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핸드폰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샌프란시스코의 높고 푸른 하늘이 여전히 생생히 떠오릅니다. 저는 작년에 1년 동안 미국 북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의 California Pacific Medical Center Research Institute (CPMCRI)에서 연구 년을 보냈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과정을 미국의 중부인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와 Indiana University에서 수료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1년 내내 기후가 좋은 캘리포니아의 생활을 막연히 동경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제 미국에서의 노년내과 전문의 경력을 활용해서 내분비내과와 접목할 수 있는 UCSF의 CPMCRI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CPMCRI는 Osteoporotic Fractures in Men Study (MrOS)와 Study of Muscle, Mobility, and Aging (SOMMA) 등의 노인 코호트를 구축하여 건강한 노화,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임상 주제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곳은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미국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서 펀딩을 받는 MrOS는 2000년에 구축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전향적 코호트입니다. 미국의 5개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65세 이상의 건강한 남성 약 6000명을 등록한 MrOS는, 호르몬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 골밀도, 척추 엑스레이, QCT 스캔 및 생체 표본 수집, 인지 기능, 신체 활동 수준의 객관적인 평가, 구강검사, 수면검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변수들을 연속적으로 측정하여 광범위한 데이터 뱅크를 구축하였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5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특히, 코호트의 PI인 Dr Peggy Cawthon에게 처음 연락을 하였을 때, 불과 1시간 만에 답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Dr. Cawthon이 2023년도에 측정된 남성 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호르몬과 다양한 임상 결과(outcomes)와의 연관성을 분석할 노년내과 및 내분비내과 의사를 찾고 있었다고 했을 때, 저는 이곳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랩 미팅에서는 의사, 간호사, 기초의학 과학자, 통계학자, 역학자 등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진행 중인 연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유롭게 의견 교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 NIH grant의 연구비 지원 신청을 위해 연구 계획서 작성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미국 생활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일 아이들을 등교시켜줄 수 있고, 저녁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이 비싸긴 했지만, 왜 매년 이 도시가 미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중 하나로 언급되는지를 몸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년 내내 지속되는 지중해성 기후와 유럽 빅토리아풍의 집들, San Francisco Bay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다리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고,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는 도시답게 각양각색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여러 민족의 문화적 특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Yosemite 국립공원, Lake Tahoe 등 천혜의 자연유산은 물론, Napa Wine의 본산인 Napa Valley가 근접해 있어, 대자연의 감동과 미각의 향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해외연수를 보낸 1년의 기간은 정말로 짧을 수도 있지만, 제 삶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인하대병원 내분비내과 선후배 동료 교수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고, 새로운 환경에 너무 잘 적응하고 1년 동안 행복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