 상큼하다. 라거 맥주는 가벼운 풍미와 시원한 청량감 그리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으로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라거 스타일의 맥주로 페일 라거(Pale Lager)가 있으며, 그 외 보크(Bock), 필스너(Pilsner) 등도 라거의 종류에 속한다.

'라거'라는 이름은 저장을 뜻하는 독일어 'Lager'에서 왔다. 저온의 상태로 창고에서 일정 기간 동안 숙성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1842년, 체코의 플젠 지방에서 시작된 '필스너 우르켈'은 라거의 역사를 상징하며 황금빛 라거의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필스너 우르켈 등의 필스너는 청량한 맛을 자랑하는 동시에, 체코에서 생산되는 '사츠 홉'이 만들어내는 꽃 향, 그리고 쌉쌀한 맛을 내세운다. 필스너는 이후 하이네켄, 칼스버그, 벡스, 스텔라 아르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의 라거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19세기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수확되는 보리가 맥주를 양조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쌀과 옥수수, 전분 등의 부가물이 사용된 것이다. 부가물은 풍미를 연하게 만드는 대신, 맛을 가볍게 했다. 원가 역시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스타일 중 대표적인 맥주가 바로 '맥주의 왕'을 자처하는 버드와이저다. 그러나 버드와이저를 왕이라 부르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체코 맥주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지만 무게감이 없고, 맥아의 맛이 흐리다. 그러나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24위에도 올랐으니, 상업적으로는 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동 계급, 블루칼라를 상징하는 맥주로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식 라거는 세계 맥주의 판도를 바꿨다. 우리나라의 카스, 하이트 맥주, 테라, 일본의 아사히 맥주 역시 미국식 부가물 라거에서 출발한 것이다. 부가물 라거는 갈수록 가벼운 맛을 추구했고, 이에 따라 '라거는 맛없는 맥주다'라는 오명이 생기기도 했다. 맥주의 전체 역사에서 놓고 보면, 오히려 '신진 세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맥주가 라거다. 그러나 대기업의 힘을 입어 빠르게 시장을 점령한 이후로는, 맥주의 기득권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라거다.

물론 라거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사무엘 아담스나 브루클린 라거처럼 맥아와 홉의 풍미를 강조한 '앰버 라거'도 있다. 검은 외관과 은은한 향을 자랑하는 발틱 포터, 매우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아이스복과 도펠복도 라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라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는 현실이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들이켰던 맥주, 한여름 치킨과 함께 마시는 맥주. 우리가 처음으로 만났던 맥주의 대부분은 투명한 황금색을 띠는 라거였을 것이다. 경쾌한 탄산감과 맥아의 구수함, 시원한 목 넘김 등이 라거를 규정한다. 우리는 이 맛에 익숙하다. 다양한 해외 맥주와 수제 맥주를 취급하는 가게에 가도, 친구들에게 다양한 맥주를 소개해 줘도, 결국 선택지는 라거로 돌아오곤 했다. "이게 맥주지!"라는 감탄사와 함께.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주이자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이다. 독일 속담에 맥주는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 맛은 쓰지만, 마음을 여는 묘약이다. 이 말처럼 처음 만나 어색한 관계도 오늘 저녁 한 잔의 라거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매일 만나는 친구 같은 사이로 발전할 것이다.

오늘 밤, 나의 오감을 얼려주는 시원한 라거 한잔 어떤가요?

spon MSD AMGEN 릴리 종근당 동아ST 셀트리온 유한양행 아스트라제네카 한미약품 대웅제약 한독 SANOFI LG화학 novo nordisk 제일약품 이노엔 Daiichi-Sankyo 릴리 보령제약 부광약품 다림바이오텍

Copyright ⓒ The Korean Endocrine Society. All rights Reserved

  • [04146]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09 롯데캐슬프레지던트 101동 2503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6-82-31113
  • 대표자 성명 : 정윤석
  • Tel : 02-714-2428 | Fax : 02-714-5103 | E-mail : endo@endocrinolog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