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한국인 최초로 미국골대사학회 이사(ASBMR Councilor)*로 선출되심과 Paula Stern Achievement Award**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ASBMR(American Society for Bone and Mineral Research) councilor positions : 회장, 전임 회장, 차기 회장, 사무총장 등 이사 9명과 미국골대사학회지(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JBMR) 편집장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ASBMR의 가장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
** Paula Stern Achievement Award :ASBMR의 첫 여성 회장이었던 폴라 스턴을 기리는 업적상으로 골대사 분야에서 중요한 과학적 업적을 이루고 후학 여성의 전문성 발전을 촉진한 여성에게 주어진다.
축하 감사드립니다. 저도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회 임원 활동은 그간 대한내분비학회에서 이미 여러 가지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좋은 훈련과 경험이 되었던 것이 밑받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언감생심 미국 학회에 참석하는 것 외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맡거나 수상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개인적으로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자체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고 K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큰 배경이 글로벌 학회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 나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질문하셔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미국골대사학회(American Society for Bone and Mineral Research, ASBMR)에는 전임의 1년 차 때부터 임승길 교수님께서 지도를 해주신 주제 발표를 시작으로, 911으로 큰 사건이 일어난 해 외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Annual Meeting에 참석을 했습니다. 물론 매번 제가 하고 있던 연구를 발표하면서 처음엔 포스터로 시작해서 Young Investigator’s Award [사진2]도 받게 되면서 구연발표도 하게 되었고 Meet-The-Professor세션과 Clinical Debate에 패널, 구연 세션의 좌장 등 계속 제가 세계 여러 나라의 회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병행해서 제 주 연구분야인 골무기질대사 관련 내용들을 ASBMR 공식 저널인『JBMR(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에 싣고자 계속 시도하고 많이도 떨어졌지만, 하다 보니 꽤 많은 수의 논문들을 결과적으로는 실리게 되었습니다. 즉 말이 길어졌는데, 우선 중요한 것은 “실력을 쌓으면서 나를 계속 알리는 일, self promotion”이 중요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가 2008년부터 2년간 미국 인디애나에 있는 Indiana University-Purdue University Indianapolis (IUPUI)에 연수를 갔을 때 제 PI가 Teresita Bellido교수였습니다[사진 3]. 이 분도 아르헨티나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와서 박사부터 해서 포닥(Postdoc), 교수까지 이어진 남다른 여정을 보낸 여교수셨습니다. 상당히 적극적이어서 이미 ASBMR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계셨고 제가 귀국 이후 ASBMR 회장이 되기도 하셨습니다. 이때 저를 그 와중에 가장 처음으로는 Women in Bone and Mineral Research Committee에 Ad-hoc member로 1년간 경험을 할 제안을 주셨는데, 한국에서도 이미 너무 바빠서 이런 일까지 해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여성 이슈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호기심도 났고 도대체 미국 학회는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시작을 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ASBMR에서 외연 확장을 위해서 각 나라의 Ambassador를 선정할 때 선출이 되어 수년간 활동을 해왔었습니다[사진 4]. 그리고, 각종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ASBMR 회장 선출 위원회나 『JBMR』의 Editor-in-Chief 선발 위원회 등 조금은 귀찮고 내게 큰 득이 되지는 않지만, 요청이 오면 열심히 수락하고 활동을 했었습니다. 각종 위원회에서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처음 부여해 준 것이 큰 계기였고 이런 활동을 시작으로 많은 미국과 세계의 우리 분야 연구자들과 의사들을 만나게 되어 그다음 활동으로 누군가 추천을 해주게 되어 여러 활동들을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 관계, Human Network”가 중요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사실 이사로 선출되기까지 한 번의 실패가 있었습니다. 2번째 시도해서 선출이 되었습니다. 미국 학회들은 어떤 직책이든지 그냥 누가 시키는 것은 아니고 우선 각종 위원회에는 Volunteer로, 이사직의 경우는 선거 Candidate로 각종 서류를 정리해서 제출을 하면 위원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선거 후보로 나설 수 있는지를 리뷰 선정하는 위원회가 따로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이전 위원회 활동에도 첫 지원을 했을 때 선정이 안된 적도 있었고, 이번 이사 선출직에도 2년 전 출마는 다행히 했는데, 주변에 많이 알리지를 않았다가 똑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무안하고 민망해서 다시 지원할 생각을 못 했는데, 의외로 미국 동료들이 다시 해 보라고 격려를 해주고 추천서를 써주어 2년 만에 재수를 했고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한국, 미국과 여러 국가에 아는 분들께 출마 사실을 알리고 열심히 해보겠음을 어필을 했고 선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임한 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내분비학회에서 저는 Clinical Guideline Committee에서 위원으로 추천되어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이 위원회에서는 우리가 늘 참고를 많이 하게 되는 각종 Clinical Practical Guideline (CPG) 전부를 들여다보면서 GRADE system에 입각한 Evidence-based medicine을 근간으로 지침서를 수정∙보완하는 위원회였습니다. 업데이트가 필요한 주제들을 매년 선정해서 새롭게 거듭나는 작업을 수십 명의 내분비 관련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여 신중하게 논문화 작업까지 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최선은 다하고 있지만, 큰 격차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unmet need가 무엇이고 어떤 과학적 근거가 빠져 있는지를 가지고 미래의 연구주제를 제안함으로 해서 많은 내분비 관련 연구자들에게 가야 할 비전도 제시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위원회 활동 중에 이러한 지침서가 과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백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유일한 아시아 여성이었던 제게 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겨서 이 지침서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 DEI issue를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포함시키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한국의 경우 단일민족이라는 오래된 개념으로 DEI를 멀게 느껴지긴 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 곳곳에 꼭 필요한 개념임을 알게 되었기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Interim CEO인 Robert W. Lash의 경우 우리나라 내분비학회 학술대회를 직접 방문하게까지 되었고 두 학회 연계 웨비나 좌장도 봐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당시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협력이사를 역임하고 있었기에 두 학회의 MOU까지 이끌어내는 초석을 같이 다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국제협력이사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사님이 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매번 2년마다 바뀜으로 해서 오는 갭이 불가피해서 간행이사처럼 국제협력이사의 경우도 조금 더 기간을 늘려서 네트워킹의 연속성이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Annual Meeting Steering Committee (우리 학회의 학술위원회에 해당)에서 골대사 파트에 참여하면서 미국내분비학회 프로그램에 우리나라의 훌륭한 내분비 연자들을 적극 추천하고 좌장으로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현재 JCEM Case Reports라고 미국내분비학회의 여러 개의 자매지 중 JCEM과 JES에서 더 이상 증례를 받지 않기로 하면서 새로이 2023년 1월 시작된 저널에서 Associate Editor로 시작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내분비 영역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이상하고 희귀한 증례에 대한 공유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향후 연구의 주제의 길라잡이가 되기 때문에 내분비 증례들을 따로 모아서 저널을 만들 정도로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미국내분비학회 회장일 때 방문도 하시고 부신 영역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Mayo Clinic의 William F. Young 교수님이 초대 Editor-in-Chief가 되셨고 2022년 가을, 제게 골무기질대사 팀의 Associate Editor로 초청 이메일이 왔을 때 참으로 놀라웠고 얼른 “Yes, sir” 하고 하겠다고 한 것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미국골대사학회 공식 저널인 『JBMR』이 있었지만 Open access와 좀 더 다양한 주제의 논문들을 공유하기 위한 JBMR Plus가 수년 전 시작되어 2024년 IF도 받게 되었는데, 여기에도 임상분야 Associate Editor로 초대받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사진 5].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은 역시 지속적으로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주제의 범위 안에서 계속 IF가 높든지 낮든지 출간을 계속해 오면서 국제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를 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또한, 간과하시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이메일로 날라오는 타 저자들 논문 심사를 꾸준하게 하는 것이 하나의 대상으로 고려되고 선정된 배경 같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연구, 진료, 교육, 행정 등으로 무진장 바빠서 남의 논문 심사할 엄두를 못 내서 거절들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각 저널들에서는 모든 심사자들에 대한 Data base를 분석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논문 리뷰를 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주제도 공부하고 나에 대한 인지도도 높이는 중요한 일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내분비학회의 학문적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잘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미국내분비학회나 미국골대사학회와의 차이점을 보고자 하면 역시 Global Outreach를 하고자 실질적인 노력을 더욱 많이 하고 있고 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에 입각한 각종 위원회 활동, 수상자 선정, 좌장 선정 등에 있어서 성별 균형, 인종적 다양성, 젊은 연구자들의 영입에 이사장을 비롯한 전 리더십들이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도 이번 홍은경 이사장님과 함께 다양성∙포용∙공정 위원회가 시작되니 어찌 보면 그 갭을 줄여나가는 첫걸음을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네, 아마도 해외 학회에 다녀오려면 반드시 발표 주제가 있어야 지원을 받게 되고 지원 없이는 상당히 고액의 비용도 필요한 점도 있겠고,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아진 점,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학술대회의 수준이 꽤 진전을 해서 배움에 큰 어려움이 없는 점 등이 모두 최근 젊은 분들이 상대적으로 해외 학회 참석에 덜 참여하게 된 이유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세대만 해도 논문을 반드시 인쇄본을 복사해서 봐야 할 정도였으니 가장 업데이트된 연구분야 및 임상결과들을 가장 빨리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 해외 학회 참석을 통해서였기에 좀 더 기를 쓰고 참석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온라인 강의만 듣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연구든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는 역시 서로를 면 대 면으로 만나서 토의하고 토론하면서 커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어라는 제2외국어로 소통을 원활히 하기가 늘 쉽지는 않지만, 아마 시대적으로 동시 번역과 generative AI 등이 언어장벽을 뛰어넘게 도와주는 시절이 곧 오게 되겠고 아니 이미 와 있기에 언어보다는 열린 맘으로 적극성을 띠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좀 더 넓은 세상에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내분비 환자를 보고 치열하게 연구하는 분들로부터 참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되며, 좋은 친구로도 거듭나게 되기도 합니다.
제가 아주 조금 더 일찍 이 분야에 입문한 선배로서 여러 토크와 강연에 초대되어 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은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사진 6]. 그런데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서 탄탄대로의 화려한 여정으로 포장할 생각은 “1”도 없었습니다. 늘 후배들에게 백조는 우아하고 아름답게 호수에 떠있지만, 물밑에서는 계속 발수영을 하면서 에너지를 들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고 했었습니다. 여기서 이런저런 과거 얘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리 어렵고 위축되는 순간에도 저는 골무기질 대사 관련된 어려운 환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주변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문의하고, 나아가 이 경험을 분석하여 논문으로 더 많은 내분비 전공자들에게 공유하는 그 과정에서 깊은 기쁨과 열정을 느끼면서 또다시 한 걸음씩 느리더라도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 제 비결이자 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백조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니 무조건 계속 발장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몸의 부력과 동시에 물 표면에 넓게 자세를 취함으로 해서 발을 수면 아래에서 조정하며 균형을 잡고 위치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즉, 계속 죽도록 수영만 하다가 소진(Burnout)되지 않아야 하며, 물 위에 유유자적 물결을 느끼고 즐길 수도 있어야만 장기간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최근에 깨닫게 되었기에 그야말로 우아한 백조도 가능하다는 추가 말씀을 드립니다.
내분비를 전공하는 많은 젊은 교수님들, 전임의들, 관심 있는 전공의, 학생 여러분께, 호르몬의 항상성을 공부하고 이의 균형이 깨졌을 때의 질환을 그 기전의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했을 때 신비한 치료 조절의 경험을 사랑하시기에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 그저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내분비대사질환 환자들을 잊지 말아주시고, 궁극적인 해결과 진단의 발전, 치료 약제 개발을 위한 내분비연구를 그야말로 “FUN”하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흔히들 내분비 의사를 “Doctors of Doctors”라고 합니다. 그만큼 전신에 걸친 내분비대사 영역의 진료, 연구,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같이 평생 공부하면서 발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한국인 최초로 ASBMR councilor positions 선정되심에 뿌듯함을 느끼며 정성껏 질문에 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