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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같은 집은 없다

윤희(유니온 디자인)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는데, 왜 집은 고만고만하게 생겼을까. 저마다 생김새에서부터 ,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다르다. 따라서 좋아하거나 편안하게 느끼는 것도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고 품는 집도 저마다 달라야 하지 않을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는 집 .

  개개인의 집을 구성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한가족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이 녹아 있다. 손님을 초대해서 혹은 가족끼리 와인 한 잔 차 한 잔 즐기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는 가족이라면 방하나 정도는 기꺼이 그 문화를 위해 내어 놓을 수 있다
  요즘 들어 재건축 프로젝트에 조합원들을 만나보면 요구하는 것들이 있다. 다름아닌 아빠를 위한 작은 서재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집이 가족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각자의 프라이버시의 존중을 담아 내어야 한다.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는 3년 전부터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에서도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될 수 있는 가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예술시장이 연일 상승세이다. 국내 여러 옥션의 낙찰율이나 각종 아트 페어의 매출이 매번 갱신되는 것은 그만큼 예술에 대한 관심과 소유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의 트렌드를 담아내는 것도 또한 집이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고 그 것을 공간에 표현하면서 삶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요즘의 인테리어 경향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어떤 이들의 삶은 실제 생활이 아니라 마치 보여주기식 삶 같이 인위적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여 좀 더 아름답고 편리하고 가족 혹은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사람을 팔로잉하는 경우 소셜 미디어는 훌륭한 소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모델하우스 연출예시 >

빌려 사는 집이라도 .

  꺾일 줄 모르고 연일 상승중인 부동산 가격은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한다. 그리고 내 취향에 맞는 집을 가꾸기 위해 내 소유의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무엇 하나 바꾸려면 주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 게다가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이사를 하게 되면 애써 집에 들인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내 맘대로 집을 꾸미고 싶다는 욕망은 억눌러야만 하는 것일까?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벽면에 설치하는 판넬 하나만으로 조명 하나의 교체만으로도 각자의 취향을 공간에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아름다운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집은 가족을 위한 안식처이다. 몸과 마음이 안정감을 느끼고 차분해질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오디오 시스템, 와인 한 잔과 함께 고단한 하루를 보내며 쌓인 긴장감과 피로감을 풀 수 있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면 안식처가 될 집을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 내가 머물며 살고 있는 공간이면, 그곳이 바로 내 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길 추천드린다.


< 주방 벽면 판넬 설치/식탁 등 교체 >

< 벽면 판넬 설치 >

시대에 의한 재조명, 다시 발코니

  코로나19 시대의 장기화로 집의 역할이 거대한 변화를 맞은 지금, 발코니는 유일하게 안과 밖을 이어주는 무한대의 공간이다. 내 집에 속하면서 밖과 연결된 이 열린 공간은 타인과 가까이 마주하지 않고도 일광욕, 독서, 식사, 가드닝이 가능하고 이웃과 마음껏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완벽한 안전지대로 자리 잡았다. 최근의 이 현상을 두고 발코니는 자가 격리 시대에 사람들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겪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역세권 대신 ‘발코니 유무’가 주거지를 결정하는 새로운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도 발코니 생활이 일상이던 때가 있었다. 1960년대 처음 발코니가 선보인 이래 2000년대 초반까지 아파트의 폭발적인 수요만큼이나 발코니도 보편적인 주거의 한 단면이 되었다. 하지만 2005년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샷시’라는 신기술이 모든 아파트를 천편일률적으로 도배하며, 밖으로 난 유일한 공동주택의 외부 공간이 개성을 잃고 실내로 편입됐다.
  발코니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아파트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신축하는 브랜드 아파트에서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다수의 브랜드 아파트가 각 동에 루프탑 형식의 2층 복층 구조와 그에 딸린 야외 테라스를 선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방에 딸린 베란다를 야외로 돌출시켜 과거 아파트의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당장 창을 열고 한 걸음만 내딛으면 맑은 공기를 마시고, 나만의 온전한 휴식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있는 힐링의 시간을 가지기에 안성맞춤인 공간, 동네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한 평 남짓한 베란다가 새삼 특별한 시대다. 지금 발코니에 들이고 싶은, 지금 여러분들이 바라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 모델하우스 연출예시>

  코로나19 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1년, 이제는 서서히 해외여행을 이야기 하며 다가올 새시절을 이야기 하곤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일상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처럼, 앞으로 우리는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서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찾기 위해 내가 진정 원하는 집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 한 번쯤 생각할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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